주간동아 527

2006.03.21

미국 휩쓴 ‘매카시 광풍’과의 전쟁

  • 듀나/ 영화평론가 djuna01@hanmail.net

    입력2006-03-20 10: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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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휩쓴 ‘매카시 광풍’과의 전쟁
    조지 클루니는 할리우드에서 자신의 명성을 가장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사람이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남성’으로 적당히 관능적이고 유쾌한 슈퍼스타로서의 삶을 즐기고 있고, 그에 어울리는 대자본 할리우드 영화의 주연을 맡고 있다. 하지만 남는 시간 동안 그는 신인 독립영화 감독 겸 제작자로서 자기가 만들거나 보고 싶어하는 작은 영화에 시간을 투자하거나 직접 각본과 감독을 맡아 영화를 만들기도 한다.

    ‘굿 나잇 앤 굿 럭’은 그가 두 번째로 감독한 독립영화다. 슬슬 ‘신인 감독’ 클루니의 관심이 드러난다. 첫 번째 영화 ‘컨페션’과 마찬가지로 ‘굿 나잇 앤 굿 럭’은 현대 미국 역사와 매스컴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컨페션’이 다소 장난스럽고 괴상한 방식으로 미국 매스컴의 시스템과 성향을 파헤쳤다면, ‘굿 나잇 앤 굿 럭’은 직설적이고 간결한 방식으로 현대 사회에서 매스컴의 존재 의미와 구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가 다루는 건 실제 사건이다. 매카시 상원의원이 한창 기를 펴고 공산주의자 사냥에 나서던 당시, CBS의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였던 에드워드 R. 머로는 매카시에 정면 대결을 선언한다. 주변의 다양한 압력에도 그는 매카시의 정책을 비판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그것은 매카시 몰락의 1장이 된다.

    원래 이 작품은 텔레비전 생방송으로 기획됐다. 영화의 시대 배경인 50년대는 생방송 프로그램의 전성기였고, 클루니도 생방송 쇼였던 ‘페일 세이프’로 이미 이 매체에 단련돼 있었을 테니 그대로 밀어붙여도 괜찮았을 것이다. 그 계획은 틀어졌지만 영화는 여전히 원안의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영화는 흑백이고, 대부분 실내 세트 안에서 진행되며, 실제 매카시 의원의 이미지가 하나의 캐릭터처럼 사용된다. 실제 사건과 배우가 연기하는 허구는 텔레비전이라는 매체에 의해 교묘하게 하나로 연결된다.

    하지만 극적인 예술로서 ‘굿 나인 앤 굿 럭’이 주어진 가능성을 충분히 살렸는가는 또 다른 문제다. 가장 큰 문제점은 영화가 머로란 인물에 지나치게 동조하고 있다는 것. 물론 그는 옳은 일을 했다. 그건 용기 있는 행위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고결한 주인공의 지나치게 완벽한 성공 덕택에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극적인 힘은 상대적으로 약화된다.



    영화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삽입된 머로의 연설 장면 역시 관객에게 주제를 지나치게 강요하는 듯한 경향이 있다. ‘굿 나잇 앤 굿 럭’은 가치 있는 영화이고, 50년대와 특별히 다를 것도 없는 지금 시대를 사는 관객들에게 적절한 토론 거리를 제공해주는 작품이지만, 극적 재미나 예술작품으로서의 존재감은 그의 발랄한 전작인 ‘컨페션’보다 떨어지는 편이다.

    Tips

    굿 나잇 앤 굿 럭

    톱스타 조지 클루니가 감독하고, 공동 각본까지 쓴 이 영화는 2005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각본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이번 아카데미에선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조지 클루니는 ‘시리아나’로 수상(남우조연상)했다. 미국에선 소규모로 개봉했다가 평단의 찬사를 받으며 개봉 5주차에 박스오피스 7위로 뛰어올랐다. 매카시 의원의 모습을 당시 흑백 화면을 이용, 등장시킴으로써 사실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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