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25

2006.03.07

신라 금지차를 중국에 전한 ‘茶佛’

  • 입력2006-03-06 13: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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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라 금지차를 중국에 전한 ‘茶佛’

    지장 스님이 구화산에 들어가 처음으로 수행했던 곳. 현재는 광화원(廣化院)이다.

    중국의 4대 불교 명산 중 하나인 안후이 성 구화산을 다녀온 일이 있다. 단순한 명산 순례가 아니라, 신라 왕족 신분으로 구화산에 들어가 고행 정진 끝에 지장보살이 된 스님의 행적을 밟아보기 위해서다. 눈으로 확인해보니 구화산은 스님의 발원에 의해 지장신앙의 성지로 성역화돼 있었다. 또한 지장 스님이 신라에서 가져간 금지차(金地茶)가 12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지장불차(地藏佛茶) 혹은 구화산차(九華山茶)로 제다, 판매되고 있었다. 구화가(九華街) 상점마다 ‘지장보살’을 외는 스피커의 창불(唱佛) 소리와 차 상품으로 넘쳐나는 것이 나그네의 눈에 비쳤다. 시선(詩仙) 이백이 구화산에 들러 지장 스님을 찬탄한 시도 전해지고 있었다.

    ‘석가모니 입멸하니/ 일월이 부서져 내리는데/ 부처님의 지혜와 광명의 큰 힘 내려주셨네/ 보살님 대자대비의 힘/ 끝없는 고해에서 구해줄 수 있나니/ 홀로 오래고 오랜 겁을 지내며/ 고해를 소통시켜/ 중생을 구해주는데/ 이 모든 것은/ 지장보살의 덕성이어라. (하략)’

    나그네가 지장 스님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그분이 우리나라 최초의 다시(茶詩)를 남겼기 때문이다. 그 시는 운율을 갖춘 한시(漢詩)로도 우리나라 최초일 것이다. 중국의 ‘전당시(全唐詩)’에 스님의 ‘동자를 산 아래로 보내며(送童子下山)’란 제목의 시가 수록돼 있다.

    ‘절이 쓸쓸해 너는 집 생각 하는구나/ 나를 떠나 구화산 내려가려나/ 나 혼자 대난간 아래 죽마에 기대어/ 알뜰히 수행할꺼나/ 시냇가 늪에 달을 볼 생각이며/ 차 달이고 꽃도 꽂지 않으리/ 눈물을 거두고 내려가거라/ 노승은 안개와 노을을 벗하리라.’

    노승이란 시를 지은 지장 스님이고, 동자는 아마도 절에서 잔심부름하던 다동(茶童)일 것이다. 지장 스님의 행장은 특이하게도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는 단 한 줄의 기록도 없으나 중국의 ‘송고승전(宋高僧傳)’이나 ‘신승전(神僧傳)’에는 나온다. 지장 스님과 동시대 사람이자 구화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비관경(費冠卿)의 ‘구화산창건화성사기’에도 지장 스님의 행장이 보인다. 여러 사료 중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행장이 아닐까 싶은데, 눈에 띄는 대목을 요약하면 이렇다.



    신라 왕족 신분 … 자신이 가꾼 차 마시며 고행 정진

    “신라국 왕자인 그는 구화산에 들어와 동굴에서 고행을 했다. 그의 고행은 구화산 촌민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그들은 스님의 신도가 되었다. 그들은 절을 짓는 데 나무를 베고 돌을 나르는 등 스님을 도왔다. 스님은 그들을 위해 산에 도랑을 파고 물을 끌어들여 논과 저수지를 만들었다. 이에 지방 관리나 주의 목사, 현인들이 찾아와 지장 스님을 스승으로 섬겼다. 스님에 관한 소문은 고국에까지 퍼져 많은 신라인들이 바다를 건너와 지장 스님의 제자가 되었는데, 마침내 스님은 99세가 되던 해 여름 제자들을 불러놓고 가부좌한 채 열반에 들었다. 3년이 지난 뒤 함을 열어보니 스님의 얼굴빛은 산 사람과 같았고 팔다리를 들어보니 뼈마디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등신불이 된 것이었다.”

    신라 삽살개를 데리고 간 스님이 고행한 동굴은 현재의 노호동(老虎洞)을 말한 것이다. 스님은 불법을 전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신라에서 금지차와 황립도(黃粒稻·볍씨), 오차송(소나무 일종)의 씨를 가지고 가 구화산에 퍼뜨렸다고 한다. 자신이 가꾼 차를 마시며 고행 정진해 마침내 등신불이 되었으니 지장 스님이야말로 ‘차의 부처’, 즉 다불(茶佛)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다맥(茶脈)은 지장 스님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 가는 길

    중국 난징으로 간 뒤 안후이 성 우후(蕪湖) 시까지는 버스를, 우후 시에서 구화산까지는 승용차를 타는 것이 가장 빠르다.

    [ 정찬주의 茶人기행은 이번 호로 끝맺습니다.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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