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고 볼품없던 어린 시절 ‘고금소총’은 내게 그 어떤 위인전보다 효용이 있었다. 남녀노소를 넘나드는 풍자와 해학은 가난과 억압의 시절 또 다른 해방구이자 카타르시스였다.”
30여 년 전 중학생 시절 ‘고금소총’을 처음 접한 저자는 이 책의 효과를 톡톡히 느낀 듯하다. ‘EDPS (음담패설)’를 통한 야릇한 느낌과 흥분은 둘째치고라도 저자는 자신의 주변에 언제나 친구가 많았다는 말로 고금소총의 위력을 표현했다.
여러 사람이 모여 이야기 나누는 자리에서 음담패설, 즉 육담(肉談)만큼 재미있는 소재가 있을까? 또 술자리에서 육담만큼 맛있는 안주가 있을까? 육담은 지식과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흥미를 느끼는 소재다. 점잔을 빼며 “어머, 망측해” 하는 사람도 눈과 귀는 언제나 화자(話者)의 입에 쏠려 있게 마련이다.
육담은 오랫동안 하위문화로 치부돼왔지만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한다. 저자가 1998년 초판에 이어 이번에 개정판을 낸 것도 육담의 생명력을 인정한 독자들의 꾸준한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장부 살송곳 녹슬었나 찔러보자’, ‘배 위에서 배를 타면 얼마나 좋을꼬’, ‘벌님네, 조께 더 크게 해주시요이’
이야기의 제목부터 흥미롭다. 저자는 육담을 지역별로 나누어 구수한 사투리와 함께 소개했다. 내용은 비슷하면서도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 충청도는 비교적 점잖고 완곡한 반면 강원도는 남녀 성기를 풍자하고 성행위를 노골적으로 묘사한 육담이 많다. 경기도는 수도 근처라 양반을 풍자한 육담이 유독 많고, 경상도에서는 신라 수도인 경주가 있었기 때문인지 왕이 등장하는 육담도 전해진다.
육담에는 황당하고 추한 것, 비윤리적·비도덕적인 것도 많다. 그럼에도 관심을 갖는 이유는 육담이 우리네 삶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영화 ‘왕의 남자’에서 장생이 했던 말이 절로 떠오른다.
“왕이 기집 끼고 노는 거나 상놈이 기집 끼고 노는 거나 뭐가 달라.”
이원규 쓰고 엮음/ 지성사 펴냄/ 216쪽/ 9800원
공새미 다섯 가족은 2004년 2월 어느 날 세계여행을 떠났다. 10개월 동안 31개국을 여행했다. 이들의 여행은 보통 관광객의 그것과는 달랐다. 가는 곳마다 사물놀이 공연을 선보였다. 아빠가 북을 치고 엄마는 장구, 큰딸은 꽹과리, 아들은 징, 막내딸은 꼬마 장구를 맡았다.
공새미 가족은 여행을 떠나기 오래전부터 풍물 연수기관에서 정식으로 사물놀이를 배우고 지하철 예술무대, 장애인 복지시설, 청계천 등에서 충분한 실전연습을 치렀다. ‘공새미 가족의 세계여행’은 이들이 사물놀이를 하며 세계인들과 나눈 우정과 에피소드, 여행 중에 겪었던 가족 간의 갈등 등을 다룬 책이다. 여행 도중 엄마 강성미 씨가 메모지 등에 볼펜으로 그린 스케치와 아들 민수 군이 찍은 사진이 독자의 눈을 즐겁게 하고, 큰딸 민정 양이 촬영한 동영상 부록 또한 재미를 더해준다.
‘공새미’는 아빠 김영기 씨의 고향인 제주도 북제주군 애월읍 어음1리의 커다란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샘물 이름이다.
공새미 가족 지음/ 혜지원 펴냄/ 316쪽/ 9800원
■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사회적 지위가 건강과 수명을 결정한다’
다음 문제를 풀어보자. 3개의 화장실이 있고, 방이 5개인 집에 사는 A 씨와 화장실 2개에 방이 4개인 집에서 아내와 두 아이와 복작대며 사는 B 씨 중 누가 더 건강하고 오래 살까. 또 당신 회사 사장과 부장 중 누가 더 오래 살까. 답은 A 씨와 사장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런던대학 공중보건학 교수이며 국제건강사회센터의 소장이기도 한 저자는 그 원인을 ‘지위 신드롬’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위 신드롬은 우리가 삶에 대해 얼마나 많은 지배력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전면적인 사회참여의 기회를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는지의 문제라는 것.
의사로서 수많은 환자들을 돌봐온 저자는 연구를 통해 교육과 직함, 소득, 심지어 집 크기까지 건강과 장수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입증했다. 지금까지는 사회적 불평등이 건강 불평등의 부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해왔지만 사실은 주요 원인이 되는 셈이다.
개인의 성공적인 삶을 위해서는 ‘지위 신드롬’을 이해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개인과 사회가 공동으로 나서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마이클 마멋 지음/ 김보영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 448쪽/ 1만8000원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30여 년 전 중학생 시절 ‘고금소총’을 처음 접한 저자는 이 책의 효과를 톡톡히 느낀 듯하다. ‘EDPS (음담패설)’를 통한 야릇한 느낌과 흥분은 둘째치고라도 저자는 자신의 주변에 언제나 친구가 많았다는 말로 고금소총의 위력을 표현했다.
여러 사람이 모여 이야기 나누는 자리에서 음담패설, 즉 육담(肉談)만큼 재미있는 소재가 있을까? 또 술자리에서 육담만큼 맛있는 안주가 있을까? 육담은 지식과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흥미를 느끼는 소재다. 점잔을 빼며 “어머, 망측해” 하는 사람도 눈과 귀는 언제나 화자(話者)의 입에 쏠려 있게 마련이다.
육담은 오랫동안 하위문화로 치부돼왔지만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한다. 저자가 1998년 초판에 이어 이번에 개정판을 낸 것도 육담의 생명력을 인정한 독자들의 꾸준한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장부 살송곳 녹슬었나 찔러보자’, ‘배 위에서 배를 타면 얼마나 좋을꼬’, ‘벌님네, 조께 더 크게 해주시요이’
이야기의 제목부터 흥미롭다. 저자는 육담을 지역별로 나누어 구수한 사투리와 함께 소개했다. 내용은 비슷하면서도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 충청도는 비교적 점잖고 완곡한 반면 강원도는 남녀 성기를 풍자하고 성행위를 노골적으로 묘사한 육담이 많다. 경기도는 수도 근처라 양반을 풍자한 육담이 유독 많고, 경상도에서는 신라 수도인 경주가 있었기 때문인지 왕이 등장하는 육담도 전해진다.
육담에는 황당하고 추한 것, 비윤리적·비도덕적인 것도 많다. 그럼에도 관심을 갖는 이유는 육담이 우리네 삶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영화 ‘왕의 남자’에서 장생이 했던 말이 절로 떠오른다.
“왕이 기집 끼고 노는 거나 상놈이 기집 끼고 노는 거나 뭐가 달라.”
이원규 쓰고 엮음/ 지성사 펴냄/ 216쪽/ 9800원
공새미 다섯 가족은 2004년 2월 어느 날 세계여행을 떠났다. 10개월 동안 31개국을 여행했다. 이들의 여행은 보통 관광객의 그것과는 달랐다. 가는 곳마다 사물놀이 공연을 선보였다. 아빠가 북을 치고 엄마는 장구, 큰딸은 꽹과리, 아들은 징, 막내딸은 꼬마 장구를 맡았다.
공새미 가족은 여행을 떠나기 오래전부터 풍물 연수기관에서 정식으로 사물놀이를 배우고 지하철 예술무대, 장애인 복지시설, 청계천 등에서 충분한 실전연습을 치렀다. ‘공새미 가족의 세계여행’은 이들이 사물놀이를 하며 세계인들과 나눈 우정과 에피소드, 여행 중에 겪었던 가족 간의 갈등 등을 다룬 책이다. 여행 도중 엄마 강성미 씨가 메모지 등에 볼펜으로 그린 스케치와 아들 민수 군이 찍은 사진이 독자의 눈을 즐겁게 하고, 큰딸 민정 양이 촬영한 동영상 부록 또한 재미를 더해준다.
‘공새미’는 아빠 김영기 씨의 고향인 제주도 북제주군 애월읍 어음1리의 커다란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샘물 이름이다.
공새미 가족 지음/ 혜지원 펴냄/ 316쪽/ 9800원
■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사회적 지위가 건강과 수명을 결정한다’
다음 문제를 풀어보자. 3개의 화장실이 있고, 방이 5개인 집에 사는 A 씨와 화장실 2개에 방이 4개인 집에서 아내와 두 아이와 복작대며 사는 B 씨 중 누가 더 건강하고 오래 살까. 또 당신 회사 사장과 부장 중 누가 더 오래 살까. 답은 A 씨와 사장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런던대학 공중보건학 교수이며 국제건강사회센터의 소장이기도 한 저자는 그 원인을 ‘지위 신드롬’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위 신드롬은 우리가 삶에 대해 얼마나 많은 지배력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전면적인 사회참여의 기회를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는지의 문제라는 것.
의사로서 수많은 환자들을 돌봐온 저자는 연구를 통해 교육과 직함, 소득, 심지어 집 크기까지 건강과 장수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입증했다. 지금까지는 사회적 불평등이 건강 불평등의 부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해왔지만 사실은 주요 원인이 되는 셈이다.
개인의 성공적인 삶을 위해서는 ‘지위 신드롬’을 이해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개인과 사회가 공동으로 나서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마이클 마멋 지음/ 김보영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 448쪽/ 1만8000원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