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생가와 봉화산.
인생에 실패한 사람은 고향으로 쉽게 돌아가지 못한다. 물론 성공하고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경우는 고향이 싫기 때문이다. 싫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그중 하나가 고향 땅의 성격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터가 그를 쫓아내, 성공을 한 뒤에도 그 땅과 화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귀향 마다하는 원인 중 하나는 ‘땅의 성격’과 맞지 않기 때문
대통령들이 귀향하지 않는 까닭은 놓아버린 권력에 대한 미련 때문일 수도 있지만, 고향 땅의 성격과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몇 년 전 역대 대통령의 생가를 답사한 뒤 그 풍수적 특징을 월간 ‘신동아’에 기고한 적이 있다(2000년 10월호). 대통령들의 생가에는 두드러진 특징 두 가지가 있었는데, 당시 글을 인용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노 대통령의 선영.
흥미로운 것은 노 대통령의 생가 역시 앞에 언급한 전직 대통령들의 생가 특징과 매우 비슷하다는 점이다. 동네 좌청룡이 끝나는 지점에 있으며 그 옆에 바위로 된 봉화산의 기세 역시 만만치 않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귀촌과 귀향을 이야기했다.
풍수에서 말하는 혈(穴)이란 사람(산 사람, 죽은 사람)이 거주할 곳을 말한다. 바로 그 혈을 찾아가는 과정과 행위가 풍수다. ‘존재의 고향’을 찾아가는 행위다. 하지만 이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더욱이 자신을 밀어냈던 생가나 고향을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자기가 떠나온 고향을, 산업화와 세계화의 과정에서 천덕꾸러기가 된 농촌을 찾겠다는 노 대통령의 생각은 아름답다. 성공회대 신영복 교수는 자신의 책 ‘나무야 나무야’에서 “내가 고향에 돌아와 맨 처음 느낀 것은 사람은 먼저 그 산천을 닮는다는 발견”이라고 했다.
고향을 떠나지 않는 사람은 결코 고향으로 돌아올 수 없다. 그러나 고향을 떠났으면서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 사람이 있다. 고향을 떠나지 않는 사람이나 고향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는 사람이나 모두 ‘자신이 고향 산천과 닮았다’는 것을 결코 깨달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