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금지차를 중국에 전한 ‘茶佛’
중국의 4대 불교 명산 중 하나인 안후이 성 구화산을 다녀온 일이 있다. 단순한 명산 순례가 아니라, 신라 왕족 신분으로 구화산에 들어가 고행 정진 끝에 지장보살이 된 스님의 행적을 밟아보기 위해서다. 눈으로 확인해보니 구화산은 스…
200603072006년 03월 06일유배 길에도 차 마시며 풍류 즐겨
자하(紫霞) 신위(申緯, 1769~1847)가 성장했던 유적지를 오랫동안 찾다가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을 실감했다. 그가 완도와 제주도 사이에 있는 추자도로 유배 간 것은 알았으나 정작 그의 성장지가 관악산 부근이라는 사실을 최근에…
200602282006년 02월 27일눈 펄펄 흩날릴 때 차를 즐기노라
현재 가볼 수 있는 야은(冶隱) 길재의 유적지는 두 곳이다. 한 곳은 그가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던 경북 선산이고, 다른 한 곳은 아버지가 금주지사로 부임했던 충남 금산(옛 금주)이다. 두 곳 중 선산이 더 유명한 것은 길재가 낙…
200602212006년 02월 20일목마르면 감로수 길어다 차 달인다네
송광사 16국사 중에서 다시(茶詩)를 가장 많이 남긴 분이 원감(圓鑑)국사 충지(沖止, 1226~1292) 스님이다. 스님의 문집에는 무려 20편의 다시가 전해지고 있다. 스님은 수선사(修禪社, 지금의 송광사)에 6세 사주로 주석하…
200602142006년 02월 13일욕심 줄이는 것보다 나은 것 뭐 있으랴
옛 선비들이 일군 개인 정원을 세 곳만 추천하라고 한다면 나그네는 이자현의 청평계곡과 양산보의 소쇄원계곡, 그리고 윤선도의 보길도 부용동계곡을 들겠다. 모두 자연풍광을 거스르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이자현(李資玄, 1061~112…
200601312006년 01월 25일산중에 외로이 있으니 차맛인가 하노라
봉선사 어귀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한글대장경 초석을 세운 운허(雲虛) 스님의 부도가 있고, 춘원 이광수의 기념비가 서 있다. 다른 삶을 산 고인들이지만 묘하게 조화가 느껴진다. 춘원을 얘기할 때마다 두 가지 평가가 충돌한다. 현대문…
200601242006년 01월 18일항아리 들고 다니며 차 달여 마시네
서거정은 운길산 수종사에 올라 ‘동방의 절 중 첫째가는 전망’이라고 격찬한 바 있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는 명당이기 때문이었다. 양수리(兩水里·두물머리)란 지명도 그래서 생겨났을 것이다. 그런데 다인들은 …
200601172006년 01월 11일향 맑으매 이른 봄날에 딴 것이라네
이제현의 영정이 봉안된 영당에서 발길을 멈춘다. 문장의 종조(宗祖)라고 칭송받았던 익제 이제현의 영당치고는 초라하다. 누각의 문은 녹슨 자물쇠로 채워져 있고, 벽을 타고 오른 담쟁이 줄기는 거미줄 같다. 그나마 나그네 눈길을 사로잡…
200601102006년 01월 04일육우의 다경을 소개한 실학자
김육(1580~1658)의 흔적이 익산 땅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곳으로 가는 중이다. 다행히 눈발은 그치고 도로에 쌓인 눈은 어느새 녹아 있다. 왜 김육의 불망비(不忘碑)가 연고도 없는 익산시 함라면에 세워져 있는지 궁금하다. 불…
200601032005년 12월 28일다도란 차 한 잔에 분열을 씻어버리는 것
개암사에 도착하니 겨우 눈이 멎는다. 원효스님이 수도한 동굴인 원효방을 오르려면 산행을 해야 하는데 불가능한 것 같다. 절 경내를 오가는 발도 쌓인 눈 속에 묶이곤 한다. 지장전에서 사시(巳時) 예불을 마치고 나오던 스님이 산행을 …
200512272005년 12월 21일눈발은 창 때리고 차향은 마음을 흔드네
겨울비가 한두 방울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태고사로 가는 산행을 포기할 수는 없다. 태고사를 창건한 태고 보우선사는 우리 선종사(禪宗史)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임제선사 17세손인 석옥 청공으로부터 인가를 받고 돌아…
200512202005년 12월 19일바위 앞 물 마를 때까지 차를 마시리
일찍이 나그네는 이규보의 ‘우물 속의 달을 읊다(詠井中月)’란 시가 너무 좋아 시의 내용을 소재 삼아서 동화를 한 편 쓴 적이 있다. 주제는 욕심을 버리라는 것이었다. 여주 출신인 이규보가 왜 강화도에 묻혔는지 미스터리로 남아 있지…
200512132005년 12월 07일물은 생로병사의 열쇠를 쥐고 있다
허준의 호를 빌려 지은 서울 강서구 가양동 구암공원을 거닐며 예전에 보았던 허준의 일생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떠올려본다. 허준은 스승의 시신을 해부하면서 자신의 의술을 완성한다. 유교 국가에서 사람의 몸에, 그것도 스승의 몸에 칼을…
200512062005년 11월 30일산골 물 달과 함께 길어 차 달이네
서산대사는 왜 제자인 유정(사명당)과 처영에게 자신의 가사와 발우를 대흥사에 보관하라고 유언했을까. 그의 말대로 대흥사가 ‘만세토록 훼손되지 않을 자리’여서 그랬을까. 대흥사 부도들은 경내 초입 오른쪽 산자락에 있다. 서산대사와 초…
200511292005년 11월 28일나의 가풍 몽땅 동국으로 가는구나
신라 구산선문 사자산파의 개산조인 철감선사는 잘 알려진 인물이 아니다. 그러나 나그네는 우리나라 차의 비조(鼻祖)를 들라면 철감선사를 꼽는다. 천년 고찰 쌍봉사 창건주이기도 하지만 나그네의 관심은 우리 다맥(茶脈)에서 차지하는 철감…
200511222005년 11월 21일세상일 꿈꾸지 않고 차 한 잔 즐기네
함허 스님이 수행했다고 해서 계곡 이름이 함허동천인 모양이다. 함허동천을 지나자 정수사가 나온다. 정수사 어귀에는 동동주에다 떡을 파는 아주머니가 예전 모습 그대로다. 나뭇가지를 물어 나르며 소나무 가지 위의 헌 집을 수리하는 까치…
200511152005년 11월 14일차 공양으로 홀연히 부처를 이루었노라
호남 일대에 산재한 절을 가보면 진묵 대사 전설을 많이 들을 수 있다. 전북의 봉서사와 구암사, 월명암과 성모암, 전남의 백양사, 운문암 등이 그렇다. 이중에서 차와 직접 관련된 절은 운문암이 아닐까 생각된다. 다각(茶角)이란 ‘차…
200511082005년 11월 02일고국 그리워 하늘 끝에서 차 마시노라
사명대사의 혼이 서린 밀양의 표충사를 들른 뒤 해인사로 가는 길이다. 밀양은 사명대사의 고향이자 차의 고장이다. 다죽리(茶竹里), 다원동(茶院洞), 다촌(茶村), 사명대사의 생가 터 이웃마을인 다례리(茶禮里) 등 차와 관련된 지명이…
200511012005년 10월 31일차를 많이 마시면 나라가 흥하리라
가을비가 멎기를 기다릴 겸 하룻밤을 광주에서 보내고 아침 일찍 무등산을 오른다. 의재(毅齋) 허백련(許百鍊, 1891~1977)을 만나러 가는 중이다. 등산객을 상대하는 가게를 지나 증심천의 첫 다리를 지나니 의재의 유적들이 나타난…
200510252005년 10월 19일차 달이는 연기 속에서 제왕운기 저술
물 맑은 오십천의 절벽 위에 지어진 삼척 죽서루(竹西樓)는 관동팔경 정자 중에서 가장 크다고 한다. 그래서 예로부터 삼척이 자랑하는 명소가 되어 전해 내려오고 있다. 누각 안에는 시인 묵객들의 시판(詩板)과 편액(扁額)들이 즐비하다…
200510182005년 10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