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8

2006.06.06

만화가 생활 잠시 접고 애니메이션 감독 변신

  • 전원경 기자 winnie@donga.com

    입력2006-06-05 11: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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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가 생활 잠시 접고 애니메이션 감독 변신
    6월2일 저녁 7시 홍익대 체육관에서 열리는 ‘2006 안티성폭력페스티벌-성벽을 넘어서’에서 독특한 애니메이션이 상영된다. ‘육다골대녀(肉多骨大女)’라는 이 단편은 머리가 크고 몸이 뚱뚱한 주인공이 외모 때문에 험난한 인생을 산다는 내용. 그런데 이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어, 저 그림!” 하고 감탄할 만화 마니아들이 분명 있을 것 같다. ‘육다골대녀’의 감독은 90년대 후반, 만화잡지 ‘나인’에 ‘쇼트 스토리’를 연재했던 이애림(34) 씨다. 강렬하고 그로테스크한 그녀의 그림은 4페이지의 짧은 연재물이었음에도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어당겼다.

    “사람들이 ‘나인’ 연재를 많이 기억해요. 왜 그렇게 무서운 그림을 그리냐는 질문도 자주 듣는데, 제 눈에는 다 예뻐 보이거든요.(웃음) 객관적인 아름다움과 제가 느끼는 아름다움은 다르지요. 공포영화를 좋아하는데 그런 성향이 그림 속에 비치는 것 같기도 해요.”

    ‘육다골대녀’는 이 감독의 두 번째 애니메이션이다. 만화를 그리며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을 다니는 내내 ‘애니메이션을 할까 말까’ 망설이던 이 감독은 졸업작품을 하면서 그제야 ‘애니메이션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두 번째 작품으로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한 옴니버스 애니메이션 ‘별별 이야기’의 한 단편인 ‘육다골대녀’를 제작했다. 이 작품이 제8회 서울여성영화제에서 이프상을 수상하며 이번 안티성폭력페스티벌에도 초청된 것.

    “제 자신이 좀 아웃사이더 기질이 있는 것 같아요. 만화를 그리거나 애니메이션을 만들면 ‘마이너리티의 감성을 담았다’고 평가해주시거든요. 그런데 ‘육다골대녀’ 같은 경우는 많이들 좋아해주셨어요. 나도 대중과 소통할 수 있구나 싶어서 기뻤죠.”

    영화 ‘여우계단’과 서태지 뮤직비디오의 일러스트를 그리는 등,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넘나들며 전방위로 활동하는 이 감독은 요즘 장편 애니메이션 ‘을씨년’을 준비 중이다. “한 여자아이가 이사 간 동네에서 기괴한 사람들, 또 사람이 아닌 것들과 친구가 된다는 이야기예요. 대중의 코드를 못 맞추는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늘 있었는데 이번에는 좀더 대중과 친근해질 만한 작품으로 만들어보려고요.” 그렇다고 이 감독 특유의 개성이 어디 갈까?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다는 ‘을씨년’을 얼른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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