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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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삭스’ 구장 흙 퍼왔던 김선우의 애착

  • < 김성원/ 스포츠투데이 야구부 기자 > rough@sportstoday.co.kr

    입력2005-01-05 14: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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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드삭스’ 구장 흙 퍼왔던 김선우의 애착
    지난 6월21일은 한국야구가 메이저리그에 명성을 떨친 날이었다. 박찬호가 애리조나전 선발 등판에서 7이닝 3실점으로 호투하자 상대팀에서 김병현이 곧이어 마운드에 올라 강타자 게리 셰필드를 삼진으로 솎아냈다. 서부의 로스앤젤레스에서 맞대결을 펼치는 동안 동부의 보스턴에서는 김선우가 마지막 투수로 등장,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호투했다. 팀의 강력한 마운드 사정 때문에 결국 다음날 마이너리그행 짐을 쌌지만 김선우는 이날 경기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소녀 팬들이 좋아할 법한 이름과 앳된 얼굴의 김선우는 지금보다 아마시절 더 유명했다. 일찍부터 유명세를 탔으니 프로구단이 스카우트 공세를 펼친 것도 당연하다. 고교 졸업을 앞둔 95년 말. LG트윈스 관계자들이 김선우의 집으로 총출동했다. 어윤태 단장, 유지홍 스카우트가 내심 생각한 액수는 10억 원.김선우도 LG에 가고 싶어했다. 아버지 김대중씨가 12년 동안 다니던 직장을 당시 그만뒀지만 퇴직금은 3000만 원뿐이었으니 가족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던 것. 그러나 아버지의 생각은 달랐다. 자신이 대학을 중퇴한 탓에 ‘아들만은 대학 졸업장을 받게 하겠다’는 생각이 앞선 것이었다. LG의 스카우트 공세가 이어지자 김대중씨는 마침내 이런 제안을 했다.

    “좋습니다. 선우를 LG에 보내죠. 대신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김대중씨).

    “뭡니까. 뭐든 말씀만 하시죠”(어윤태 단장).

    “대학에 다니는 댁의 따님과 결혼을 시킵시다. 사돈을 맺자는 거죠”(김대중씨).



    순간 어윤태 단장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얘졌다는 소문이다. 어단장은 아들만 둘을 뒀기 때문. 과장된 얘기겠지만 그때 어단장은 아들 중 하나를 성전환 수술이라도 시켜 김선우를 잡았으면 하는 심정이었다고 한다. 결국 LG는 김선우를 놓쳤고, 그는 고려대 2학년에 재학중이던 97년, 125만 달러의 사이닝 보너스를 받고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했다. 레드삭스에 대한 그의 애착은 예전부터 남달랐다. 고3시절이던 95년 8월 세계 청소년 선수권대회 출전 당시 펜웨이파크 구장의 흙을 담아 왔을 정도. 그 모습을 지켜본 조 해링턴 구단주가 “저 선수는 반드시 입단시키라”고 지시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포터컷 인근에서 아파트를 임대해 홀로 살고 있는 김선우는 초조함을 달래기 위해 휴일엔 바다낚시를 즐긴다고 한다. 태평양을 건넌 지 4년 만에 메이저리그의 짧은 묘미를 맛보고 다시 마이너리그로 내려왔지만, 김선우는 그다지 조급해하지 않는다. ‘진인사 대천명’. 꼼꼼한 메모 습관이 있는 그가 자신의 수첩 맨 앞 쪽에 써놓은 좌우명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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