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령 근해의 오천항, 장흥의 득량만이 제일의 산지로 알려져 있다. 키조개는 주로 패주(관자)를 식용한다. 단백질이 풍부하고 정혈작용이 있어 임산부의 산후조리나 피부미용 그리고 혹사당한 간장을 보호하는데 최고다. 술안주나 탕국으로 들면 그 맛이 다른 조개 맛보다 달보드레하고 웅숭깊다. 청정해역의 100% 자연산이므로 잠수부를 동원해 채취해야 한다.
패주는 일본에 전량 수출하였으나 최근에는 서울에서도 키조개 탕집이 늘고 있다. 인사동 입구 낙원상가 근처 계동초등학교 골목에 있는 송학식당(김순애, 02-765-5335)은 짱뚱어탕과 함께 키조개탕으로 여름 입맛을 한껏 돋운다. 키조개를 이용한 음식으로는 우선 패주를 얇게 나박나박 썰어 문어와 함께 술안주로 내는데 그 맛이 부드럽고 순후하다. 키조개 살을 넣어 쌀가루로 끓인 국물은 조개탕으로서는 별미에 든다. 짱뚱어탕이 특유한 스태미너 음식이라면 키조개탕은 속앓이를 부드럽게 푸는 입맛으로 즐길 수 있다. 대개 한번 먹어본 미식가들이 패주 구이와 탕을 찾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달착지근하게 혀를 자극하며 감칠맛 나게 엉기는 것도 그렇거니와 밀가루와 달리 키조개 살이 쌀가루 국물과 합을 이루는 것이 가히 환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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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봄철에서 여름철로 넘어올 때면 식인 상어가 돌출하여 잠수부들을 괴롭히는 것도 이 무렵이다. 홍합이 동해(東海) 부인이라면 키조개 또한 서해(西海) 부인으로 미인 반열에 들 수 있어 맛과 미인은 동체라 볼 수 있는데 마가 끼는 법 또한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오천항에는 조선 중종 5년 서해안 방어기지의 하나로 축성된 성곽이 있고, 이 성(城) 밖으로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조선후기 천주교 박해 때는 500여 명의 신도가 순교한 갈매못 성지가 있고, 또 삼국설화 중 도미(都彌) 부인의 정렬사당이 있는 곳이다.
송학식당에서 키조개는 최근에 개발한 음식이지만 송학별주(동동주)와 함께 곁들이는 짱뚱어는 오래 전부터 단골손님으로 바글거린다. 구수하면서도 비리지 않은 여름 보강식품이기 때문이다. 서해의 물 속에 잠자는 미인 키조개보다는 못 생긴 물고기지만 그 맛은 각별하기 때문이다. 키조개탕과 짱뚱어, 서울 사람들에게는 낯설지만 남도 사람들에게는 여름 스태미너 음식으로 각광 받아 온 음식이다(키조개탕 2인분 1만5000원, 짱뚱어탕 2인분 1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