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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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의 폭소태풍 주역 ‘알까기 걸’

  • < 김대오/ 스포츠투데이 연예팀 기자 > dokim@mac.com

    입력2005-01-05 15: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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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상의 폭소태풍 주역 ‘알까기 걸’
    ‘반상(盤床)의 웃음미학’.

    바둑을 두든, 오목을 두든 바둑판을 앞에 두고웃는 사람은 드물다. 프로기사 이창호 9단은 목석 같은 표정 때문에 ‘돌부처’라는 별명이 붙어 있고, 조훈현 9단도 기껏해야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혼자말을 하는 것이 전부다. 이처럼 엄숙하기 짝이 없는 바둑판이 폭소의 도가니로 변하고 있다. 바로 MBC TV ‘오늘 밤 좋은 밤’의 한 코너인 ‘알까기’ 때문. 프로기사들조차 이 프로그램을 보며 웃음보를 참지 못한다. 또 오락 프로그램, 특히 코미디 프로그램 출연을 마치 밤무대 출연인 양 여겨온 묵직한 초대손님 중에는 제작진의 섭외전화를 받고 “왜 이제야 부르냐”며 화를 내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그만큼 인기가 있다는 이야기. 아이들 장난 같은 알까기에 진지한 표정으로 전념하는 알까기 기사들의 표정연기도 일품이지만, 최양락의 구수하지만 어이없는 해설과 탤런트 뺨치는 외모를 지닌 개그맨 여윤정(24)의 순발력 넘치는 진행도 프로그램의 인기에 톡톡히 한몫 하고 있다.

    명지전문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지난 97년 MBC 공채 개그맨으로 웃음연기를 시작한 여윤정은 사실 바둑에는 문외한. 하지만 프로그램을 맡은 후 여러 가지 바둑 책을 섭렵, 웬만한 바둑용어는 모두 꿰뚫었다고.

    “이렇게 뜰 줄은 몰랐어요. ‘알까기’를 진행하기 전에 선배인 서승만과 호흡을 맞춰 꾸미던 슬랩스틱 코미디 ‘바이러스’ 코너는 날밤을 새며 연습했지만 별 반응을 얻지 못했거든요. 그땐 정말 속상했는데, ‘알까기’ 코너를 진행하고부터 많은 사람이 저를 알아보는 게 너무 신기해요.”



    방송국 인터넷 게시판에 ‘얼굴이 너무 예쁜데 진짜 개그맨이냐’는 질문이 쇄도할 정도로 여윤정은 지적이면서도 섹시한 이미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예쁘다’는 칭찬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고.

    “슬랩스틱 코미디가 주류를 이루는 우리 나라 형편에선 눈에 띄는 얼굴이 별로 도움이 안 돼요. 똑같은 아이템을 김효진 언니가 하면 웃고 내가 하면 웃어주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어쨌든 여윤정은 ‘예쁜 얼굴’을 커버하기 위해 노력에 노력을 아끼지 않는 케이스다.

    몇 분 되지 않는 코너를 진행하면서 초대손님의 자료를 일일이 조사하고 알까기에 응용할 만한 바둑용어를 찾기 위해 밤을 새운다. 그리고 우리 나라 코미디 프로에서 신인들에게는 좀처럼 허용되지 않는 순간적인 애드립도 과감하게 내뱉는다. 시청자가 폭소를 터뜨리는 포인트를 적극적으로 찾아내는 그런 노력들이 무명의 여윤정을 인기인 ‘알까기 여사’로 만든 게 아닐까.

    이런 인기 덕분에 여윤정은 요즘 다른 영역에까지 활동을 넓혔다. iTV의 연예정보프로그램 ‘연예세상’의 MC를 비롯해 MBC 라디오 ‘만화열전’에서는 목소리 연기까지 펼치고 있는 것.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를 즐겁게 할지 자못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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