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생 자녀를 둔 국자인 카페 운영진과 토론 중인 이주호 교과부 장관.
“엄마들이 입시 정보에 목말라 있는 걸 교과부(교육과학기술부)와 대학은 알까요? 알고도 모른 체한다면 전국 엄마들 가만히 있을 수 없어요.”
입학사정관제 전형 10% 선에서 유지
얼마 전 교육 정보 품앗이 운동을 벌이는 ‘국자인’(cafe.naver.com/athensga, 상자기사 참조) 카페에 한 학부모가 올린 글은 그들이 얼마나 절박한 마음인지 잘 보여준다. 학부모의 적극적인 지지가 없는 교육 정책은 성공하기 힘들다. 그래서 이주호(50) 교과부 장관과 ‘국자인’ 운영진이 한자리에 모여 입시와 교육 전반에 대해 토론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국자인 운영진은 입학사정관제(이하 입사제), 대입 간소화 등 민감한 교육 현안을 중심으로 아이와 학부모가 겪는 어려움을 솔직하게 전했고, 이 장관은 이를 열린 자세로 경청하면서 학부모들이 현 교육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대목에선 진땀을 빼기도 했다.
이윤선 씨.
이주호 장관(이하 이 장관) : 교육은 과정이 즐거워야 하는데 지금까지의 교육은 시험에 초점이 맞춰져 아이들의 관심도 ‘어떻게 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까’에만 쏠려 있었습니다. 입사제의 취지는 점수로는 드러나지 않는 재능과 잠재력을 바탕으로 아이들을 선발하는 것입니다. 입사제의 틀에 아이를 끼워 맞춘다고 생각하지 말고, 아이가 하고 싶은 걸 하면 입학사정관이 그것을 찾아내 봐준다고 편안하게 받아들이면 좋겠어요. 점수 중심의 입시 제도를 완화해보자는 것이지, 또 다른 부담을 주려고 하는 게 아니거든요. 모든 걸 학부모가 챙겨준다는 생각도 버리고 아이에게 맡겨주세요.
권희숙 씨.
이 장관 : 거꾸로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입시가 성적순으로 아이들 줄 세우기가 된다면 학교에서 운동이나 체험 같은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을까요? 입시 제도와 공교육 중 어느 쪽이 먼저가 아니라 두 가지가 동시에 천천히 속도를 맞춰가며 바뀌어야 합니다. 정부도 그것을 감안해 입사제 전형을 10% 선에서 유지하되 내실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입니다.
이미애 : 입사제가 아이들이 원하는 걸 하도록 돕겠다는 취지인데 학교생활을 들여다보면 그럴 만한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심지어 방과후 수업을 해야 할 시간에 학과 공부만 시키는 학교도 있죠.
이 장관 : 정부는 동아리 활동이나 방과후 특기 적성 교육을 강화하도록 유도합니다만, 교육 현장에서 제대로 실천하지 않는다면 시정해야죠. 일부 부작용이 나타날 수는 있지만, 큰 틀에서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방향이 옳다고 판단했다면 긍정적으로 봐주길 부탁드립니다. 현재의 입시 제도를 이어갈 수는 없지 않습니까. 부모 세대가 학교에 다닐 때보다 지금 아이들이 훨씬 더 힘든 생활을 합니다. 입시 제도와 공교육이 변하지 않는 한 아이들의 동생, 그 동생은 훨씬 더 힘들어질 것입니다. 저희는 공교육이 살아나서 아이들이 학교 공부만 해도 입시에 큰 부담을 갖지 않도록 하는 선순환을 만들고자 합니다. 그 과정에서 일부 어려운 점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정부도 힘들지만 학생과 학부모가 훨씬 더 힘들다는 것 또한 잘 압니다. 그래서 그 고통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미애 씨.
이 장관 : 입학사정관을 어떻게 뽑고 운용하는지는 대학에 맡겼지만, 고용 기반이 안정돼야 좋은 인력풀을 확보하는 건 사실입니다. 정부도 입학사정관의 신분 보장뿐 아니라 실질적인 내실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입사제 전형이 공교육에서 이수한 활동 중심으로 평가될 수 있도록 하고, 초중고교의 창의·인성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교육과정을 다양화하며, 창의적 체험활동을 활성화하는 등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학교 내에서 입사제를 준비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 중입니다. 또 올해 진로진학 상담교사 1500명을 배치해 공교육 내에서 진로·진학지도가 활성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권희숙 : 진로진학 상담교사의 수가 느는 건 피부로도 느낄 수 있습니다. 다만 단순한 양적 확대에 그치지 말고 우리 아이의 미래에 대한 상담을 믿고 할 수 있을 만큼 전문성도 확보했으면 합니다. 또한 현장체험학습이나 전문가 특강, 각종 직업군 종사자의 멘토링을 통해 다양한 직업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하도록 해 진로 선택의 폭을 넓히면 좋겠습니다.
이 장관 : 물론입니다. 각 학교의 진로체험 프로그램을 확충하고 국가적인 종합 진로 정보망인 ‘커리어넷’(www.career.go.kr)을 강화해 진로와 직업에 관한 체계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방법도 모색 중입니다.
이윤선 : 적어도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가 대학에 갈 때까지는 입시제도가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고1 때부터 자신이 원하는 대학 전형에 맞춰 열심히 준비했는데 그 전형이 없어지면 아이는 갈 곳이 없습니다.
자주 바뀌는 입시제도 따라가기 힘들어
이주호 교육과학 기술부 장관.
권희숙 : 현재 대학별 전형이 3000여 개에 이를 만큼 종류가 많고, 그 내용도 어려워 부모와 학생이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난감한 경우도 많습니다. 대입 전형 간소화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 장관 : 그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잘 알고 있고 대입 전형 간소화를 주요 정책 방향으로 설정해놓았습니다. 2012학년도 대입에서 전국 200개 대학 중 84개 대학이 정원 내 전형 수를 2477개에서 2108개로 15% 축소한 상황이고, 향후 더욱 간소화할 수 있도록 유도해나갈 계획입니다.
이미애 : 복잡한 입시 정책과 사교육은 불가분의 관계며,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것으로(면접, 논술 등) 입시를 치르면 사교육 시장이 교묘하게 먼저 움직입니다. 대입 전형 간소화는 사교육 부담을 줄인다는 점에서도 꼭 필요합니다.
이 장관 : 2010년 통계청에서 실시한 사교육비 조사결과, 총 사교육비 지출 규모와 학생 1인당 사교육비가 전년에 비해 각각 3.5%, 0.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학부모들이 체감할 정도는 아니지만, 사교육 관련 통계조사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논술 비중을 축소하고 대입 전형을 간소화하는 것은 물론, 교실 수업의 변화, 학교 중심 영어·수학 교육 내실화, 방과후 수업의 수준 향상 등을 통해 사교육비 부담을 계속 줄여나가겠습니다.
대담을 마친 후 이 장관은 “그간 교육 정책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일관성이 없었다는 점이다. 조금 추진해 보다 아니다 싶으면 없던 것으로 하고 방향을 트는 일이 반복되면서 혼란이 가중됐고, 결과적으로는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만 커졌다. 현 정부가 교육 정책 방향을 확실하게 잡은 만큼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대담을 마친 후 국자인 운영진은 “현 정부의 교육 정책 방향성과 이 장관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앞으로도 교육 주체가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자주 마련해 소통을 활성화하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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