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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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음악의 매력 대중에 어필할 마지막 기회”

‘TOP밴드’ 기획 KBS 김광필 PD “서바이벌 아닌 음악 프로그램”

  • 박은경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입력2011-06-13 09: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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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밴드 음악의 매력 대중에 어필할 마지막 기회”
    ‘대한민국 밴드는 다 모여라!’라는 외침에 661개 팀 2725명이 방송국 스튜디오 네 곳을 점령했다. 6개월에 걸쳐 펼쳐질 밴드 서바이벌 대장정의 스타트를 끊은 1차 예선 참가자들이다. 그중 첫 관문 통과의 행운을 잡은 팀은 206개. 환희와 탄식이 교차하고 끼와 개성이 넘쳐나는 열정의 순간은 6월 4일 밤 10시 첫 전파를 탔다.

    1억 원의 상금을 놓고 아마추어 밴드가 격돌하는 ‘TOP밴드’를 기획한 사람은 26년 경력의 PD이자 책임프로듀서인 김광필(53) EP. “밴드는 최근 쏟아진 오디션 프로그램의 마지막 영토라고 생각했다”는 그는 4월부터 본격적으로 ‘TOP밴드’ 기획에 돌입했다. 하지만 밴드 서바이벌을 구상한 때는 2년 전 그 자신이 경기도 일산 거주자들로 ‘알밴드’를 결성해 드러머로 활동하면서부터다.

    “청춘 시절부터 음악을 워낙 좋아해 기타를 쳤는데, 나이가 드니까 리듬감이 더 좋아져 드럼으로 악기를 바꾸게 되더라고요.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며 익힌 문학적 감성이 음악과의 깊은 인연으로 이어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661개 팀 음악 수준 예상보다 훨씬 뛰어나

    ‘TOP밴드’의 첫 방송은 참가자의 연주 장면과 심사위원의 평가 등 뜨거웠던 1차 예선 현장, 그리고 대한민국 밴드의 역사를 짤막하게 소개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첫 무대에서는 ‘TOP밴드’ 심사위원과 코치진의 합동공연에 이어 성우와 KBS 아나운서로 구성된 아마추어 밴드 2개 팀의 서바이벌이 펼쳐졌다.



    성격상 예능국에서 제작하리라는 ‘착각’과 달리, 그는 교양국 소속이다. “밴드음악에 대한 ‘메시지’가 담긴 2회를 보면 교양국이 이 프로를 만드는 이유를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이전부터 교양과 예능을 접목한 프로그램을 다수 제작했다.

    “모인 밴드 수도 수지만, 음악적 수준도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어요. 직장이나 학교 일로 바쁜 아마추어 밴드가 예선 시간을 맞춰야 하는 제약이나 ‘우리 실력으로 될까’라는 고민, 연습시간 부족 같은 한계를 털어버리고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놀랄 일이죠.”

    그의 말에 따르면, ‘TOP밴드’ 참가자는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평소 음악이 하고 싶어 몸을 비틀던 ‘주경야음(晝耕夜音)’ 부류, 프로가 되고 싶지만 아직 무명인 인디밴드, 그리고 고교생과 대학생이 모인 학생 밴드다. 206개 예선 통과 팀은 6회 방송까지 24개 본선 진출 팀으로 추려진다. 이들 본선 진출 팀을 4개씩 묶어 프로 음악인 코치 1명이 지도한 뒤 토너먼트 형식으로 서바이벌을 치러 최후 ‘TOP’을 향한 질주를 이어가는 포맷이다.

    “코치진과 심사위원을 영입할 때 의외였던 점이 하나 있어요. 프로 음악인이라면 당연히 심사위원을 선호할 줄 알았는데 코치를 더 하고 싶어 하더라고요. 열정 넘치는 아마추어를 조율해 제대로 키우고 싶은 욕심, 그것이 바로 진정한 음악가 정신이자 밴드 정신이겠죠.”

    ‘또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냐’는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는 “각 멤버와 악기가 어우러져 하나의 무대가 되고, 그 무대의 열기, 음악이 관객과 하나가 되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대중이 밴드와 호흡할 수 있는 기회야말로 아마추어 밴드 열풍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라는 얘기다.

    “1970~80년대만 해도 대학가요제에 출전하는 팀은 대부분 밴드였어요. 통기타붐과 직장인 밴드 열풍이 일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밴드음악이 대중에게 다시 다가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요. 아마추어 밴드에 미친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열정적인지를 시청자가 느낄 수 있다면 ‘그저 그런 오디션 프로그램 또 하나 나왔다’는 평가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리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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