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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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有感

괴담과 합리적 의심

  • 서정보 편집장 suhchoi@donga.com

    입력2017-04-03 11:2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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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만에 뭍으로 올라온 세월호는 참으로 안쓰러웠다. 찢기고 녹슨 채 옆으로 누운 선체는 고통 속에 스러져간 아이들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 같았다. 미수습자를 찾고 사고 원인을 밝히는 것이 이제 남은 과제다. 그리고 또 하나, 사고와 관련된 괴담의 진실도 물 위로 올라왔다.

    괴담의 확산은 대체로 3박자가 필요하다. 하나는 이런저런 관계없는 사실들을 묶어 동영상 등으로 만들어 퍼뜨리는 비전문가, 그런 주장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해주는 이른바 전문가, 이 둘을 종합적으로 묶어 의미를 부여하는 대중매체다. 3박자가 부족한 괴담은 자연 소멸되기 일쑤다. 

    세월호의 잠수함 충돌설도 마찬가지다. ‘네티즌 수사대’라는 별명을 가진 자로가 이런저런 일을 묶어 ‘동력을 가진 괴물체’, 즉 잠수함 충돌을 주장하는 8시간짜리 다큐멘터리를 만들었고, 이를 이화여대 화학·나노과학 전공인 김관묵 교수가 그럴듯한 이론으로 뒷받침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공개 사흘 만에 조회 수 430만 건을 기록했다. 여기에 종합편성채널 JTBC 시사프로그램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가 ‘과학적 근거’를 가진 주장으로 소개하며 확대 재생산했다.

    대체로 괴담은 ‘합리적 의심’의 형태를 띠기 때문에 매우 정교하게 구성된 것 같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평범한 상식 혹은 간단한 과학적 사실을 외면한다. 예를 들면 세월호처럼 수천t의 배를 침몰시킨 잠수함은 세월호보다 더 큰 피해를 입었을 텐데 어디로 사라졌는가 같은 기본적 의문이다.

    광우병 사태 당시 MBC ‘PD수첩’ 방송 내용의 문제점을 폭로한 번역가 정지민 씨는 당시 전말을 다룬 책 ‘주 : 나는 사실을 존중한다’에서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진실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서 명백하게 입증·논증 가능한 사실보다 우선시한 것이 문제”라고 썼다. 김관묵 교수는 “(잠수함 충돌설은) 대학 학부생 수준의 기초과학 지식과 끈기가 있으면 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괴담은 눈과 같아서 눈덩이처럼 뭉쳐지면 가공할 파괴력을 갖는다. 상식과 진실의 봄볕만이 괴담을 녹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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