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23일 담뱃갑에 경고그림이 등장했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취해진 조치로, 보건복지부는 이를 통해 2020년까지 흡연율이 최대 10% 이상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담뱃갑 경고그림 도입은 우리나라만의 정책은 아니다. 2001년 캐나다가 처음 도입한 후 현재 101개국에서 시행 중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에서 담뱃갑 면적의 50% 이상을 경고그림 및 문구로 채울 것을 의무화했는데, 우리나라는 그동안 경고 문구만 넣어오다 이번에 앞뒷면 30% 이상에 경고그림을 넣었다.
하지만 아직 다른 나라에 비하면 크기가 많이 작다. 호주는 담뱃갑 앞면의 75%, 뒷면의 90%가 경고그림이다. 캐나다는 앞뒷면 각 75%, 태국은 앞뒷면 85%를 차지한다. 이들 나라는 그림의 강도도 우리나라보다 세다. 담뱃갑 경고그림이 세계적 경향이 된 것은 효과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2016)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통계(Health Statistics·2015) 자료를 보면 경고그림을 도입한 주요 국가의 흡연율은 평균 4.2%, 최대 13.8%(브라질)까지 감소했다. 특히 청소년에게서 효과가 컸다. 캐나다 청소년의 흡연율은 경고그림 도입 첫해 22%에서 매년 1%씩 떨어져 2012년에는 11%까지 낮아졌다. 캐나다 비흡연 청소년 5명 중 1명이 ‘담뱃갑 경고그림이 흡연을 시작하지 않게끔 했다’고 응답한 설문 결과도 있다.
담뱃갑 경고그림의 효과는 흡연이 질병임을 직접 보여주는 데서 나온다. 실제로 담뱃갑에 들어간 경고그림 10종은 흡연으로 발생하는 질병과 그 폐해를 담고 있다. 그중 폐암 발병은 80~90%가 흡연과 직결된다. 비흡연자 대비 흡연자의 폐암 발병 확률은 하루 한 갑 흡연자가 약 24~26배, 심지어 하루 1~4개비만 피워도 3~5배 높아진다. 후두암도 만만치 않다. 80%가 흡연이 원인이며, 하루 한 갑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발병 확률이 13~14배 높다.
흡연이 발병 원인의 50%를 차지하는 구강암은 최근 금연광고에 출연한 임현용(56·가명) 씨가 생생한 증거다. 고교 졸업 후 32년간 하루 한 갑 반씩 담배를 피운 임씨는 4년 전 담배를 끊었지만 지난해 4월 목에 이상 증상이 나타났고, 구강암 판정을 받은 6월에는 혀의 3분의 1을 절제해야 했다. 암의 전이로 절제한 임파샘 자리에는 허벅지 살을 떼어 붙였다.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의 고통까지 견뎌야 했다. 임씨는 “과거를 돌이킬 수 있다면 절대 흡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실제 비흡연자에 비해 흡연자의 구강암 발병 확률은 10배나 높다. 담뱃갑 경고그림은 임씨처럼 후회하는 사람을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도입한 제도다. 담뱃갑 경고그림은 구강암 외에도 심장질환, 뇌졸중, 발기부전, 피부 노화, 조기 사망, 간접흡연을 통한 아동 호흡기질환 증가, 폐 기능 감소, 영아돌연사라는 치명적인 문제가 일어날 수 있음을 알려준다.
경고그림이 말하는 바는 명확하다. 이러한 모든 비극이 흡연으로부터 비롯됐고, 현재진행 중인 실화라는 사실. 흡연하면 평균 10~12년 수명이 감소하는데, 30세 남성 현재 흡연자의 기대여명은 47.61년으로 비흡연자보다 6.43년 적다. 하지만 40세 전에 금연하면 사망률이 90%가량 감소할 수 있고, 60대에 금연한 사람도 70대까지 흡연을 계속한 사람에 비해 사망 가능성이 23%나 줄어든다. 국민의 목숨을 위협하는 흡연은 국가적 위협이며, 전 세계가 전쟁 중인 질병이다. 치료 방법은 금연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