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4일 오후 광주 남구 빛고을전남대병원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코로나19 대구 확진자가 긴급 이송되고 있다. [뉴시스]
익명을 요구한 중환자의학 분야 전문의 A씨는 ‘주간동아’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경고했다.
6088명 대(對) 26명. 3월 5일 오후 4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와 확진자 중 위중환자 수다. 확진자 대비 위중환자 비율이 0.43%로 매우 낮아, 적어도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처럼 보인다. 같은 시각 현재 사망자는 42명이며 치명률은 0.7% 수준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앞으로가 문제”라고 경고한다.
중환자실에는 음압, 음압병상에는 중환자 장비 없어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전체 코로나19 확진자의 80%가 경증환자, 20%가 중증 이상 환자로 분류된다. 중증 이상 환자 중 인공호흡기 같은 의료장치가 필요한 위중환자는 5% 남짓. 실제 열흘 전(2월 23일) 확진자(556명)의 5%(27.8명)는 3월 4일 중대본이 밝힌 위중환자 25명과 유사한 규모다. 3월 5일 오후에 확진자가 6000명을 넘어섰으므로 앞으로 일주일에서 열흘 사이 위중환자는 300명 이상으로 폭증할 수 있다. 물론 확진자가 증가하는 만큼 위중환자 역시 그에 비례해 늘게 된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위중환자 치료 시스템 확충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대본에 따르면 전국 음압병상은 1027개. 하지만 음압병상은 산소공급장치를 구비해놓았을 뿐 중환자 치료 장비는 갖추지 않고 있다. A씨는 “한마디로 중환자실에는 음압병상이 없고, 음압병상에는 중환자 치료에 필요한 인공호흡기나 각종 모니터링 장비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대형병원이 중환자실에 음압병상을 갖추고 있지만, 이 경우에는 또 음압병상에 필요한 전실, 탈의실 등이 없다”고도 덧붙였다.
경증에서 폐렴 나타나는 환자 갈수록 늘어
3월 4일 육군 장병들이 국군대구병원에서 음압병상 확충공사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육군]
우선 대구·경북지역 의료기관들은 급한 대로 코로나19 위중환자들을 위한 중환자실 확충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으로 지정된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은 경증환자만 맡기로 했으나, 현재는 중증도 구분이 무의미해진 상황이다. 남성일 대구동산병원 교수(이비인후과·기획실장)는 “현재 입원환자 288명 중 60~70%가 경증이라고 볼 수 없는 폐렴 환자”라고 밝혔다. 2월 21일부터 입원하기 시작한 경증환자 상당수가 상태가 나빠져 폐렴 증세를 보이고 있고, 새로 입원하는 환자 중 증세가 가볍지 않은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에 대구동산병원은 3개였던 중환자 음압병상을 10개로 늘렸다. 새로 늘린 음압병상 7개는 이동형 음압기를 사용한다. 물론 충분한 대책은 아니다. 남 교수는 “이동형 음압기는 효과가 제한적이라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의료진도 부족하다. 중환자 음압병상 10개를 가동하려면 중환자 치료에 숙련된 의사 및 간호사가 각각 최소 6명, 20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확보된 인력은 의사 1명, 간호사 6명에 그친다. 위중환자 급증 현황에 비춰볼 때 10개 음압병상도 충분치 않다. 남 교수는 “대구지역 각 병원이 코로나19 중환자 치료 병상을 확충하려고 갖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늘어나는 중환자를 감당하지 못해 의료 마비가 올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중환자실에 숙련된 의료진 확보도 관건
코로나19 확진자 이송 등 임무 수행을 위해 전국에서 온 119 구급대원과 구급차가 5일 오전 대구 달서구 옛 두류정수장 부지에 모여 있다. [뉴스1]
시설을 갖췄다 해도 의료진이 확보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중환자 치료에 숙련된 의료진을 어떻게 모집하고 배치할지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A씨는 “신천지 대구교회 같은 대형감염 사태가 추가로 발생하지 않는 한 확진자 1만 명 선에서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사망 피해를 줄이려면 확진자 1만 명을 전제로 만반의 대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