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대표팀 시범경기는 물론, 아마추어 경기까지 전부 연기됐다. [동아DB]
국내는 더한 타격을 입었다. 일찌감치 경기 일정을 연기 및 취소하는 등 발 빠르게 대처한 편이다. 사후 대책을 강구하고 있으나 현재로선 정해진 게 하나도 없다. 일단 ‘잠정 중단’이라는 말로 모든 걸 덮어놨다. 피해액이 얼마냐는 등의 보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단순히 ‘돈’의 관점에서만 바라볼 일은 아니다. 수년간 준비해온 메이저대회를 앞두고 팀 내부 일정이 엉망이 됐다. 또 선수 개개인이 미래를 걸고 싸울 시기에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부상자 많은 국가대표팀은 한 템포 쉬고
국가대표팀은 시범경기가 전부 취소됐지만, 다친 주축 선수들을 쉬게 할 기회가 생겼다. [동아DB]
남자 국가대표팀 내에서는 “오히려 다행”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스쿼드 내 핵심 자원이 줄줄이 앓아누웠기 때문. 현재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황희찬(레드불 잘츠부르크), 김영권(감바 오사카)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김민재(베이징 궈안) 또한 부상 이후 실전을 치르지 못한 상태다. 이들을 떼놓고 전장에 나갈 뻔하던 벤투 감독은 시간을 꽤 벌었다. 물론 “코로나 덕에 한숨 돌렸다”는 긍정적 해석에 “우리가 2차 예선까지 총력전을 벌일 수준이냐”고 반박하는 목소리에도 백분 공감한다.
진짜 문제는 올림픽대표팀이다. 예정대로라면 오는 여름 일본 각지에서 각 대륙 선발팀과 격돌한다. 이에 3월, 6월 FIFA A매치 기간을 활용해 평가전을 치르는 등 막바지 담금질에 들어갈 계획을 세웠다. 선수단 구성은 물론, 본선에 맞춰 팀 전술 전략도 더욱 세밀하게 다듬을 시기였다.
그랬던 김학범호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당초 추진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코트디부아르 방한 일정은 일찌감치 취소 통보를 받았다. 제3국으로 옮겨 치르는 것도 결국 없던 일이 됐다. 아프리카 축구를 몸소 느끼며 대비할 기회가 사라진 것이다. 중동에서 브라질 등과 격돌하는 안도 상대 축구협회를 통해 나왔으나, 이 역시 코로나19 여파로 백지화됐다. 지난해 9월 시리아가 선수단 여권 문제로 두 차례 평가전을 무산시킨 데 이어 또 평가전이 날아가게 생긴 남자 올림픽대표팀. 참, 복도 없다.
대표팀 평가전도 연이어 취소
당장 시범경기로 몸을 풀어야 할 올림픽 대표팀이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모든 경기가 취소됐다. [동아DB]
보통 메이저대회 준비 기간은 수년에 달한다. 이에 맞춰 일종의 사이클을 만들어둔다. 가령 이번 3월에는 올림픽대표팀 최종 엔트리 숫자에 맞춰가는 작업을 진행해야 했다. 총 23명을 데려간 AFC U-23 챔피언십과 달리 올림픽은 18명에 불과하다. 구단 반대로 챔피언십에 차출하지 못한 이들을 최종 테스트하고, 최대 3장 쓸 수 있는 와일드카드를 어디에 얼마나 배치할지도 정하는 단계였다.
하지만 이 과정을 적정 수준의 평가전 없이 돌파해야 한다. 국내 프로팀이나 대학팀과 연습경기를 진행할 순 있겠으나, 아무래도 국제무대 대비 다양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고 긴장감도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김 감독이 누누이 말한 대로 “수준 있는 팀들과 붙어봐야 진짜 우리의 문제가 뭔지 알 수 있다”는 기대 또한 빗나갔다.
올림픽 연기설까지 도는 형국이다. 감염병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퍼지는 팬데믹 단계로 접어들면 정상 개최도 불투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무관중 경기라는 선택지도 있다곤 하나, 수익 차원에서 덥석 물 수 있는 안은 아니다. 남자 축구 올림픽대표팀이 골머리를 앓는 가운데,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 올림픽대표팀도 뒤숭숭하긴 매한가지다.
축구 꿈나무들 미래도 불투명
여자 축구 올림픽대표팀은 흐름이 꽤 괜찮았다. 2월 제주에서 열린 최종예선. 불참 의사를 밝힌 북한을 빼고 베트남과 미얀마를 제압하면서 마지막 관문인 플레이오프만 남겨둔 상태였다. 3월 중국과 1, 2차전만 잘 치른다면 사상 첫 올림픽 진출도 가능했다. 하지만 이 역시 코로나19 사태로 6월쯤에나 열릴 예정이다. 문미라(수원도시공사 여자축구단), 장창(서울시청)이 통증을 호소하는 등 벨 감독의 구상에 금은 갔지만, 2월 기세를 쭉 밀고 나가야 했던 감도 있다. 특히 여러 선수의 차출 문제를 놓고 복수의 소속팀과 재논의하게 생겼다.아마축구도 비상이다. 여기엔 축구 인생이 걸린 이들이 적잖다. 각급 막바지, 즉 진학이나 취업 등으로 다음 단계를 앞둔 이들이 문제다. 상급 학교 스카우트 영향권에 놓인 초등, 중등 졸업반 선수들에겐 대개 2월 열리는 춘계대회가 분수령이 된다. 하지만 실력을 선보일 장이 사라져 지도자와 관계자들도 혼란스러운 상태다. 그간 관찰해온 선수들을 전국대회 지표로 최종 점검하고, 선발 여부를 확정하려던 시기를 놓친 것이다. 물론 진학이 국가 비상사태에 준하는 긴급 상황까진 아닐 수 있어도, 막판 뒤집기를 노리며 겨울을 보낸 꿈나무들은 좌절감을 맛봤다.
대학 진학 또는 프로행과 관련 있는 고교 선수들은 죽어나게 생겼다. 대회 성적이 입시에 반영되는 현행 제도상 이를 취소할 수 없다고 대한축구협회 측도 가닥을 잡았다. 그 대신 2월 대회를 한여름으로 미뤘다. 5, 7, 8월에 걸쳐 세 차례 전국대회라는 강행군이 편성된 것이다. 대학 선수들은 또 어떤가. 스카우트 눈에 들고자 안간힘 쓰던 이들도 김이 빠졌다. 특히 지방대 선수들은 평상시 노출 빈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그나마 증명해 보일 기회마저 잃었다. 특정 지역에서 열리는 전국대회라도 취소된다면 이들이 입는 타격은 막대하다.
어느 프로팀 관계자가 하소연을 해왔다. 일정 지연에 따른 매출 하락은 물론이요, 선수단의 실전 감각을 유지하려고 예정에 없던 연습경기까지 잡느라 죽을 맛이란다. “이 시국에 어느 지방자치단체가 흔쾌히 운동장을 쓰라고 하겠어요?”라고 말하며 짓던 쓴웃음에 허탈함이 가득했다. 자금 규모가 안정된 프로팀은 그나마 낫다. 축구계 파생 산업에 종사하는 영세 사업자들 모두 고사해가고 있다. ‘잠시 멈춤’이나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캠페인까지 벌이는 지금, 이 사태가 속히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