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가 홈페이지]
‘007 노 타임 투 다이’의 한 장면. [인스타그램 캡처]
제임스 본드는 영국 작가 이언 플레밍의 작품에 나오는 가상의 영국 첩보원이다. 소설도 소설이지만 그가 세계인에게 널리 이름을 알린 것은 1962년부터 2020년까지 근 60년간 25편이나 제작된 영화 시리즈 때문이다.
007은 제임스 본드의 첩보원명으로, ‘00’은 영국 비밀 정보국인 MI6에서 허가해준 살인면허, ‘7’은 ‘살인면허를 가진 일곱 번째 요원’이라는 뜻이다. 소설에 따르면 007 제임스 본드는 1922년생. 소설에서 제임스 본드는 영국 사립 명문고인 이튼 학교를 졸업한 뒤 옥스퍼드대에서 동양화학과와 동물학을 전공했고, 영어·프랑스어·독일어 등 3개 국어를 구사한다. 사격술, 격투기에 능해 첩보원으로서 자질도 뛰어나고, 매력적인 외모와 화술도 갖췄다.
[인스타그램 캡처]
‘007 노 타임 투 다이’에서 제임스 본드는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인 오메가(Omega)를 착용하고 스파이 임무를 수행한다. 이런 사실은 오메가 측이 영화에 등장하는 007 에디션을 2월 먼저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007 노 타임 투 다이’에서만이 아니다. 007 시리즈에 등장하는 제임스 본드는 1995년 개봉한 ‘골든 아이’부터 2015년 ‘스펙터’에 이르기까지 모두 오메가의 타임피스(시계)를 착용해왔다. 오메가는 어떤 브랜드고, 007 에디션은 어떤 시계일까
오메가, 시계 기술의 완성
[사진 제공 · 유니버셜 픽처스]
브란트는 길고 눈도 많이 내리는 스위스의 겨울 기간에 시계를 만들었고 나머지 시간에는 직접 판매했다. 그의 명성은 유럽 전역에 퍼졌으며, 시계를 사려고 수년을 기다리는 사람까지 생겨나면서 공방은 규모가 커졌다. 1894년에는 당대 최고 시계 장인인 프랑수아 슈빌라가 발명한 ‘19 라인 포켓 칼리버’(19-Line pocket caliber·시계 동력장치에 해당하는 무브먼트)라는 획기적인 시계 부품으로 주목받게 됐다. 그가 발명한 시계는 뛰어난 정확성을 지닌 것은 물론, 표준화된 부품으로 생산체계까지 갖추게 됐다. 이런 표준화는 시계가 부유층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대중적인 가격으로 선보이게 된 시계 기술의 기념비적 발전이라 할 수 있다.
이 발명으로 시계공방은 ‘기술의 완성’이라는 뜻에서 그리스 문자의 마지막 글자인 ‘OMEGA’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오메가는 1848년부터 현재까지 시계 기술과 디자인에서 선구자적 역할을 해오고 있다. 특히 정밀도와 우수한 성능, 섬세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정확성이 생명인 국제스포츠대회에서 공식 타임키퍼로 활약해 최고 시계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1932년 LA올림픽을 시작으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2020 도쿄올림픽까지 맡은 바 임무를 다할 것임을 공표했다. ‘007 노 타임 투 다이’의 제임스 본드가 선택한 시계는 오메가 ‘씨마스터 다이버 300M 007 에디션’이다.
오메가, 007 에디션
007 에디션인 스트라이프 NATO 스트랩 버전. [오메가 홈페이지]
시계에 대한 대니얼 크레이그의 평이다. 오메가는 007을 위한 독창적인 시계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제임스 본드를 연기한 크레이그, 영화 제작자와 긴밀하게 협력했다. 제임스 본드를 위한 시계 디자인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비밀요원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크레이그의 의견과 조언을 충실히 반영했다.
대니얼 크레이그는 “007 같은 군인에게는 가벼운 시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 결과 가벼운 무게에 견고한 내구성을 지닌 ‘씨마스터 다이버 300M 007 에디션’이 탄생했다. 직경 42mm 크기로 선보이는 타임피스는 강하지만 가벼운 티타늄 케이스와 트로피컬 브라운 컬러의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해 무게를 줄였다. 007 에디션은 티타늄 메시 브레이슬릿과 스트라이프 NATO 스트랩 버전 두 가지 모델로 출시됐다. 임무를 수행하는 비밀요원에게 완벽한 파트너가 돼주는 모델이다.
그러나 무적의 세계 최고 비밀요원 제임스 본드도 코로나19의 영향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당초 이 영화는 영국에서 3월 개봉한 뒤 미국 등 다른 시장에서는 4월에 선보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3월 4일(현지시각) 제임스 본드 공식 트위터에 ‘007 노 타임 투 다이’ 개봉을 11월로 미룬다는 발표가 올라왔다.
영국에서 11월 12일, 미국과 다른 시장에서는 11월 25일 개봉하게 됐다. 개봉 연기는 제작사 MGM과 유니버셜, 그리고 제작자 마이클 윌슨과 바버라 브로콜리가 결정한 것이라고 공식 트위터는 밝혔다. 개봉 연기 사유로 코로나19를 거론하진 않았지만 코로나19의 영향 탓임이 자명해 보인다. “세계 영화시장 상황을 면밀하게 검토해 고려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영화시장뿐 아니라 명품시장도 초비상이 걸렸다. 럭셔리업체의 주요 고객인 중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은 것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관련 행사가 잇달아 취소되고 있다. 급기야 스위스에서 해마다 열리던 세계적 명품 시계·보석 박람회인 ‘바젤월드’(Baselworld·4월 30일~5월 5일 예정)도 취소됐다. 스위스 정부가 최근 참석자 1000명이 넘는 모든 공공 또는 개인 이벤트를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바젤월드 운영위원회 측은 “바젤월드를 연기하기로 했다”며 “건강과 안전상 이유로 대중 모임이나 개인 이벤트를 금지하는 선제적인 보호 원칙에 따라 이번 결정이 내려졌다”고 발표했다. 세계 최대 규모인 스위스 제네바 인터내셔널 모터쇼와 또 다른 대형 시계 박람회로 다음 달 진행될 예정이던 ‘워치스&원더스 제네바(WWG)’ 행사도 취소됐다.
WWG는 매년 1월 제네바에서 열리던 세계 최대 규모의 럭셔리 시계 박람회인 스위스국제고급시계박람회(SIHH)가 시기를 옮기면서 새롭게 바꾼 이름이다. 2020년 WWG는 세계 초우수 고객(VVIP)과 시계 바이어, 프레스 등이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로 세계 최대 럭셔리 시계회사 리치몬트그룹 소속의 시계 브랜드 까르띠에, 바쉐론 콘스탄틴, 피아제, 예거르쿨트르, 몽블랑, IWC, 로저드뷔, 파네라이 등과 오데마피게, 에르메스, HYT 같은 브랜드가 대거 참여할 예정이었다.
WWG의 취소로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달하는 초고가 시계를 준비하던 브랜드들의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한정 수량으로 1~5개만 생산하는 초고가 시계는 보통 SIHH에서 VVIP들이 직접 착용한 뒤 구입하곤 했다. 이에 따라 대다수 럭셔리업체는 올해 마케팅 계획의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시계업계 관계자는 “초고가 시계는 직접 보지 않고 선주문하는 사례가 거의 없어 명품업체들의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007 에디션인 티타늄 메시 브레이슬릿(위)과 패브릭 파우치. [오메가 홈페이지]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비록 영화는 11월 말로 개봉이 연기됐지만 007을 기다려온 팬이라면 가벼우면서도 강한 007 에디션을 지금 착용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007의 파트너로 활약한 오메가 시계 007 에디션은 전국 백화점, 면세점에 입점한 오메가 매장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