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래통합당에 합류를 선언한 같이오름의 김재섭 대표. [사진 홍태식]
IT(정보기술) 기업을 운영하는 김재섭(32) 같이오름 대표는 서울대 행정대학원 동기들과 함께 지난해 12월 같이오름 창당 준비를 시작했다. ‘삭발은 미용실에서, 단식은 집에서’ 같은 재치 있는 슬로건을 내걸었던 이들이 표방하는 것은 ‘청년정치 생태계’ 구축이다. 청년의 목소리를 정치에 반영하기 위한 시스템 정착을 목표로 삼았다.
이들이 왜 기성정당, 그중에서도 미래통합당에 합류했을까. 여의도에 위치한 같이오름 사무실을 찾아 김 대표를 만났다. 거대정당에 합류했지만 정당 준비를 하던 소규모 사무실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회의 내용이 빼곡히 적힌 화이트보드가 눈길을 끌었다.
“우리가 정치적 목소리 내자”
2월 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재섭 같이오름 대표(왼쪽에서 세 번째)가 미래통합당 합류 선언을 하고 있다. [뉴스1]
“IT 기업을 운영하면서 불필요한 규제와 기성 정치권의 끊임없는 다툼에 환멸을 느꼈다. 정책 관련 공부를 하고자 행정대학원에 들어갔다. 정책학 공부를 하다 보니 많은 청년정책이 청년 세대가 처한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가령 ‘신혼부부 전세대출’ 제도가 있는데, 맞벌이 부부는 혜택을 받기 어렵다. 오히려 부모가 돈이 많고 자신은 소득이 없는 젊은 부부에게 유리하다. 실제 젊은 부부의 상황을 모르는 것이다. 학내 정치토론연구회에서 관련 이야기를 하면서 연구 회원끼리 우리가 직접 정치적으로 목소리를 내보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청년정당을 표방하고 있다. 현재 청년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사회에서 활력이 떨어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주위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은 없고 해야 하는 일을 하는 사람만 있다. 먹고사는 것이 급하다 보니 안정적인 직장, 정규직에 몰린다. 이들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사회가 생동력을 잃어가는 상황인 것은 맞다. 국가가 해야 하는 일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공무원을 늘리는 것이 아니다.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고 교육 지원을 통해 청년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과감하게 시도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각 당이 총선을 앞두고 발표한 청년 관련 공약을 평가한다면.
“현 정책들은 우는 아이에게 사탕을 주는 것에 불과하다. 왜 아이가 우는지에는 관심이 없다. 가령 더불어민주당의 주택 10만 호 공급 정책은 청년들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청년들은 직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싶은 것이 아니다. ‘10만 호’라는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원하는 공간에 거주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정의당의 청년 기초 자산제도 마찬가지다. 3000만 원이라는 숫자를 보면 혹할 수 있다. 하지만 금융훈련이 돼 있지 않은 20세 청년이 큰돈을 한번에 받았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사탕을 주면 표를 주리라는 생각은 청년을 애처럼 여기는 것이다. 국방 관련 정책으로 나온 미래통합당의 장병 2박 3일 휴가에도 비판적인 입장이다. 모병제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인 만큼 국방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보고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 장병들 귀에만 좋게 들리는 공약이라고 생각한다.”
청년을 통계자료로만 이해하는 기성 정치권
2월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만난 김재섭 같이오름 대표. [사진 홍태식]
“보수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시스템과 시장에 신뢰를 갖고 있다. 무제한으로 서로 물고 뜯는 야수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가 룰을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 사회적 안전망도 구축해야 한다. 그 룰을 바탕으로 심판자 구실을 해야 한다. 현재는 국가의 개입이 이미 비대한 상태라고 본다.”
-현 정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현재의 소득주도성장은 소수의 신념이 정책이 된 경우다. 급격한 사회변화를 초래했다. 이로 인해 겪을 국민의 불안감,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았다. 또한 현 기득권 세력은 586이 바탕인데, 이들이 청년의 현실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청년세대를 취업률 같은 통계자료로만 이해하고, 청년세대의 어려운 삶에 대해서는 전혀 공감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독자정당을 추진하다 기성정당인 미래통합당에 합류하는 과정에서 반발은 없었나.
“물론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같이오름의 궁극적인 목적을 생각했다. 우리의 목적은 독립적인 청년정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돌이키기 힘든 상황에 처한 일자리, 연금 등 청년 관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급박함도 합류에 한몫했다. 목적 달성을 위해 좀 더 큰 확성기가 필요하다고 내부에서 합의했다.”
-미래통합당에서 청년정치를 위한 새로운 변화가 느껴지나.
“당이 완전히 바뀌었느냐 하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럼에도 미래통합당은 중도 청년층을 흡수하고 확장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우리가 그 사례다. 합류 당시 박형준 혁신통합준비위원장과 당규에 청년 관련 조항을 추가할 것을 확인했다. 총선 후에는 당내 당으로서 청년집단의 독립적인 예산권과 의결권을 보장하는 명문화된 조항을 만들 것을 요구할 계획이다.”
-앞으로 어떤 목표가 있나.
“지금은 공천 심사를 앞두고 있다. 가능하다면 서울 도봉갑에 출마하고 싶다. 어머니가 거주하는 곳이다. 또한 이곳은 민주화를 상징하는 김근태 전 의원의 오랜 지역구이기도 하다. 현 정권의 기득권 세력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의 유산도 인정해야겠지만 새로운 정치적 어젠다를 가진 젊은 세대가 바통을 이어받는다는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총선 후에는 독일의 ‘Young Union’을 꿈꾼다. 이들은 독일의 기민당(기독교민주연합)‧기사당(기독교사회연합)에 있는 청년정치 연합조직으로 독자적인 지도부를 가지고 당에 목소리를 낸다. 독자적으로 최고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으며, 12만 명이 가입해 당내에 목소리를 내는 것도 가능하다. 청년들의 정치 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행사 기획도 준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