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디병원 신진협 원장은 38세의 젊은 나이지만 벌써 어깨 내시경 시술이 1000례가 넘었다.
하나의 관절에 불과한 어깨가 이렇게 감정을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어깨의 특수성 때문이다. 어깨관절은 우리 몸의 관절 중에서 유일하게 상하좌우 360도 회전할 수 있다. 움직이는 범위가 가장 넓고 자유로워 다양한 자세가 나올 수 있기에 감정 표현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장점은 곧 단점이 되기도 한다. 어깨관절은 자유롭게 움직이는 만큼 불안정하다. 티 위에 놓인 골프공과 비슷한 구조라고나 할까. 어깨는 작은 충격에도 빠져버리거나 근육파열이 온다. 어깨는 진단도 어렵다. 예를 들면 어깨가 빠지는 경우(탈구)가 생겨도 워낙 여러 방향으로 올 수 있어 MRI(자기공명영상장치)에 잡히지 않는 일이 많다.
세계 정형외과 ‘교과서’에 실린 진단·치료법
어깨가 아픈 사람들의 고민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아무 병원이나 갔다가는 정확한 진단명조차 듣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치료를 받았는데도 통증이 없어지지 않거나, 오히려 어깨를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운동장애가 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깨가 의료계에서 하나의 전문 분야로 취급되고 국내에 관련 전문가가 배출된 것은 이제 10년이 조금 넘은 정도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마디병원(대표원장 김승호)은 어깨질환 ‘대표 병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몇 안 되는 병원 가운데 하나다. 마디병원 의료진이 개발한 어깨질환 진단법과 치료법이 세계학회에 소개되고 다른 나라 의사들이 치료법을 배우러 온다. 세계 정형외과 의사들의 교과서나 다름없는 책(‘Campbell’s Operative Orthopaedics’)에도 이 치료법이 자세히 소개됐다.
마디병원 신진협 원장은 “13, 14년 전만 해도 관절을 치료하는 의사들은 대부분 무릎관절염에만 매달렸다”며 “당시에도 어깨가 아파서 오는 환자는 많았지만 정확한 진단법조차 확립돼 있지 않아 진단과 치료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밝혔다. 마디병원은 그 시절부터 어깨관절만 공부하고 연구해온 의료진이 모여 세운 병원이다.
내시경을 이용해 어깨 수술을 하는 모습.
“모든 병이 다 그렇지만, 특히 어깨관절은 어깨를 잘 알고 많이 치료해본 의사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릎이나 허리병은 임상경험과 진료수준이 많이 보편화된 편이지만, 어깨질환은 그렇지 않거든요.”
어깨가 아프면 그저 나이 들어 생기는 오십견이려니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착각으로 병을 키우다 치료 적기를 넘기는 경우가 30~40%나 된다. 특히 요즘은 ‘몸짱’ 열풍으로 과격한 운동을 하다 어깨를 다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가장 위험한 경우는 회전근개 파열을 방치하는 것이다. ‘회전근개’란 어깨관절을 이루는 팔뼈 부위에 동그랗게 붙은 4개의 힘줄을 말한다. 이 힘줄은 나이가 들면서 반복적인 충격이나 마모에 의해 찢어지기도 하는데, 오십견과 증세가 비슷해 방치하기 쉽다.
‘오십견’은 병명이 아니라 굳어 있는 상태
“회전근개 파열은 어깨를 많이 사용하는 직업군이나, 나이 드신 분들이 배드민턴, 골프, 웨이트트레이닝 등 어깨를 사용하는 운동을 지나치게 하다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힘줄이 파열된 뒤 오랜 시간이 지나면 관절경 수술을 해도 통증만 사라질 뿐 어깨 기능은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회전근개 파열을 방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회전근개 파열은 증상이나 손상 정도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는데, 부분 파열이 일부 있거나 힘줄이 변성된 경우(회전근개 건증)라면 비수술적 치료로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체외충격파 치료로 일주일에 1회씩 4~5회 시술함으로써 힘줄을 재생시키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수술이 필요한 상태라면 어깨 부위를 절개하지 않고 작은 구멍을 뚫어 내시경을 넣은 뒤 끊어진 힘줄을 봉합하는 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 파열 규모가 작은 소·중 파열은 조기 수술로 95% 이상 완치가 가능하다. 규모가 이보다 큰 대파열도 수술로 상당히 상태가 좋아진다. 하지만 파열된 지 오래돼 회전근 근육이 지방조직으로 바뀌었을 때는 수술 봉합 후에도 근육이 재생되지 않는다. 이 경우 통증은 사라지지만 팔을 위로 들어올리는 힘은 호전되기 어려울 수 있다.
회전근개 파열이 40대 이후 많이 나타나는 반면 어깨 탈구는 10대 후반에서 20, 30대 사이에 많다. 농구 등 격한 운동을 하다 탈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탈구는 어깨가 빠지는 방향에 따라 전·후방 및 다방향 탈구로 나뉘는데 후방 및 다방향 탈구는 MRI에도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김 진단법’이 정확한 병변 파악에 도움이 된다.
탈구는 빠진 어깨를 다시 끼워 넣는 교정만으로 대부분 치료가 끝났다고 여기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한번 어깨가 빠지면 습관성 재발이 되기 쉽다. 30대 이후라면 인대나 근육강화 운동을 병행해야 하고 10, 20대 환자라면 아예 관절경 수술로 손상된 어깨조직을 복원해주는 것이 좋다.
신 원장은 “다양한 어깨질환이 있지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아는 ‘오십견’은 그만큼 오해가 많다”고 설명한다. 오십견은 병명이 아니라 어깨가 아프고 굳어 있는 상태를 부르는 말이라는 것.
“배가 아프면 ‘복통이 있다’고 하지만 복통의 원인이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등으로 다양하듯 오십견 상태를 일으키는 질환도 따로 있습니다. 대개는 (70% 이상) 회전근개 힘줄 손상에 의해 증상이 생기며 석회성 건염이나 견봉쇄골 관절염 등에 의해서도 오십견 증상이 생길 수 있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합니다.”
어깨통증은 치료와 예방 모두 평소의 생활자세가 중요하다. 평소 어깨에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어깨근육을 강화할 수 있는 운동을 해두는 것이 좋다. 치료할 때도 집에서 할 수 있는 자가운동을 배워 관절의 운동 범위를 조금씩 늘려주면 도움이 된다.
“어깨는 탈이 나도 조기에 치료하면 쉽게 고칠 수 있으므로 통증이 있을 때 곧바로 전문의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평소 꾸준한 운동과 스트레칭으로 어깨를 관리해야 하지만 40,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은 배드민턴이나 테니스 등 어깨에 부담이 가는 운동은 지나치게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