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30일 ‘국민과의 원탁대화’에 나선 이명박 대통령(맨 왼쪽).
이런 사태의 근본 원인은 경제 살리기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이 충족되지 못하면서 대통령 지지층의 이탈이 가속화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부 출범 전에는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지금은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탈층’이 23.4%를 차지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이명박 정부가 집권 초기의 혼란과 위기를 극복하고 출범 1년을 맞는 현시점에 대통령 지지도가 40%대에 육박하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지지도가 한나라당 지지도를 역전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승 추세를 기반으로 집권 2년차를 맞이하는 이명박 정부가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그동안 흔들렸던 대통령의 권위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권위주의는 권력이 제도화하지 못하고 사유화함으로써 권력자의 지시와 명령이 법과 원칙보다 우선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청산 대상이다. 하지만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선출돼 정통성을 갖춘 대통령의 권위는 국민을 설득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핵심 요체이므로 존중돼야 한다.
미국의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은 1982년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s Theory)’을 발표했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하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이론으로,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깨진 유리창 이론’은 범죄 발생 빈도가 높은 뉴욕시의 치안대책에 활용됐다. 지하철 차량기지에 교통국 직원이 투입돼 무려 6000대에 이르는 차량의 낙서를 깨끗하게 지움으로써 범죄 예방에 앞장섰다. 결과적으로 뉴욕 지하철에서의 중범죄 사건은 75%나 급감했다.
철학과 소신 있는 국정 운영 필수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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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론은 정치 권위에도 적용된다. 대통령의 권위가 한번 흔들리면 누군가는 계속해서 그 권위를 흔들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집권 2년차를 맞아 대통령이 새로운 권위를 바탕으로 자신의 철학과 소신에 따라 국정을 운영하려면 다음 사항에 유념해야 한다.
첫째, 원칙의 리더십을 구축해야 한다. 도덕성이 상실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방향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도덕의 지도와 나침반이 필요하다. 그런데 원칙이란 오랫동안 입증돼온 인간 행위의 지침이자 나침반과도 같은 것이다. 원칙은 한번 마음에 받아들여지면 사람을 어딘가로 이끌고 간다. 다시 말해 원칙은 행동을 자극하고, 운동을 일으키며, 선택의 방향을 결정한다.
마찬가지로 정부가 국정 목표를 달성하려면 효율과 실용, 자율과 책임, 통합과 균형, 투명과 분산, 견제와 균형 같은 핵심 원칙을 목숨처럼 지키는 용기가 필요하다. 상황이 어렵다고 쉽게 타협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특히 공직자는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을 견지하고 이를 목숨처럼 지키면서 도덕적 해이의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이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에서 “당장의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기본과 원칙을 붙잡고 뚜벅뚜벅 나아가겠다”고 밝힌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대통령이 길게 호흡하면서 진정성을 갖고 원칙을 지켜나갈 때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릴 것이다.
둘째, 섬김의 리더십을 실천해야 한다. 섬김의 리더십은 로버트 그린리프가 1977년 전통적인 리더십 모델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타인을 위한 봉사에 초점을 두고 종업원, 고객 및 커뮤니티를 우선으로 여기며 그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헌신하는 리더십’을 뜻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당선 일성(一聲)으로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섬김의 리더십이 빛을 보려면 무엇보다도 정직하고 겸손해야 한다. 끊임없이 국민을 꾸짖고 가르치려는 오만한 ‘계도 민주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국민, 국회, 정당, 언론, 시민사회단체에 스스로 견제받는 대통령이 돼야 한다. 권력에 도취되지 말고 초심을 유지하면서 ‘권리는 없고 의무만 있다’는 각오로 국정에 임해야 한다.
셋째, 배려와 통합의 리더십을 펼쳐야 한다. 정부는 국민에게 영감을 주는 옳은 방향성과 강한 힘을 갖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비전 제시는 분열과 갈등이 아닌, 통합과 화합을 토대로 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화합 속의 변화를 통해 희망의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화합은 말로 되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을 보일 때 실현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대통령은 “여야는 적이 아니고 필요한 반대자”라는 자신의 신념을 지켜나가야 한다. 또한 분배, 평등, 책임, 투명, 민족 등 진보가 추구하는 가치를 무조건 배척하지 말고 보수의 시각에서 이를 실천할 수 있는 균형의 지혜를 보여야 한다. 더불어 정부는 경제 한파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민과 빈곤층, 인권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국민의 아픔을 해결하는 데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
넷째, 끊임없이 성찰하고 참회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민주주의가 다른 제도보다 우월한 것은 불완전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또한 민주주의에서 상대방과 대화하고 타협하는 이유는 자신이 우월하고 남에게 시혜를 베풀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정 운영도 마찬가지다. 교만하지 말고 상대방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반성하면서 선정을 펼쳐야 한다.
다섯째, 실천과 절제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국가지도자는 아무리 힘들어도,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약속을 지켜야 한다. ‘실행하는 자는 자기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슬기로운 사람과도 같으며, 실행하지 않는 자는 자기 집을 모래 위에 지은 어리석은 사람과도 같다’는 말이 있다. 집권 2년차를 맞는 이 대통령이 국민에게 약속한 경제 살리기와 국민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취임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특히 “잘사는 국민, 따뜻한 사회, 강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약속이 국민의 가슴에 희망으로 솟아나도록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국민적 동의를 이끌어내는 설득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더불어 창조적 도전을 통해 국민에게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일이 시급하다. 그래야만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을 넘어 잃어버렸던 웃음을 되찾아주는 ‘희망의 정부’로 거듭나 ‘국정 운영 성공의 사다리’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