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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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다! 다이아몬드 숨겨진 재능

전기 안 통하는 절연체이면서 열전도 높아 … IT·BT 특별한 분야 다양한 연구

  • 유지영 과학저널리스트/ pobye2002@yahoo.co.kr

    입력2005-11-16 16: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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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랍다! 다이아몬드 숨겨진 재능
    오래전 ‘부부탐정’이라는 TV 외화시리즈가 인기를 끌었다. 백만장자 부부가 악당에 맞서 싸우면서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이었는데, 초호화 자가용 비행기에 노련한 집사, 수십 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 호화저택 등 볼거리가 수두룩했다.

    이런 외형에 가려진 탓인지, 정작 부부탐정이 어떤 사건을 해결했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단 하나 부부가 악당들에게 납치되어 유리감옥에 갇히는 에피소드에서, 아내가 재치를 발휘해 결혼반지로 유리감옥에 커다란 구멍을 내고 탈출하는 장면만이 기억에 생생하다.

    TV 앞에 매달려 있던 꼬마들은 다이아몬드가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광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새삼 놀라워했다. 다이아몬드가 얼마나 비싼 보석인지 모를 나이였으니, 꼬마들에게 다이아몬드는 두꺼운 방탄유리도 잘라내는 마법의 도구였고 신비한 돌이었을 따름이다.

    지금 돌이켜보니 당시 꼬마들은 다이아몬드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꿰뚫어보았던 것 같다. 다이아몬드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그것이 제대로 쓰일 때 발휘된다. 특별한 성질을 가진 물질로써 사용될 때만이 다이아몬드의 내면의 미가 드러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석상인이 아닌 과학자들을 찾아가야 한다. 과학자들이란 다이아몬드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보는 몇 안 되는 사람들 가운데 하나다. 그들은 다이아몬드의 특별함을 BT(생명과학)와 IT(정보기술)에 활용하기 위해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전자소자 이용 움직임 활발

    다이아몬드는 정말 매력적인 물질이다. 지구상에 가장 흔한 원소 중 하나인 탄소로 이루어져 있으면서도, 어떤 물질보다 희소성이 높다. 또한 모스 경도 10으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광물 중에서 가장 단단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기를 통하지 않는 절연체이면서, 동시에 열전도는 매우 높다. 보통 열 전도율이 높은 물질은 도체인데, 이는 자유전자가 전기와 열을 전달하는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이아몬드는 매우 높은 주파수의 격자진동으로 열을 전달하는 특이성을 띠기 때문에 전기가 잘 통하지 않는 절연체이면서, 동시에 열전도가 높은 것이다.

    또 다이아몬드는 보통은 절연체이지만, 불순물을 첨가하면 성질이 완전히 달라진다. 불순물을 얼마나 넣느냐에 따라 반도체가 되는가 하면, 전기가 잘 통하는 도체가 되기도 한다. 게다가 절대온도 7.4K(-264℃) 부근에서는 저항이 ‘0’인 초전도체가 된다. 알면 알수록 신비한 물질인 셈이다. 그러니 호기심으로 똘똘 뭉친 과학자들이 다이아몬드를 보석으로 남도록 놔둘 리가 없다.

    과학자들이 소재로서 다이아몬드의 가치를 인정한 것은 꽤 오래전의 일이지만, 본격적인 연구에 뛰어든 것은 최근 다이아몬드를 이용한 디바이스와 바이오칩의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부터이다. 2005년 초, 독일 올름대학은 합성 다이아몬드를 이용한 마이크로파 장치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연구팀이 발표한 장치는 위성통신과 이동통신 기지국 및 고해상 레이더 등에 사용되는 고주파 전자소자인데, 기존의 실리콘이나 알세나이드 같은 반도체 장치보다 성능이 월등히 뛰어난 것으로 밝혀져 새로운 가능성을 연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처럼 다이아몬드를 전자소자에 이용하려는 움직임은 최근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관련 연구 분야를 ‘다이아몬드 전자학’으로 분류할 정도다. IT 연구자들이 다이아몬드 전자학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다이아몬드가 가진 놀라운 성질 때문이다. 앞서 설명한 대로 다이아몬드는 붕소 같은 불순물을 넣어 합성하는 경우 뛰어난 전도성을 띠게 되는데, 이때 전류를 운반하는 전자와 정공은 실리콘칩에 비해 이동성이 두 배에 달한다. 따라서 이를 이용한 트랜지스터를 만들 경우 기존 실리콘칩을 능가하는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다이아몬드칩은 고온에서도 견딜 수 있는데, 실리콘칩의 작동 온도가 최고 150℃인 데 비해 다이아몬드칩은 수백℃를 넘나든다. 따라서 칩의 활용 범위가 그만큼 넓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다이아몬드 전자학의 발전이 더욱 작고 더욱 성능 좋은 칩의 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다이아몬드의 숨겨진 재능은 BT 분야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미래 의학기술로 각광받고 있는 바이오칩은 꽤 오래전부터 질병을 정복할 만능 칩으로 주목받아 왔으나 좀처럼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칩에 단백질이나 유전자 같은 생체분자를 안정적으로 고정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바이오칩 상용화 앞당길 열쇠

    바이오칩은 유리판 같은 넓은 칩에 수백 개 또는 수천 개의 생체분자를 붙이고, 여기에 사람의 혈액 등을 떨어뜨려 반응을 분석해 질병의 발생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 그런데 생체분자가 기판에 잘 붙지 않기 때문에, 상품화로의 진척이 더딘 것이다.

    일시적으로는 생체분자를 기판에 붙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기판과의 결합이 깨져 떨어져버린다. 또한 강하게 고정시키는 경우엔 생체분자가 본래의 특성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칩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하고 만다. 이 때문에 바이오칩은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돼 왔고, 생체분자를 칩에 안정적으로 부착하는 방법 개발이 성패의 열쇠로 주목받아 왔다.

    다이아몬드는 바로 이 문제의 해결책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화학적으로 안정적이며 생체적 합성이 우수한 다이아몬드야말로 바이오칩에 안성맞춤이라는 게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최근 독일 뮌헨기술대학의 호세 가리도 박사는 활성이 살아 있는 상태로 생체분자를 나노 결정성 다이아몬드 표면에 결합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냈다. 가리도 박사에 따르면 다이아몬드에 수소 말단 부위를 만들고 이것을 고리 삼아서 아미노 그룹을 결합시켰는데, 이를 통해서 생체분자를 안정적으로 고정시킬 수 있었다는 것. 이는 기존에 결합물질로 주목받던 금이 오존이나 과산화수소 같은 산화성 물질에서는 불안정해지는 한계를 안고 있는 데 비하면, 매우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이아몬드가 바이오칩의 상용화를 앞당길 열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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