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제작 초기만 해도 MBC는 ‘신돈’을 ‘포스트 김삼순’을 책임질 구원투수로 여겼다. ‘왕과 비’ ‘명성황후’ 등 굵직한 사극과 현대극 ‘아내’로 큰 성공을 거둔 정하연 작가와 ‘영웅시대’ ‘베스트극장’에서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진민 PD가 일궈낼 시너지 효과에 대한 믿음이 컸던 때문이다. 100억원 이상이 투입된 화려한 세트며, 손창민·정보석·김혜리 등 안정된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까지 캐스팅해냈으니 성공은 당연할 듯했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평가는 냉혹했다. ‘신돈’은 방송 초기 KBS의 수입 드라마 ‘칭기즈칸’에도 못 미치는 한 자릿수 시청률을 보였다. 일부에서는 ‘신돈’의 화려한 연출력과 독특하면서도 탄탄한 구성을 높이 샀지만, 신돈은 그간 전투 장면의 호쾌함을 담은 정통 사극 혹은 한 인물의 성공기를 그리는 퓨전 사극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불황에 빠진 MBC가 170억원이라는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 제작한 ‘신돈’이 참패하자 여기저기서 정치 사극은 더 이상 인기를 얻을 수 없다는 둥, 앞으론 드라마에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둥의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하지만 제작진과 배우들은 담담했다. 오히려 “신돈(손창민)과 공민왕(정보석)에 대한 서술적 설명이 많은 극 초반은 다소 지루할 수도 있다. 하지만 두 사나이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질 10회 이후부터는 탄력을 받을 것”이라 자신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11월6일 13부를 내보낸 ‘신돈’이 12.8%(TNS 미디어 코리아)라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보인 것이다. 이제 ‘신돈’은 신돈이 권력의 정점에 서기까지의 과정, 즉 종교와 구도의 세계에서 속세로 들어서는 성장통과 그러면서 벌어지는 공민왕과의 대결에 초점을 맞출 참이다. 그런 만큼 시청률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