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퇴 전까지 더불어민주당(민주당)에는 유력 대선주자가 2명 있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양강 구도를 형성하며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윤 전 총장 사퇴 후 상황이 변했다. 윤 전 총장과 이 지사 간 양강 구도가 조성된 것이다. 대선을 마라톤에 빗대 살펴본다면 둘 중 유리한 사람은 누구일까. 이 지사다. 주전 선수의 우승을 위해 호흡을 맞춰 뛰면서 경쟁자도 견제해주는 페이스메이커(pacemaker)가 있기 때문이다. 주전 선수가 실력 발휘를 못 할 경우 대신 우승에 도전할 수도 있다.
이 지사와 이 전 대표의 지지율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 한때 주전 선수였던 이 전 대표가 이 지사의 페이스메이커가 되고 말았지만, 이마저도 오래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민주당 친문재인(친문)계가 결국 제3후보를 내세울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범야권 유력 대선주자는 윤 전 총장뿐이다. 경선 또는 단일화 과정에서 함께 뛰어줄 만한 경쟁자가 없다. 흥행 면에서 불리한 환경이다. 무엇보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 두각을 나타낼 만한 대선주자가 없는 것이 문제다.
향후 범야권 차기 대선 경선이 어떤 구도로 흘러갈지는 예측이 어렵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한다면 구도는 비교적 간단해진다. 당내 경선을 치르는 것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반면 윤 전 총장이 입당하지 않는다면 경우가 나뉜다. 윤 전 총장이 무소속 후보로 활동하느냐, 신당을 창당해 정당 후보로 활동하느냐에 따라 국민의힘 측 대응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전자의 경우 당내 경선을 거친 후 단일화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후자의 경우 합당도 고려해야 한다.
어떤 경우든 국민의힘은 윤 전 총장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할 선수를 키워야 한다. 국민적 관심을 높이려면 어떤 인물이 적합할까. 윤 전 총장과 상반된 성향을 가졌으면서 본선 경쟁력도 뛰어난 후보여야 한다.
민주당은 극적 시나리오를 기획할 확률이 높다. 지지율이 낮은 친문계 제3후보가 이 지사를 따라잡기 시작하더니 결국 역전하는 그림이 최선이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이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있다. 친문계 핵심 인사 중 김 지사만큼 대중적 인지도를 가진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김 지사는 댓글을 이용한 불법 여론조작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2년 유죄 판결을 받았다. 최종심 판결이 관건이다.
국민의힘은 극적인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흥행에 뒤질 수밖에 없다.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출사표를 던졌지만 지지율이 좀처럼 상승하지 않고 있다. 윤 전 총장과 지지율 격차도 하늘과 땅 차이다. 향후 지지율에 큰 변동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국민의힘도 다른 대안을 찾을 것이다. 민주당 제3후보에 버금갈 만한 ‘윤석열의 페이스메이커’는 어떤 특성을 갖춰야 할까.
첫째, 경제 전문가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취임 초부터 ‘70년대생 경제 전문가’를 찾으려 애써왔다. 거절당하기는 했지만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를 만나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해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면 윤 전 총장의 대항마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페이스메이커로 시작했지만 점차 지지율이 올라 주전 선수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극적인 그림이 그려지는 순간이다.
둘째, 안보 전문가다. 안보 역시 윤 전 총장이 취약한 분야다. 국민의힘은 그간 ‘안보는 보수’라는 주장을 펼쳐왔다. 외교와 국방은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업무 영역이다. 대선후보는 일정 수준의 안보 관련 지식이 필요하다. 안보 전문가가 페이스메이커로 뛰어준다면 흥행은 물론, 윤 전 총장이 대선을 준비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호남 출신 인물이다.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을 충청권 출신으로 분류한다.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충남 공주 출신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대구·경북 지역에서만 지지를 받아 ‘TK’ 자민련으로 불리고 있다. 윤 전 총장이 충청권 출신으로 분류되는 점은 국민의힘 처지에서 이점으로 작용한다. 호남 후보자가 윤 전 총장 대항마로 뛰어준다면 금상첨화다. 국민의힘이 전국 정당의 면모를 갖추는 동시에 차기 대선에서 필승을 일구려면 호남에서 일정 정도 득표해야 한다. ‘윤석열×호남 후보’는 만들어볼 만한 구도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저마다 대권주자 영입에 힘을 쏟고 있다.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은 충청권 연고를 활용해 윤 전 총장을 영입하려 노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위원장은 윤 전 총장 영입을 공약으로 내걸고 차기 당대표에 출마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일종 비상대책위원은 김대중 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장성민 전 새천년민주당 의원을 영입하려 애쓰고 있다. 장 전 의원은 호남 출신에 안보 전문가라는 점에서 앞선 두 가지 특성에 부합한다. 김 위원장은 ‘70년대생 경제 전문가’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김 위원장이 영입하고자 하는 1970년대생 경제 전문가가 호남 출신이라면 그 역시 두 가지 특성을 갖추는 셈이다. 앞선 세 특성을 많이 가진 인물일수록 윤 전 총장과의 시너지 효과도 커진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친문계 제3후보가 부상하고 범야권 경선 또는 단일화 과정에서 윤 전 총장의 대항마가 다크호스로 떠오른다면 차기 대선 열기도 한층 더 뜨거워질 것이다. 각 당 전략가들이 어떤 이변을 연출할지가 20대 대선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친문계 제3후보 등장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월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현관에서 총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뉴스1]
향후 범야권 차기 대선 경선이 어떤 구도로 흘러갈지는 예측이 어렵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한다면 구도는 비교적 간단해진다. 당내 경선을 치르는 것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반면 윤 전 총장이 입당하지 않는다면 경우가 나뉜다. 윤 전 총장이 무소속 후보로 활동하느냐, 신당을 창당해 정당 후보로 활동하느냐에 따라 국민의힘 측 대응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전자의 경우 당내 경선을 거친 후 단일화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후자의 경우 합당도 고려해야 한다.
어떤 경우든 국민의힘은 윤 전 총장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할 선수를 키워야 한다. 국민적 관심을 높이려면 어떤 인물이 적합할까. 윤 전 총장과 상반된 성향을 가졌으면서 본선 경쟁력도 뛰어난 후보여야 한다.
민주당은 극적 시나리오를 기획할 확률이 높다. 지지율이 낮은 친문계 제3후보가 이 지사를 따라잡기 시작하더니 결국 역전하는 그림이 최선이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이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있다. 친문계 핵심 인사 중 김 지사만큼 대중적 인지도를 가진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김 지사는 댓글을 이용한 불법 여론조작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2년 유죄 판결을 받았다. 최종심 판결이 관건이다.
국민의힘은 극적인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흥행에 뒤질 수밖에 없다.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출사표를 던졌지만 지지율이 좀처럼 상승하지 않고 있다. 윤 전 총장과 지지율 격차도 하늘과 땅 차이다. 향후 지지율에 큰 변동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국민의힘도 다른 대안을 찾을 것이다. 민주당 제3후보에 버금갈 만한 ‘윤석열의 페이스메이커’는 어떤 특성을 갖춰야 할까.
윤 前 총장에게 없는 세 가지
야구팬들이 ‘택진이형’이라고 부르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동아DB]
둘째, 안보 전문가다. 안보 역시 윤 전 총장이 취약한 분야다. 국민의힘은 그간 ‘안보는 보수’라는 주장을 펼쳐왔다. 외교와 국방은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업무 영역이다. 대선후보는 일정 수준의 안보 관련 지식이 필요하다. 안보 전문가가 페이스메이커로 뛰어준다면 흥행은 물론, 윤 전 총장이 대선을 준비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호남 출신 인물이다.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을 충청권 출신으로 분류한다.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충남 공주 출신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대구·경북 지역에서만 지지를 받아 ‘TK’ 자민련으로 불리고 있다. 윤 전 총장이 충청권 출신으로 분류되는 점은 국민의힘 처지에서 이점으로 작용한다. 호남 후보자가 윤 전 총장 대항마로 뛰어준다면 금상첨화다. 국민의힘이 전국 정당의 면모를 갖추는 동시에 차기 대선에서 필승을 일구려면 호남에서 일정 정도 득표해야 한다. ‘윤석열×호남 후보’는 만들어볼 만한 구도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저마다 대권주자 영입에 힘을 쏟고 있다.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은 충청권 연고를 활용해 윤 전 총장을 영입하려 노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위원장은 윤 전 총장 영입을 공약으로 내걸고 차기 당대표에 출마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일종 비상대책위원은 김대중 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장성민 전 새천년민주당 의원을 영입하려 애쓰고 있다. 장 전 의원은 호남 출신에 안보 전문가라는 점에서 앞선 두 가지 특성에 부합한다. 김 위원장은 ‘70년대생 경제 전문가’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김 위원장이 영입하고자 하는 1970년대생 경제 전문가가 호남 출신이라면 그 역시 두 가지 특성을 갖추는 셈이다. 앞선 세 특성을 많이 가진 인물일수록 윤 전 총장과의 시너지 효과도 커진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친문계 제3후보가 부상하고 범야권 경선 또는 단일화 과정에서 윤 전 총장의 대항마가 다크호스로 떠오른다면 차기 대선 열기도 한층 더 뜨거워질 것이다. 각 당 전략가들이 어떤 이변을 연출할지가 20대 대선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