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총선 후보자들의 열띤 경쟁 이면엔 또 다른 ‘빅 이벤트’가 대기하고 있다. 전체 의석수의 18%에 이르는 54석의 비례대표 의원 선출을 책임진 정당투표가 그것이다.
비례대표제는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의회에 반영하기 위한 제도로 ‘지역구도 완화’와 ‘소외계층 배려’를 목표로 한다. 1인2표제 도입 원년인 17대 총선에서는 진보 성향을 표방한 민주노동당이 8석을 얻으며 깜짝 데뷔에 성공해 눈길을 모은 바 있다(열린우리당 23, 한나라당 21, 새천년민주당 4석).
이번 총선의 비례대표 판세는 어떨까. 4월2일 실시된 서울신문과 KSDC의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자.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정당투표에서 어느 정당에 투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한나라당이 40.8%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고, 통합민주당이 15.3%로 그 뒤를 이었다. 이어 친박연대(4.1%) 민주노동당(3.8%) 창조한국당(2.5%) 자유선진당(2%) 순이었다(비례대표 의석을 배분받기 위해서는 지역구 최소 5석, 혹은 3% 이상의 정당지지율이 필요하다).
이 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은 약 30석, 통합민주당은 14석, 친박연대와 민주노동당은 각각 3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동층과 무응답층이 30%대에 이르는 점을 감안한다면 4개월 전의 대통령선거에서 15%와 5.8%를 획득한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 역시 2~5석의 비례대표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남은 셈이다.
어느 정당이 몇 석을 추가할지도 관심거리지만, 각 당이 비례대표로 낙점한 후보군의 면면 역시 세인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비례대표를 지망한 190여 명의 후보 또한 민의(民意)를 대변할 만한 인물임에도, 늘 그렇듯 지역구도와 정당체제의 그늘에 가려져왔기 때문이다. 특색 있는 비례대표 후보자들의 발탁 배경을 통해 각 정당의 총선 전략을 살펴본다.
최다 재산 : 통합민주당 6번 정국교
‘통합민주당 후보들이 한나라당 후보들보다 더 부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통합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들의 평균재산은 30억원으로 한나라당 후보들(평균 15억원)을 크게 상회한다. 이는 ‘정국교 효과’ 때문이다. 정국교(47) 후보의 재산이 무려 502억원에 이르는 탓에 다른 통합민주당 후보 30명의 평균(10억원)이 30억원으로 상승한 것.
정 후보는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의 중소기업 특보를 지낸 인연으로 손 대표가 이번 총선에서 기업인 몫으로 직접 영입한 인물이다. 정 후보는 1990년대 자신이 재직하던 컴퓨터 부품회사가 외환위기로 문을 닫자 퇴직금 대신 받은 원자재로 ㈜에이치앤티(H·T)를 설립, 8년 만에 매출 1660억원 규모의 중견회사로 성장시켰다.
충북 청주에 있는 H·T사는 컴퓨터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의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태양광사업과 우즈베키스탄 규소광산 개발이라는 호재로 단숨에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업체로 등극했다. 그 과정에서 정 후보는 수백억원대 자산가로 올라서며 정·재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2003년 1억 달러 수출탑을 수상하면서 대표적인 중소기업인으로 부각된 그는 이후 대통령직속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위원과 한국무역협회 이사 등을 지내며 활발한 대외활동을 벌였다. 하지만 지난해 1만원대의 회사 주식이 8만원으로까지 급등하자 정 후보는 자신이 보유한 지분을 대량으로 처분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최초의 이주여성 : 창조한국당 7번 헤르난데스 주디스 알레그레
이번 총선의 ‘다크호스’를 꿈꾸는 창조한국당은 총 12명의 비례대표 후보를 선정했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는 이를 ‘이순신의 12척 배’에 비유할 정도로 신생 정당의 절박한 상황을 드러낸다.
위기에 몰린 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비례대표 후보 구성은 파격적이다. 비례대표 후보 1번인 이용경(55) 전 KT 대표 이외에 가장 관심을 끄는 인물은 필리핀 이주여성 헤르난데스 주디스 알레그레(37) 씨다. 당 안팎에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못하는 일을 해냈다”는 칭찬과 “타민족 출신 정치인에 대한 거부감이 앞선다”는 우려가 교차한다. 논란이 커진 만큼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어냈다는 평가다.
1992년 한국인 남편을 따라 한국으로 이주한 그는 경기 성남시에서 두 자녀를 키우며 초등학생 대상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는 직업여성이다. 이주여성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한국 국적을 지닌 그는 15년 가까이 한국에서 살았기 때문에 한국어가 능숙하다. ‘이주여성 네트워크’ 등에서 이주여성들의 권익보호 활동을 펼쳐온 점을 높이 평가받아 ‘외국인 노동자의 집’ 김해성 목사의 추천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한국에서 살아가는 20만 이주여성과 100만 다문화가정을 위해 나섰다”고 말하는 그는 앞으로 이주여성들의 언어교육, 보육, 직업교육에 힘쓰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유일한 과학자 : 한나라당 29번 최순자
한나라당은 다른 당에 비해 이익단체 출신이 상위권에 대거 포진한 형국이다. 게다가 기존 정치인과 정당인이 많아 ‘튀는’ 후보자를 찾기 힘들 정도다. 이 때문에 여성 과학자로서 첫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이 된 최순자(55) 인하대 생명화학공학부 교수의 존재가 빛을 발한다.
‘고분자 재료’를 연구 주제로 택한 최 교수는 여성 과학자 중 학술 업적이 가장 뚜렷한 이로 꼽힌다. 특히 상아탑에 머물지 않고 산업계와 협력해 신소재 특허기술을 양산, 수천억원대의 수입대체 효과를 거둔 것으로 명성을 얻었다. 이미 ‘제2회 여성과학기술자상’ ‘국무총리상’ ‘과학기술훈장 진보상’ ‘아모레퍼시픽 여성과학자상’ 등 국내 과학자에게 주어지는 상을 휩쓸었다.
‘여성 과학자’라는 정체성을 강조하는 그의 지론은 “이공계 출신이 전공에만 머무르지 않고 시야를 넓히면 막강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 이를 위해 최 후보는 과학자로는 드물게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이수하고 과학행정에 참여하는 등 일찌감치 과학계 재목으로 주목받았다. 그는 “과학기술부가 해체됐기 때문에 과학자 출신 국회의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며 “후배 과학자들이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최고 순위 상승(47번→2번) : 통합민주당 2번 박은수
총선에서 지역구 재수는 물론 비례대표를 재수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순위가 급상승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박은수(52) 전 장애인공단 이사장은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47번을 받아 낙선했으나, 올해는 2번이라는 절대 안정권에 배치돼 눈길을 모은다.
사법시험 22회 출신인 박 후보는 대구지방법원과 마산지방법원 판사를 지냈지만 오히려 대구·경북 지역의 장애인 인권운동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일찍이 장애인 이동권 문제 등 보편적 권익 문제에 눈 돌려 상당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특히 1982년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법관 임명을 거부당하고 대법원 판결에 항의하는 투쟁을 벌이면서 장애인 인권운동의 길로 들어섰다.
사상 최초로 장애인공단 이사장직을 연임할 정도로 경영능력도 인정받았다. 재임기간 중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3%로 상향 조정시키는 뚝심까지 발휘해 이번 선거 국면에서 장애인들에 대한 대표성을 인정받았다.
‘비례대표 2번’ 배치의 의미에 대해 박 후보는 “지난 총선에서는 낙선했어도 열린우리당 당원들의 직접선거를 거쳤다는 의미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낙점 형식이어서 대표성이 오히려 퇴색한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고령 77세 : 국민실향안보당 1번 유재만
정치권의 세대교체론은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비례대표 후보 중 70대가 3명에 그칠 정도로 소수자로 전락한 상황. 최고령 후보는 국민실향안보당(총재 이건개)이 내세운 유재만(77) 후보이고, 자유선진당 조순형(73) 후보와 평화통일가정당 곽정환(72) 후보가 뒤를 잇는다.
유 후보가 속한 국민실향안보당은 이북5도민과 종교인들이 지난해 11월 창당한 신생 미니정당. 주요 공약은 ‘국가안보와 경제도약 병행’이다. 함흥 출신인 유 후보는 제35사단장을 지내고 김대중 정부 때는 함경남도 지사와 민주평통자문회의 부의장을 지낸 안보통으로 분류된다.
최연소 29세 : 민주노동당 5번 이주희
정치판에서 20대 후보가 자취를 감췄다. 이번 총선에서 20대 후보는 이주희(29) 후보 1명이다. 자유선진당 15번 강윤희(30) 후보와 친박연대 1번 양정례(30) 후보가 뒤를 잇는다.
이 후보는 17대 총선에서 한 차례 주목받은 바 있다. 당시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 4학년생이던 그는 민주노동당의 대학생 대표 자격으로 비례대표 9번에 배치돼 간발의 차이로 국회 입성이 좌절됐다(당시 13% 지지를 받은 민주노동당은 8번 노회찬 후보까지 금배지를 달았다). 이번 총선에서도 최연소 후보로 기록된 그는 활발한 정치활동을 인정받아 5번이라는 비교적 높은 순번을 배정받고 또 한 번 국회 입성을 노린다.
사실 민주노동당은 지역구보다 비례대표에 더 많은 기대를 하는 정당이다. 그러나 올해 초 분당(分黨) 사태로 평소 8%대를 유지하던 당 지지율이 3%대로 추락하는 시련을 겪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비례대표 후보 선정에 각별한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최초의 블로거 정치인 : 통합민주당 17번 김진애
천편일률적인 지역구 후보들과 달리 비례대표 후보 중에는 새로운 스타일과 추천 경로로 관심을 끄는 이들도 있다.
17대 총선 당시 서울 용산에서 출마했던 통합민주당 김진애(55) 후보는 국내 최초의 블로거 국회의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MIT 출신의 공학도답게 오래전부터 인터넷 정치에 능숙함을 보여온 그는 올해 초 정식으로 ‘블로거 정치인’으로 첫선을 보였다. ‘대운하’로 대표되는 이명박 대통령의 건설 철학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사람, 공간 그리고 정치’라는 블로그를 통해 누리꾼들의 호응을 얻어낸 것. 2개월 만에 70만명이 접속하면서 온라인 최고 정치논객으로 자리매김했다. 김 후보는 “1인 저널리즘인 블로그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누리꾼 추천 후보 : 창조한국당 8번 김양희
창조한국당 김양희(33) 후보는 사상 최초로 ‘국민공천단’이라는 누리꾼 투표에 의해 선출된 비례대표 후보다. 현직 사회복지사인 그는 울산YWCA와 성폭력피해 청소년 보호시설 청소년 지도자로 활약한 젊은 후보로 관심을 끌고 있다.
비례대표제는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의회에 반영하기 위한 제도로 ‘지역구도 완화’와 ‘소외계층 배려’를 목표로 한다. 1인2표제 도입 원년인 17대 총선에서는 진보 성향을 표방한 민주노동당이 8석을 얻으며 깜짝 데뷔에 성공해 눈길을 모은 바 있다(열린우리당 23, 한나라당 21, 새천년민주당 4석).
이번 총선의 비례대표 판세는 어떨까. 4월2일 실시된 서울신문과 KSDC의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자.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정당투표에서 어느 정당에 투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한나라당이 40.8%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고, 통합민주당이 15.3%로 그 뒤를 이었다. 이어 친박연대(4.1%) 민주노동당(3.8%) 창조한국당(2.5%) 자유선진당(2%) 순이었다(비례대표 의석을 배분받기 위해서는 지역구 최소 5석, 혹은 3% 이상의 정당지지율이 필요하다).
이 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은 약 30석, 통합민주당은 14석, 친박연대와 민주노동당은 각각 3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동층과 무응답층이 30%대에 이르는 점을 감안한다면 4개월 전의 대통령선거에서 15%와 5.8%를 획득한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 역시 2~5석의 비례대표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남은 셈이다.
어느 정당이 몇 석을 추가할지도 관심거리지만, 각 당이 비례대표로 낙점한 후보군의 면면 역시 세인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비례대표를 지망한 190여 명의 후보 또한 민의(民意)를 대변할 만한 인물임에도, 늘 그렇듯 지역구도와 정당체제의 그늘에 가려져왔기 때문이다. 특색 있는 비례대표 후보자들의 발탁 배경을 통해 각 정당의 총선 전략을 살펴본다.
최다 재산 : 통합민주당 6번 정국교
‘통합민주당 후보들이 한나라당 후보들보다 더 부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통합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들의 평균재산은 30억원으로 한나라당 후보들(평균 15억원)을 크게 상회한다. 이는 ‘정국교 효과’ 때문이다. 정국교(47) 후보의 재산이 무려 502억원에 이르는 탓에 다른 통합민주당 후보 30명의 평균(10억원)이 30억원으로 상승한 것.
정 후보는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의 중소기업 특보를 지낸 인연으로 손 대표가 이번 총선에서 기업인 몫으로 직접 영입한 인물이다. 정 후보는 1990년대 자신이 재직하던 컴퓨터 부품회사가 외환위기로 문을 닫자 퇴직금 대신 받은 원자재로 ㈜에이치앤티(H·T)를 설립, 8년 만에 매출 1660억원 규모의 중견회사로 성장시켰다.
충북 청주에 있는 H·T사는 컴퓨터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의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태양광사업과 우즈베키스탄 규소광산 개발이라는 호재로 단숨에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업체로 등극했다. 그 과정에서 정 후보는 수백억원대 자산가로 올라서며 정·재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2003년 1억 달러 수출탑을 수상하면서 대표적인 중소기업인으로 부각된 그는 이후 대통령직속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위원과 한국무역협회 이사 등을 지내며 활발한 대외활동을 벌였다. 하지만 지난해 1만원대의 회사 주식이 8만원으로까지 급등하자 정 후보는 자신이 보유한 지분을 대량으로 처분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최초의 이주여성 : 창조한국당 7번 헤르난데스 주디스 알레그레
이번 총선의 ‘다크호스’를 꿈꾸는 창조한국당은 총 12명의 비례대표 후보를 선정했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는 이를 ‘이순신의 12척 배’에 비유할 정도로 신생 정당의 절박한 상황을 드러낸다.
위기에 몰린 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비례대표 후보 구성은 파격적이다. 비례대표 후보 1번인 이용경(55) 전 KT 대표 이외에 가장 관심을 끄는 인물은 필리핀 이주여성 헤르난데스 주디스 알레그레(37) 씨다. 당 안팎에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못하는 일을 해냈다”는 칭찬과 “타민족 출신 정치인에 대한 거부감이 앞선다”는 우려가 교차한다. 논란이 커진 만큼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어냈다는 평가다.
1992년 한국인 남편을 따라 한국으로 이주한 그는 경기 성남시에서 두 자녀를 키우며 초등학생 대상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는 직업여성이다. 이주여성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한국 국적을 지닌 그는 15년 가까이 한국에서 살았기 때문에 한국어가 능숙하다. ‘이주여성 네트워크’ 등에서 이주여성들의 권익보호 활동을 펼쳐온 점을 높이 평가받아 ‘외국인 노동자의 집’ 김해성 목사의 추천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한국에서 살아가는 20만 이주여성과 100만 다문화가정을 위해 나섰다”고 말하는 그는 앞으로 이주여성들의 언어교육, 보육, 직업교육에 힘쓰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유일한 과학자 : 한나라당 29번 최순자
한나라당은 다른 당에 비해 이익단체 출신이 상위권에 대거 포진한 형국이다. 게다가 기존 정치인과 정당인이 많아 ‘튀는’ 후보자를 찾기 힘들 정도다. 이 때문에 여성 과학자로서 첫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이 된 최순자(55) 인하대 생명화학공학부 교수의 존재가 빛을 발한다.
‘고분자 재료’를 연구 주제로 택한 최 교수는 여성 과학자 중 학술 업적이 가장 뚜렷한 이로 꼽힌다. 특히 상아탑에 머물지 않고 산업계와 협력해 신소재 특허기술을 양산, 수천억원대의 수입대체 효과를 거둔 것으로 명성을 얻었다. 이미 ‘제2회 여성과학기술자상’ ‘국무총리상’ ‘과학기술훈장 진보상’ ‘아모레퍼시픽 여성과학자상’ 등 국내 과학자에게 주어지는 상을 휩쓸었다.
‘여성 과학자’라는 정체성을 강조하는 그의 지론은 “이공계 출신이 전공에만 머무르지 않고 시야를 넓히면 막강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 이를 위해 최 후보는 과학자로는 드물게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이수하고 과학행정에 참여하는 등 일찌감치 과학계 재목으로 주목받았다. 그는 “과학기술부가 해체됐기 때문에 과학자 출신 국회의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며 “후배 과학자들이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최고 순위 상승(47번→2번) : 통합민주당 2번 박은수
총선에서 지역구 재수는 물론 비례대표를 재수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순위가 급상승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박은수(52) 전 장애인공단 이사장은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47번을 받아 낙선했으나, 올해는 2번이라는 절대 안정권에 배치돼 눈길을 모은다.
사법시험 22회 출신인 박 후보는 대구지방법원과 마산지방법원 판사를 지냈지만 오히려 대구·경북 지역의 장애인 인권운동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일찍이 장애인 이동권 문제 등 보편적 권익 문제에 눈 돌려 상당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특히 1982년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법관 임명을 거부당하고 대법원 판결에 항의하는 투쟁을 벌이면서 장애인 인권운동의 길로 들어섰다.
사상 최초로 장애인공단 이사장직을 연임할 정도로 경영능력도 인정받았다. 재임기간 중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3%로 상향 조정시키는 뚝심까지 발휘해 이번 선거 국면에서 장애인들에 대한 대표성을 인정받았다.
‘비례대표 2번’ 배치의 의미에 대해 박 후보는 “지난 총선에서는 낙선했어도 열린우리당 당원들의 직접선거를 거쳤다는 의미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낙점 형식이어서 대표성이 오히려 퇴색한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고령 77세 : 국민실향안보당 1번 유재만
정치권의 세대교체론은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비례대표 후보 중 70대가 3명에 그칠 정도로 소수자로 전락한 상황. 최고령 후보는 국민실향안보당(총재 이건개)이 내세운 유재만(77) 후보이고, 자유선진당 조순형(73) 후보와 평화통일가정당 곽정환(72) 후보가 뒤를 잇는다.
유 후보가 속한 국민실향안보당은 이북5도민과 종교인들이 지난해 11월 창당한 신생 미니정당. 주요 공약은 ‘국가안보와 경제도약 병행’이다. 함흥 출신인 유 후보는 제35사단장을 지내고 김대중 정부 때는 함경남도 지사와 민주평통자문회의 부의장을 지낸 안보통으로 분류된다.
최연소 29세 : 민주노동당 5번 이주희
정치판에서 20대 후보가 자취를 감췄다. 이번 총선에서 20대 후보는 이주희(29) 후보 1명이다. 자유선진당 15번 강윤희(30) 후보와 친박연대 1번 양정례(30) 후보가 뒤를 잇는다.
이 후보는 17대 총선에서 한 차례 주목받은 바 있다. 당시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 4학년생이던 그는 민주노동당의 대학생 대표 자격으로 비례대표 9번에 배치돼 간발의 차이로 국회 입성이 좌절됐다(당시 13% 지지를 받은 민주노동당은 8번 노회찬 후보까지 금배지를 달았다). 이번 총선에서도 최연소 후보로 기록된 그는 활발한 정치활동을 인정받아 5번이라는 비교적 높은 순번을 배정받고 또 한 번 국회 입성을 노린다.
사실 민주노동당은 지역구보다 비례대표에 더 많은 기대를 하는 정당이다. 그러나 올해 초 분당(分黨) 사태로 평소 8%대를 유지하던 당 지지율이 3%대로 추락하는 시련을 겪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비례대표 후보 선정에 각별한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최초의 블로거 정치인 : 통합민주당 17번 김진애
천편일률적인 지역구 후보들과 달리 비례대표 후보 중에는 새로운 스타일과 추천 경로로 관심을 끄는 이들도 있다.
17대 총선 당시 서울 용산에서 출마했던 통합민주당 김진애(55) 후보는 국내 최초의 블로거 국회의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MIT 출신의 공학도답게 오래전부터 인터넷 정치에 능숙함을 보여온 그는 올해 초 정식으로 ‘블로거 정치인’으로 첫선을 보였다. ‘대운하’로 대표되는 이명박 대통령의 건설 철학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사람, 공간 그리고 정치’라는 블로그를 통해 누리꾼들의 호응을 얻어낸 것. 2개월 만에 70만명이 접속하면서 온라인 최고 정치논객으로 자리매김했다. 김 후보는 “1인 저널리즘인 블로그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누리꾼 추천 후보 : 창조한국당 8번 김양희
창조한국당 김양희(33) 후보는 사상 최초로 ‘국민공천단’이라는 누리꾼 투표에 의해 선출된 비례대표 후보다. 현직 사회복지사인 그는 울산YWCA와 성폭력피해 청소년 보호시설 청소년 지도자로 활약한 젊은 후보로 관심을 끌고 있다.
통합민주당 | 31명 | 기독당 | 10명 |
한나라당 | 49명 | 문화예술당 | 7명 |
자유선진당 | 20명 | 시민당 | 1명 |
민주노동당 | 10명 | 신미래당 | 1명 |
진보신당 | 11명 | 직능연합당 | 4명 |
창조한국당 | 12명 | 평화통일가정당 | 13명 |
친박연대 | 15명 | 한국사회당 | 2명 |
국민실향안보당 | 4명 | 전체 | 190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