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1월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민주당의 박상규, 김원길 의원 (오른쪽)이 한나라당 입당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A의원은 “민주당에서 온 사람들끼리 식사나 한번 하자는 취지로 만난 거였다. 다른 뜻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선 전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긴 의원들이 점점 위기상황에 몰리고 있는 것과 관련, 이날 모임이 영입파 연대의 신호탄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들을 포함해 대선 전 민주당이나 자민련에서 한나라당으로 입당한 의원들은 10명이다. 자민련 출신으로는 이재선, 이완구, 이양희 의원이 있다. 이들 중 자신의 지역구 지구당 위원장 자리를 받은 의원은 전용학 의원이 유일하다. 한나라당의 기존 원외 위원장들이 ‘자리 사수’를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당 지도부도 지구당 정리에 관심이 없다는 것. 이 때문에 나머지 입당파 의원들은 현역 의원이면서도 이례적으로 소속 지구당을 갖지 못한 채 ‘붕 떠 있는’ 상태다.
현재 한나라당은 ‘상향식 공천’을 당헌, 당규로 규정하고 있다. 각 지구당별로 대의원들이 국회의원 후보를 공천하는 방식이다. 지구당 위원장이 대의원들을 거의 장악하고 있는 게 현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입당파 의원들은 입지가 불안한 상황이다. 한나라당 개혁을 다루는 ‘당과 정치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에서도 대의원 교체 등 공천 방식 변경에 대한 논의는 나오지 않고 있다. 더구나 당내에선 “의원 영입이 대선 실패의 한 원인”이라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 내놓고 당사와 국회를 활보하기가 쉽지 않은 분위기라 영입파의원 10명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에선 “영입 의원을 대선 실패의 희생양으로 삼아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A의원은 “노무현 당선자와는 이념이 맞지 않아 소신껏 한나라당으로 왔다. 이제부터는 철새논란에 맞서서 당과 국회에서 할 말은 하겠다”고 말했다. 영입 의원들의 ‘자숙기간’이 이제 끝나간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