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국무총리 내정자가 1월22일 오후 대통령직 인수위 기자실에서 노무현 정부의 첫 총리 내정자로 지명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 고내정자의 이른바 ‘7대 의혹’은 인사청문회의 ‘철저 검증’ 대상이 될 전망이다. “1998년 서울시장 선거에 임박해 고내정자가 후보로 확정됐고, 국민의 관심이 낮은 지방선거라는 특성상 고내정자 관련 의혹들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얼렁뚱땅 넘어갔다”는 게 한나라당의 주장이다. 7대 의혹 중 본인과 차남의 병역면제 관련 의혹은 가장 민감한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간동아’는 노당선자 취임 전 정국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는 고내정자 본인과 차남의 병역면제 의혹을 일부 당사자 증언과 98년 당시 자료를 토대로 미리 확인했다.
고내정자의 차남 휘씨(41)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 재학중이던 1984년 7월 현역1급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대학원 진학 등으로 3년간 입영을 연기한 뒤 87년 재신검에서 ‘현대사회적 질병’으로 5급 판정을 받아 병역이 면제됐다. 단, 98년 고건 후보측과 한나라당에서 밝힌 면제사유 병명은 ‘현대사회적 질병’ ‘정신병’ ‘정신분열증’ 등 3개다. 고내정자측은 정확한 병명과 병력을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휘씨는 2003년 1월24일 ‘주간동아’와의 단독인터뷰에서 “87년 5월 ‘현대사회적 질병’으로 병역면제된 지 10개월 뒤인 88년 3월 ‘두고전자’라는 IT회사에 취업했다”고 밝혔다. 휘씨는 “취업 당시 직장생활을 하는 데 신체적으로 문제가 없는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병무청에서 5급 판정까지 받았던 ‘중병’이 병역면제 처분을 받자마자 전문직 직장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거의 완치됐다는 얘기다. 이는 98년 서울시장 선거 때는 거론되지 않은 새로운 사실이다. 휘씨는 이어 “첫 취업 후 현재까지 계속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휘씨는 92년 10월 결혼했다. 다음은 휘씨와의 일문일답.
‘중병’이 취업 가능할 정도 거의 완치
- 병역면제 사유가 정신병이 맞나.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병명을 정확히 말하지는 않겠다. 담당의사는 전자파에 많이 노출되어 발생한 현대사회적 질병으로 설명했다.”
- 87년 5월 면제판정을 받았고 88년 2월 대학원을 졸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첫 취업은 언제 했나.
“대학원 졸업하자마자 88년 3월 ‘두고전자’라는 회사에 취업했다.”
87년 5월 민정당 고건 의원(지자제위원장·가운데)이 당정협의를 주재하고 있다(위). 노태우 정권 초기인 89년 3월 고건 서울시장(가운데)이 국회에서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
“의사가 정상적 직장생활을 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말해 취업했다.”
- 다른 신체장애와 달리 일부 정신질환은 취업이 가능할 정도로 병세가 호전될 경우 신검을 다시 받으면 정상판정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취업 대신 신검을 다시 받아 군대에 갈 수도 있었지 않은가. 굳이 군대에 가지 않은 것 아닌가.
“논리적으로 그 말도 맞는 것 같다. 그러나 의사는 환자 치유를 위해 많은 것을 생각했고, 군대는 안 가는 게 좋겠다고 권유해서 안 간 것으로 기억된다.”
- 첫 취업 이후 직장생활은 어떠했나.
“두고전자에 계속 다니다 92년 9월 한국통신으로 옮겼다. 이후 94년 11월 신세기통신으로 다시 옮겼고 지금은 SK텔레콤에서 일하고 있다.”
- 지금까지 14년간 직장생활을 정상적으로 계속해왔다는 것인가.
“그렇다.”
- 애초부터 고의로 병역을 기피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어 왔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3개월 입원이면 정신병으로 면제받을 수 있는데 나는 87년 5월 재신검을 받기 전 3개월보다 훨씬 더 긴 기간 동안 입원해 있었다. 취업 이후에도 상당 기간 동안 외래진료는 받았다.”
본인 2년 8개월간 영장 미발부
한나라당 박세환 의원은 98년 국회에서 “고건 후보의 차남이 병역면제처분을 받은 87년은 고후보가 내무부 장관이었던 때”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당시 고후보측은 “차남은 대학원 다닐 때 질병이 발병해 6개월간 서울대병원 특수병동에 입원했으며 그 때문에 정상적으로 면제받은 것”이라고 반박했었다. 그러나 그의 면제판정 10개월 뒤 취업 사실은 논란을 증폭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98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한나라당은 고건 후보 본인의 병역면제 의혹에 대해서도 관련 자료를 수집했다. 한나라당 최병렬 서울시장 후보는 이 자료를 토대로 후보 초청 TV토론(세 차례)과 후보 방송연설(세 차례)을 통해 고후보 병역면제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주간동아’는 당시 TV토론, 후보 방송연설 6회분을 녹음한 비디오 테이프를 최근 입수했다. 이들 방송물은 향후 인사청문회에서 고내정자 본인 병역면제 의혹에 대해 어떻게 공방이 펼쳐질지 미리 알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내정자는 신검에서 갑종(현재의 1급) 판정을 받고도 군대가 면제된 사유에 대해 “당시 혼란한 사회 상황에서 35만명의 징집대상자 중 17만명에게 영장이 나오지 않았는데 나는 그 17만명에 속해 있었다”고 해명해왔다. 이에 대해 최병렬 후보는 98년 TV토론과 TV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에도 대학을 졸업하면 반드시 영장이 나오게 되어 있었다. 대학 졸업 후 고시합격까지 1년 10개월간, 또 보충역으로 편입될 때까지 2년 8개월간 징집영장이 안 나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5·16혁명 이후 한때 영장이 잘 안 나온 적은 있지만 5·16혁명은 고건씨가 대학 졸업한 뒤 1년여 뒤에 발생한 일이다. 더구나 갑종은 당시 군의 인력이 절대 부족한 상태여서 영장발부에 예외가 없었다.” 98년 당시 국민신당 소속이었던 박찬종씨는 “고후보의 고등고시 동기 중 입영영장이 안 나왔다는 사람은 고후보 한 사람뿐이다”라고 주장했다. 고내정자의 7대 의혹 중 다른 다섯 가지 의혹도 이번 인사청문회를 전후로 해서 ‘리바이벌’될 것으로 예상된다(박스기사 참조).
고내정자가 넘어야 할 산은 아마 ‘난코스’가 될 것 같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98년 자료를 기초로 해서 그때보다 더 심도 있는 검증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