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썹, 아이라인, 입술 등에 장기간 지워지지 않는 색을 입히는 ‘반영구 화장’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한 피부관리숍의 ‘반영구 메이크업(semi permanent make-up)’ 광고문구다. 최근 ‘지워지지 않는 화장’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세수해도 지워지지 않아 간편하다” “메이크업 전문가가 최고의 모습을 만들어준다” 등이 주된 광고 테마. 서울 강남과 대학가 주변의 피부관리숍들은 저마다 ‘퍼머넌트(반영구 메이크업을 가리키는 말) 전문점’임을 내세워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 소개하는 메이크업은 엄밀히 말하면 화장이 아닌 문신. 피부 속에 색소를 넣어 일정 기간 동안 지워지지 않게 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눈썹 문신과 차이가 없다. ‘화장’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시술 부위가 아이라인과 입술 등으로 넓어져 색깔이 다양해졌고, 문신에 비해 영구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반영구 메이크업 전문숍 ‘페이스업’의 유혜진 원장은 “피부를 일시 마취한 후 바늘을 이용해 색소를 주입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화장보다는 문신 쪽에 가까운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기존의 문신처럼 먹물 색깔이 영구적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시술 후 조금씩 빠지기 시작해 3~5년이 지나면 완전히 지워지고 인체에 무해한 천연색소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피부를 마취하고 바늘로 색소를 주입하는 시술이 피부관리숍이나 체형관리실 등에서 무분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 사이트와 입소문을 통해 ‘압구정동에 잘하는 언니’ 등으로 알려진 ‘보따리 시술자’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휴대폰으로 반영구 메이크업을 원하는 사람들과 연락한 후 직접 집에 찾아가 시술해준다.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 ‘언니’에게 전화를 걸자 “시술 시간이 30~40분밖에 걸리지 않으니 지금 바로 찾아오겠다”고 했다. “집에서 하는데 위생문제는 없느냐”고 물었더니 오히려 “집이 지저분하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위생’을 묻는 것 자체가 어색하다는 반응이었다. 20대 후반인 이 여성이 가지고 다니는 시술도구는 무통 크림과 색소, 바늘이 전부. 눈가, 입술 등 ‘화장’이 필요한 부위에 무통 크림을 발라 일시적으로 고통을 없앤 후 바늘로 색소를 주입하는 것이다.
수술에 가까운 시술 위생은 뒷전
반영구 메이크업 전문점이라고 주장하는 뷰티숍이라고 해서 사정이 다른 것은 아니다. 대부분 강남 등지에 밀집돼 있는 이들 숍의 원장들은 미용 아카데미에서 ‘퍼머넌트’ 과정을 수료했다고 내세우지만 이 수료증은 공인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반영구 메이크업에 대해서는 어떤 규정도 마련돼 있지 않아 일반 메이크업과 똑같이 취급되고 있다. 교육기간은 대개 2~3개월이고 속성의 경우는 한 달 만에 자체에서 제작한 수료증을 준다. 이 증서를 받으면 바로 ‘피부관리 전문가’가 되어 ‘반영구 메이크업’ 숍을 내고 수술에 가까운 시술을 하는 것이다.
이들은 ‘위생문제는 걱정없다’ ‘일회용 바늘만 사용한다’고 주장하지만 이에 대한 단속기준이 없기 때문에 숍 관리자가 알아서 약속을 지켜주기만을 믿어야 하는 형편이다. 심지어 한 아카데미 관계자는 “반영구 메이크업에 대해서는 아직 법 자체가 없어 불법, 합법을 논할 수 없다”며 “피해가 발생한 것도 아닌데 뭐가 문제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한다. 피부과 전문의 신학철 박사는 “피부의 표피는 두 달만 지나면 다 떨어져나간다. 이 메이크업이 3~5년간 유지된다는 건 어떤 식으로든 진피층을 건드린다는 것인데 이 경우 피부에 대한 기본 상식조차 없는 무자격자들에게 소중한 피부를 내맡기는 격이 된다. 더구나 소독 등 기본적인 위생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이 시술 과정에서 간염은 물론 에이즈까지 옮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영구 메이크업이 시술되는 눈썹, 아이라인, 입술 등이 모두 예민한 부위라는 것도 위험요인이다. 이에 대해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반영구 메이크업은 ‘화장’의 이름을 빌린 의료행위”라며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피부과나 성형외과에서만 할 수 있도록 단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