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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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평균 행복지수는 64.13점

주간동아 전국 642명 설문조사… 10대·강원도 거주자 “난 행복해” 71점 최고

  • 전원경 기자 winnie@donga.com

    입력2003-01-30 09: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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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얼마나 될까? ‘주간동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100점 만점에 64.13점의 행복을 느끼고 있다. 남녀간의 차이는 거의 없었지만 나이와 지역별로는 차이가 적지 않다. 10대의 행복지수가 71.43인 반면, 20대가 느끼는 행복지수는 그보다 10점이나 낮은 61.94에 불과하다. 또 경기·인천 지역의 거주자들은 59.17의 낮은 점수를 보였지만 강원도 거주자들은 70.25로 전국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임을 보여주었다.
    한국인 평균  행복지수는 64.13점

    건강과 돈, 친구, 가족 등은 행복을 느끼기 위해 기본적으로 충족되어야 할 가장 중요한 조건들이다.

    ”이것 좀 봐, 이거 한번 계산해 보라구.” 한 모임에서 만난 친구 하나가 기자를 비롯한 다른 이들에게 느닷없이 신문기사 한 조각을 내밀었다. 기사의 제목은 ‘영국에서 행복계산법 나왔다.’

    “계산해 보니까 난 94점이나 나오더라. 난 내가 굉장히 불행한 줄 알았는데, 그래도 나 정도면 행복한 건가봐.” 기사를 오려온 친구의 말이 이어졌다. 그 말에 결국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모두 머리를 맞대고 자신의 행복지수를 계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1월6일 영국 BBC 방송이 보도한 ‘행복공식(Formula for happiness)’이란 행복의 각 조건을 조사해 이를 100점 만점으로 환산할 수 있는 계산법이다. 영국의 심리학자 캐럴 로스웰과 전문 상담가 피트 코언은 1000여명의 영국인에게 80가지의 문항을 주고 행복해지기 위해 가장 필요한 조건들을 고르라고 주문했다. 두 사람은 이 조사의 결과로 ‘행복=P+(5×E)+(3×H)’란 공식을 창안해냈다.

    사회심리학자인 최창호 박사는 ‘행복공식’이 영국에서 만들어졌지만 한국인들의 행복을 계산하는 데에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식의 두 변수인 P와 E는 각기 개인의 가치관과 기본적 생존 요소를 나타내는 척도입니다. 공식 창안자들은 이중 E에 5를 곱함으로써 가장 큰 가중치를 부여했는데 이는 한국인이나 영국인이나 별 차이가 없다고 봐요. 다만 차이가 있다면 마지막 요소인 고차원적 욕구(H)에서 생길 수 있겠죠.”

    그렇다면, 이 공식에 대입해 본 한국인들의 행복지수는 얼마나 될까? ‘주간동아’는 1월28일부터 30일까지 ‘동아닷컴(www.donga.com)’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인들의 행복지수를 설문조사했다. 3일간 642명이 설문에 응해 자신의 행복지수를 계산했다. ‘주간동아’는 이 결과를 최창호 박사와 함께 분석했다.



    설문 응답자들 중 남자는 372명, 여자는 270명이었으며 지역별로는 서울이 가장 많아 254명, 경기·인천이 139명, 충청도가 44명, 전라·제주도가 78명, 경상도가 112명, 강원도가 12명 등이었다(3명은 지역 밝히지 않음). 또 나이별로는 10대가 16명, 20대가 138명, 30대가 225명, 40대가 177명, 50대가 65명, 60대 이상이 20명이었다(1명은 나이 밝히지 않음). 응답자 전원의 행복지수 평균은 64.13.



    연령별 결과 ■ 열심히 일한 20, 30대, 쉬어라!

    한국인 평균  행복지수는 64.13점
    설문 결과를 나이순으로 살펴보자 상당히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났다. 10대의 행복지수가 71.43으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는 60대가 69.20, 50대가 66.26, 40대 65.23, 30대 63.32, 20대 61.94 순이었다. 30대와 20대는 각기 전체 평균보다 낮은 셈. 특히 20대는 10대에 비해 거의 10점이나 행복지수가 낮았다.

    10대와 20대의 행복지수 차이는 4번 질문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도와달라고 부탁할 사람들이 주위에 있는가’ ‘하고 있는 일을 열심히 하는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 10대는 10점 만점에 8.06의 높은 점수를 준 반면, 20대의 점수는 6.17에 불과했다. 이에 대한 최박사의 분석을 들어보자.

    “설문조사의 결과는 우리 10대가 꿈 많고 발랄하고 자존심도 강하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들은 입시와 학교 내 경쟁 등으로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그래도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반면 20대는 이성관계와 사회적응 등의 면에서 크게 좌절을 겪고 있는 듯합니다. 10대에 가졌던 꿈들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 깨지면서 야망은 물론 자존심까지 무너지고 있는 거죠. 30대 역시 비슷한 맥락입니다. 이들은 일에 파묻혀 꿈은 물론이고 행복을 느낄 여유조차 잃어버린 거죠.”

    그렇다면, 이렇게 낮아졌던 행복지수가 40, 50, 60대에서 서서히 상승곡선을 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40대로 가면서 경제적 안정을 찾았다는 데 큰 이유가 있습니다. 40대 이상의 대답을 보면, 생존의 기본조건인 E요인에서 한결같이 높은 점수가 나왔습니다. 인간관계 역시 지나친 경쟁에서 벗어나 상호협력의 관계로 들어선 듯하고요. 성장발전과 성취욕 등 스스로에게 몰려 있던 삶의 에너지들이 주변으로 펼쳐지며 상대적으로 삶에 대해 넉넉한 태도를 가지게 된 것입니다.”

    E요인을 묻는 3번 질문, 즉 ‘건강과 돈, 안전, 선택의 자유, 공동체의식 등이 잘 충족되는 편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20대의 응답 평균은 6.15에 불과하지만 50대는 6.86이다. 삶의 기본적 조건들이 많이 충족되면서 그만큼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정신분석학자인 칼 구스타프 융은 나이가 들면서 자기 자신(Self)과 자아(Ego)가 융합된다고 말했습니다. 중년 이후가 되면 그만큼 삶의 여유가 생기고 스스로의 내면에 다시 주목한다는 뜻도 되죠. 반면 20, 30대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면이 많아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느끼는 시기입니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우려고 노력하다 보니 그만큼 도전정신도 커지게 되는 거죠.”

    한국인 평균  행복지수는 64.13점
    지역별로도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대부분 평균과 비슷한 결과가 나왔으나 유독 강원도가 70.25로 가장 높았고, 반면 서울을 제외한 경기·인천 지역이 59.17로 가장 낮았다. 경기·인천 지역의 지수는 평균보다 5점이나 낮은 수치다. 가장 많은 인원이 대답한 서울의 결과는 평균보다 약간 높은 수준인 66.60점.

    물론 이 설문의 응답자들은 주관적인 행복의 정도를 대답한 것이므로 ‘강원도 사람들이 가장 행복하고 경인지역 사람들이 가장 불행하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인접한 지역인 경기도와 강원도 간 행복지수가 이처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흥미로운 결과다. 최박사는 “강원도 사람들이 그만큼 긍정적으로 인생을 바라보고 있으며 심신이 건강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자연과 가깝게 접하며 살고 인구밀도도 낮은 편인 강원도 사람들이 낙천적임을 보여주는 것이죠. 반면, 서울을 제외한 경기·인천 지역의 낮은 행복지수는 서울에 대한 수도권의 상대적 박탈감, 서울로 출퇴근하면서 겪어야 하는 불편함 등으로 인한 것이 아닐까요.”

    강원과 경인지역 응답자들은 2번 질문과 3번 질문에서 큰 편차를 보였다. 2번 질문에 대한 강원지역 응답자의 평균은 8.08인 데 비해 경인지역은 6.37이었고 3번 질문 역시 강원지역은 7.08인 데 비해 경인지역은 5.80에 불과했다. “이 결과는 강원도 응답자들이 친구관계나 건강 등에서 더 자신감이 있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또 유머감각도 상대적으로 풍부합니다. 말하자면 삶을 대하는 태도가 가장 여유로운 것이죠.” 그야말로 ‘강원도의 힘’을 느끼게 하는 결과다.

    서울지역의 결과도 흥미롭다. 대체로 평균을 약간 웃도는 결과를 보여준 서울 거주 응답자들은 특히 2번 질문에서 7.11로 전국 평균 6.79를 상당히 상회했다. 이는 곧 서울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상대적으로 빨리 해소하고 삶을 잘 통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도시인다운’ 삶의 태도를 가지고 있는 셈.

    특이하게도 이번 조사에서 유독 남녀의 차이는 거의 찾을 수가 없었다. 남성 응답자의 평균은 64.15, 여성 응답자 평균은 64.11로 별 차이가 없었다. 최소한 행복을 느끼는 데에는 남녀 차이가 없는 셈이다.

    최박사는 “행복지수란 객관적인 자료가 아니라 개개인의 지각이 느끼는 대로 응답한 주관적 자료”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지수만으로 보면, 행복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는 경제력과 친구 등 대인관계,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 등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 64.13이라는 전국 평균점수는 한국인들이 대체로 행복에 대해 긍정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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