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3월7일 자신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증인 채택을 둘러싼 여야 이견으로 무산되자 청문회장에 우두커니 앉아 하루 종일 기다리다가 돌아갔다. ‘삼성 떡값’ 수수 의혹을 제기하며 그의 발목을 잡은 김용철 변호사는 1994~95년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 주임검사로 일할 때 한솥밥을 먹었던 후배 검사다.
측근들은 그가 3월9일 서울시내 모처에 마련된 국정원 안가 사무실에서 오후 6시경까지 국회의 인사청문회 속개를 기다리면서 “의원님들이 ‘더 바쁜 정치 일정’ 때문에 여념이 없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고 전한다. 인사청문회는 이후 열리지 않았다.
새 국정원장에 대한 안팎의 반응은 한마디로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전 정권에서 법무부 장관 등을 역임한 그의 발탁에 대해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유능하고 훌륭하다면 어떤 인재든 가리지 않겠다고 밝혀왔으며, 김 국정원장의 과거 행보와 철학이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과 맞는다”고 극찬했다.
이 대변인은 또 “김 국정원장은 새 정부가 지향하는 창조적 실용주의에 적합할 뿐 아니라 국정원이 국익을 위해 순수 정보기관으로 일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그는 검찰에 몸담으며 평생 법질서 수호에 기여했을 뿐 아니라 퇴임 후 친(親)기업 환경 조성과 반부패에도 앞장서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직원들은 그가 국정원의 누적된 문제를 개혁적으로 해소해나갈 의지와 능력을 갖췄는지에 대해서는 좀더 두고 봐야 한다는 반응이다. 내부 인사들은 △‘통일부 따라하기’ ‘외교관 및 기관장 흉내내기’라는 비난을 받아온 국가 정보기관 본연의 기능 회복 △비대해진 조직의 간소화와 효율화 △객관적 평가와 경력 관리 등 인사제도 개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는 3월19일 단행된 1, 2급 인사에서 29명의 1급 간부 가운데 60%를 물갈이하는 용단을 내렸다. 그러나 내부 조직개편은 국정원이 늘 그래온 것처럼 조직을 ‘떼었다 붙였다’ 하는 형식적 수준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그는 “국정원은 오직 국익만을 위한 순수 정보기관이 돼야 한다” “최고의 역량을 갖춘 강한 정보기관이 돼야 한다”고 지휘 방침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