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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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방송 PD로 변신한 네팔인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9-02-19 17: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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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노동자 방송 PD로 변신한 네팔인
    “이주노동자들도 한국의 일원이에요. 그렇지만 방송에서는 우리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요. 이주노동자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하고자 카메라를 잡았어요.”

    이주노동자 어속 타바(31) 씨가 ‘이주노동자의 방송(MWTV)’ 프로듀서(PD)로 변신한 이유다. 네팔인인 그는 대학을 다니던 2000년 한국에 왔다. 다른 이주노동자와 마찬가지로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비즈니스를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잖아요. 한국에선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로서의 삶은 결코 쉽지 않았다. 플라스틱 공장, 인테리어 공장 등에서 8년을 전전한 그는 두 달 동안 일하던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월급을 떼인 적도 있다.

    그가 비디오카메라를 접한 것은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을 회원들의 집으로 보내 웹 편집과 비디오카메라 사용법 등을 알려주는 한 시민단체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다. 타바 씨는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자원봉사자의 설명을 들으면서 촬영기술을 배웠다. 그는 틈틈이 모은 월급으로 비디오카메라도 샀다.



    그가 MWTV에서 일하게 된 것은 2008년부터다. 네팔 이주노동자 축제를 촬영하던 중 MWTV 대표에게서 제의를 받은 것. 공장에 다닐 때보다 월급은 훨씬 적었지만 일을 하며 느끼는 보람 때문에 그는 결국 방송을 선택했다.

    “한번은 한국에서 장기 체류하는 네팔인 100여 명을 인터뷰하는 프로그램을 만든 적도 있었어요. 모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영상 메시지를 보내는 내용이었죠. 네팔 TV방송에도 나갔는데, 다들 좋아하는 걸 보고 마음이 짠했어요.”

    그가 맡은 것은 ‘다국어 이주노동자 뉴스’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세상’이다. 그가 직접 촬영하고 편집하는 뉴스는 스리랑카어, 버마어, 네팔어 등으로 번역돼 한국 내 이주노동자들의 눈과 귀가 돼준다.

    한국을 떠나기 전, 그는 다큐멘터리 한 편을 꼭 찍고 싶다고 했다.

    “네팔엔 한국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렇지만 실제로 여기서 어떤 삶을 살게 될지는 모르죠. 이들에게 한국의 여러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 이 기사의 취재에는 동아일보 대학생 인턴기자 임지현(서울대 사회교육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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