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중인 귀국 짱족 둬지츠단 씨.
냉전이 절정을 이루던 1960~70년대 남북의 체제선전 기자회견장에서 자주 나오던 상투적인 말이다. 당시 남북은 경쟁적으로 상대방 지역에서 온 사람을 체제선전에 활용했다. 그런데 이는 현재의 티베트 이야기이기도 하다.
중국 외교부는 베이징(北京)에 주재하는 8개사 한국 특파원 13명을 티베트로 초청했다. 기자도 초청에 응해 9월11일부터 7일간 현지를 취재했다. 올해 7월1일 개통한 칭짱(靑藏)철도에 따른 변화와 티베트 독립에 관한 전망을 진단하기 위해서였다.
티베트의 독립운동에 관심이 많은 기자는 중국 외교부 측에 달라이 라마를 좇아 인도에 가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돌아온 사람을 인터뷰할 수 있도록 알선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렇게 해서 9월14일 오전에 만난 사람이 시짱(西藏)자치구 라싸(拉薩) 시에 사는 둬지츠단(多吉次旦·72) 씨였다.
그의 집은 겉은 허름한 듯했지만 안은 화려하게 장식돼 있었다. 거실엔 고급스런 소파와 중국 최대의 가전회사인 TCL사의 TV, 불상을 모신 장식장, 판첸 라마 10세의 사진이 조화롭게 진열돼 있었다.
판첸 라마 10세는 1989년 서거한 티베트의 고승 2인자다. 그는 59년 티베트 인민이 독립을 위해 봉기했을 때 중국 인민해방군의 무력 진압을 피해 인도로 망명한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달리 티베트에 남아 있었다.
달라이 라마는 1995년 판첸 라마 10세가 겐둔 초키 니마(당시 6세)로 환생했다며 그를 판첸 라마 11세로 선언했다. 그러자 중국 공산당은 곧바로 그를 납치해 베이징에 연금한 뒤 다른 소년을 판첸 라마 11세로 옹립해 현재까지 티베트 지배 선전도구로 활용 중이다.
1959년 일어난 민중봉기 이후 어수선하던 62년, 가족과 함께 인도로 간 둬지츠단은 남의 집 하인이나 막노동꾼 등으로 일하면서 어렵게 살다가 98년 티베트로 돌아왔다. 처음엔 독립을 꿈꿨지만 나중에 보니 인도의 망명정부보다 중국의 중앙정부가 더 낫더라는 것.
중국정부는 1989년부터 해외로 나간 짱(藏)족의 귀국사업을 벌이고 있다. 독립운동 참가 여부를 불문하고 돌아오면 집을 무료로 제공하고 직업도 알선해준다. 이런 사업이 무려 18년째 계속되고 있지만 둬지츠단처럼 돌아온 짱족 동포는 많지 않다. 전체 15만 명의 해외 짱족 가운데 1.3%인 2000명만 돌아왔다.
“처음엔 독립을 희망했지만 오랜 이국 생활 끝에 중국정부가 티베트 망명정부보다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둬지츠단은 중국의 중앙정부가 좋아할 만한 말을 많이 했다. 그러나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짱족 동포가 얼마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