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41조 매출 올리는 쿠팡 김범석, 재난급 유출 사태에 입 닫고 잠적

“김 의장, 법적 책임 따지기 전에 머리부터 숙이는 일 납득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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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5-12-12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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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범석 쿠팡아이엔씨(Inc.) 의장. 쿠팡 제공

    김범석 쿠팡아이엔씨(Inc.) 의장. 쿠팡 제공

    “평소 김범석 의장은 한국 사회 특유의 집단주의적 문화와 기업에 대한 강한 규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한다. 기업에 문제가 생겼을 때 법적 책임을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총수가 공개적으로 머리부터 조아리는 것은 한국, 일본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도 갖고 있다.”

    쿠팡 최고위급 임원이 사석에서 전했다는 김범석 쿠팡아이엔씨(Inc.) 의장의 평소 지론이다. 한국 출신이지만 미국에서 자라 ‘미국적 사고방식’을 가진 김 의장 입장에선 국내 대기업 총수들이 국회에 불려 나가 ‘여론 재판’을 당하는 모습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의장, 평소 한국의 강한 기업 규제에 불만”

    김 의장은 1978년 서울 서초구(당시 강남구)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국내 대기업의 해외 주재원이던 부친을 따라 동남아 등 외국에서 주로 생활했다. 이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간 그는 미국 시민권자 ‘범 킴(Bom Kim)’이 됐다. 미국 명문 사립고 디어필드아카데미와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나온 김 의장은 학창 시절 잡지를 창간해 뉴스위크에 매각하는 등 비즈니스에 두각을 나타냈다. 2010년 자본금 30억 원으로 소셜커머스 업체 쿠팡을 세운 김 의장은 창업 4년 만에 한국 첫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을 일궜다. 김 의장의 손에서 쿠팡은 매출 41조 원(지난해 한국법인 기준)에 달하는 유통업계 공룡으로 성장했다. 

    최근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쿠팡이 홍역을 치르는 와중에도 김 의장은 이렇다 할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내에선 2015년 기자간담회 이후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도 없다. 11월 30일 쿠팡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된 사과문은 박대준 전 대표(12월 10일 사임) 명의였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긴급 현안 질의에도 박 전 대표가 출석했다. 국회 과방위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김 의장을 12월 17일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했다. 김 의장이 불출석할 경우 고발 등 법적 조치에 나설 전망이다.

    지난 10년간 김 의장은 국회 국정감사와 청문회 등 증인으로 6차례 채택됐지만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다. 김 의장은 2015년 쿠팡 협력업체에 대한 부당행위 의혹과 관련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처음 증인으로 채택됐다. 당시 김 의장은 “농구하다가 아킬레스건 부상을 입어 거동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불출석해 논란을 샀다. 그 후 2016년에도 협력업체 부당행위 의혹, 2020년 쿠팡 물류센터 근로자 및 배달기사 과로사 등으로 국회 출석을 요구받았으나 미국 본사 업무를 이유로 들며 응하지 않았다. 올해는 1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청문회(택배 종사자 심야 배송 문제), 10월 14일 정무위 국정감사(쿠팡플레이 스포츠패스 요금, 온라인 플랫폼 불공정 거래 논란)와 같은 달 28일 정무위 종합감사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 참석, 해외 출장 등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김 의장이 쿠팡과 관련된 각종 논란에도 한국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그가 쿠팡 한국법인과의 법적 연결고리를 최소화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미국과 한국에 모두 발을 걸친 쿠팡의 지배구조 정점에는 김 의장이 있다. 김 의장은 현재 뉴욕증시에 상장된 쿠팡 모기업 쿠팡아이엔씨 주식 지분의 8.8%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그가 보유한 지분은 보통주보다 29배 많은 의결권이 부여되는 ‘클래스B 보통주’로, 의결권의 73.7%를 확보한 상황이다. 쿠팡아이엔씨는 그룹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쿠팡 한국법인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2021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했으나 김 의장은 미국 국적이라는 이유로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같은 해 6월 경기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김 의장은 한국 쿠팡 의장직과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김 의장이 미국 모회사를 통해 한국 쿠팡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가졌음에도 경영상 책임은 피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쿠팡, 김 의장 국회 출석 막으려 ‘엄청난 방어’”

    쿠팡의 막강한 대관(對官) 조직이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그간 쿠팡은 정관계 출신 전관을 대거 영입해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한 대관 라인을 구축했다. 현안 질의, 자료 요구 차원에서 쿠팡 관계자들을 자주 만났다는 전직 국회 보좌관의 설명이다.  

    “쿠팡은 김 의장은 물론, 주요 임원이 국회에 출석하는 것을 막으려고 국회 보좌관 출신들을 앞세워 그야말로 엄청나게 방어를 했다. 출석 요구에 여러 차례 불응해도 별문제가 없자 쿠팡 측은 ‘어차피 여론에 두들겨 맞을 건데 굳이 김 의장이 국회에 나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싶다. 그래서인지 국회의 각종 자료 요구에 응하는 쿠팡 측 태도도 시간이 지날수록 성의가 없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한국 쿠팡 수장에 김 의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해럴드 로저스 쿠팡아이엔씨 최고관리책임자 겸 법무총괄이 임시 대표로 선임된 것을 두고도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유통업계 안팎에선 “쿠팡 본사가 이번 사태를 적극 수습하고 고객의 불안감을 줄이려는 조치”라는 시각과 “법률 및 컴플라이언스(준법 경영) 전문가인 미국인 임원을 신임 대표로 보낸 것은 ‘법대로 하자’는 사인”이라는 분석이 엇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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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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