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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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미친 부동산 잡기 ‘골머리’

양도소득세 부과 등 강력한 조치 쏟아내 … 6월 들어 대도시 중심으로 거래 급랭

  • 베이징=김수한 통신원 xiuhan@hanmail.net

    입력2005-06-23 15: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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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도 미친 부동산 잡기 ‘골머리’

    베이징에서 열린 주택전시회를 찾은 중국인들.

    한껏 달아오른 부동산 투기 열풍을 잡아보려고 애쓰는 나라는 한국뿐만이 아니다. 최근 중국 정부도 천정부지로 치솟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한 각종 조치를 쏟아내고 있다.

    중국은 1988년부터 내수경기 활성화의 방편으로 부동산 투자를 촉진해왔다. 이를 위해 8차례에 걸친 이자율 인하, 주택담보대출 시행, 부동산 거래 세수 감면 등의 정책을 펴왔다. 이 같은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2003년 부동산 개발 투자 규모는 1조 위안(약 130조 원)을 넘었으며, 전체 경제에서 부동산업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점점 늘어가는 추세다.

    중국의 주택 가격은 경이적인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2000년 1㎡당 5000위안이던 상하이(上海) 부도심의 한 중산층 아파트 값은 현재 1만 위안으로 2배 뛰었다. 올 1분기 주택 가격 상승률은 13.5%로 작년 같은 기간의 6.5%를 크게 앞질렀다. 상하이의 경우엔 주택 가격 상승률이 19%나 된다.

    올 1분기 주택 가격 상승률 13.5%

    이처럼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자 많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먼저 가계의 주택 관련 부채 비율이 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높아졌다. 35개 주요 도시의 주택 가격이 가계 연소득의 11.6배에 달해 적정 수준인 3~6배를 크게 초과했다. 주택자금 대출도 2003년 기준 1조1780억 위안으로, 4년 동안 약 9배가 증가했다.



    또한 부동산 투자의 많은 부분이 단기매매 차익을 기대한 투기여서 큰 우려를 낳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자 해외에서도 부동산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해외 투기자금은 중국의 부동산 가격을 높이는 주요 동력이 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위안화 평가절상을 기대하며 대거 유입된 핫머니. 2004년 한 해 핫머니 유입 규모는 400억~1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5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 상하이 부동산 시장에 유입된 해외 핫머니 규모는 약 222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보다 13.5% 증가했다.

    중국 내 한국인들의 부동산 투자 열기도 뜨겁다. 중국에서는 외국인도 주택담보 장기대출을 받을 수 있어 집값의 30∼40%만 있어도 집을 장만할 수 있다. 이에 중국에서 장기 거주하는 한국인은 아예 집을 사는 추세다. 지난해부터는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고 베이징, 상하이, 칭다오 등에 초고가 아파트를 사는 한국인도 늘어났다. 베이징의 대표적 한인주거지인 왕징에서 분양되는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만 해도 1㎡당 5000위안(약 65만원)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6000∼8000위안을 기록하고 있다. 개발업체 난립으로 인한 공급 과잉도 중국 부동산 시장이 안고 있는 골칫거리다.

    중국도 미친 부동산 잡기 ‘골머리’

    아파트가 수익 높은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면서 주택전시회마다 많은 인파가 몰리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중국 당국은 최근 몇 년간의 과열경기의 주범으로 부동산을 지목하고 긴축 정책을 펼쳤다. 그럼에도 부동산 가격은 오히려 더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왔다. 이제는 중국 내외의 많은 전문가들이 ‘중국 주택 버블’을 경고하기 시작했다. 나아가 약한 주택금융시스템 붕괴를 고리로 하는 국가경제 붕괴론까지 언급되고 있다.

    폭락 막기 위해 완화 조치도 예상

    2004년 말 현재 중국 전체 금융회사의 부동산 대출 규모는 2조6000억 위안. 부동산 시장이 급팽창하기 시작했던 98년에 비해 약 10배가 늘어난 규모다. 부동산 시장이 무너질 경우 중국 금융권도 함께 도산할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3월5일 원자바오(溫家寶) 국무원 총리가 전국인민대표대회 정부 업무보고에서 “부동산 투기의 억제와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한 진일보한 조치를 종합적으로 마련하라”고 지시한 이후 각종 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우선 인민은행은 3월17일부터 시중은행의 부동산 대출 금리를 대폭 올렸다. 또한 국무원은 지방정부 책임자가 아파트 가격 안정을 책임지도록 하는 책임제를 도입하고, 서민주택용 토지 공급을 강화하는 등 8개항의 부동산 시장 안정 대책을 마련했다.

    정부가 취한 일련의 정책들로 인해 중국의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5월 초부터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건설부 관계자는 “정부 정책의 영향으로 5월 상업용 부동산의 매매가 전월 대비 20% 감소했으며, 투기성 매입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6월1일부터 시행된 이른바 ‘부동산 신정책’이 부동산 가격의 상승세를 꺾는 결정타가 되었다. 신정책의 핵심은 보유기간 2년 미만의 주택 거래에는 종전엔 없었던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는 것. 여기에 기타 세금을 합치면 실제 세금은 양도 차액의 10%에 달한다. 이는 98년 계획경제의 산물인 주택 무상분배를 중지한 이후 당국이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해 취해온 개인무양도소득세 제도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조치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부동산 개발업자는 주택 건설을 위한 토지를 신청할 때 주택 분양가격과 분양면적을 제출해야 한다. 건설업자의 이윤 상한선은 3%로 제한된다. 당국으로부터 토지사용권을 얻은 후 1년이 지나도 개발에 착수하지 않으면 공한지세(空閑地稅)를 내야 하고, 미개발 상태가 2년 이상 경과하면 사용권이 취소된다.

    중국의 토지는 전민소유제로, 그 소유권은 국가가 행사하며 건설업자는 국가로부터 토지에 대한 장기사용권을 구매한다. 건설 열풍이 일고 있는 중국 대도시에서는 거대 국유건설업체가 지방정부와의 유착을 통해 금싸라기 땅을 헐값에 선점, 땅장사를 통해 막대한 이득을 취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왔다. 이 조치는 일종의 공공재인 토지를 2년 이상 방치할 경우 개발허가 자체를 취소할 수 있는 매우 강력한 처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중국 언론들은 연일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투기 억제책이 시행된 6월 전후로 상하이, 베이징, 칭다오(靑島), 원저우(溫州), 선전(深), 난징(南京), 광저우(廣州) 등지에서 부동산 경기가 급랭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인민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신정책 발표 이후 부동산 열기가 가장 뜨거웠던 상하이에서 3개월 내 주택을 구입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12%나 하락했다. 상하이의 4월 주택 분양가격은 3월보다 평균 9% 떨어졌다. 1㎡당 8800위안이었던 주택 분양가격은 8097위안으로 급락했다. 개인 간 거래되는 주택량도 15∼20%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거래량 감소의 영향으로 문 닫는 부동산 중개업소도 속출하고 있다. 상하이의 경우 전체 업소의 25%에 달하는 3000~4000개 중개업소가 폐업했다. 상하이에 집중됐던 대도시 투기단은 운신의 폭이 좁아진 상하이를 빠져나와 인근 저장(浙江)성의 새로운 관광개발지역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중국 부동산 시장의 ‘큰손’인 원저우 자본 역시 이미 홍콩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사회과학원 금융연구소의 한 전문가는 이번 신정책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면 완화된 조치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 시장 침체의 장기화는 중국 정부, 개발상, 그리고 주택소유자 그 누구도 원하는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은행 자금에 의존해 부동산을 개발해왔던 관련 업체들의 경영이 악화될 경우 이는 곧 금융권 전체의 불안으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통한 내수경기 부양은 달콤한 꿀이지만 한순간 독으로 전락할 수 있다. 중국이 위태로운 ‘부동산 버블’을 극복하며 경제를 신장해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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