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난자에 체세포 핵을 주입(복제)하는 장면.
김종갑 특허청장은 5월31일 정부 대전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황우석 교수의 인간배아 줄기세포 복제기술은 공서양속(公序良俗·사회의 질서와 선량한 양속)에 위배되지 않으며, 산업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는 발명이므로 특허등록 대상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황 교수의 인간배아 줄기세포 복제기술 관련 산업은, 10년 안에 전 세계 시장 규모가 3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정보기술(IT) 이후의 최대 산업인 생명공학(BT) 산업의 꽃으로 불린다. BT 산업은 여느 산업과 마찬가지로 경제적 성공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지적재산권 확보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황 교수의 연구 결과가 지적재산권을 보장해주는 특허등록의 대상이 되는지가 논란의 초점이었다. 일단 아직까지는 황 교수의 연구 결과가 특허출원이 되었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특허법에 따르면 모든 특허에 출원된 내용은 1년 6개월이 지나야 공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허분쟁 급증 … 처리기간 길어
황 교수팀이 개발한 기술의 특허 신청을 하는 데 비용이 부족하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지원하겠다는 사람이 속출했다는 후문이다. 정부는 드림팀을 만들어 해외에서의 특허출원을 돕겠다 하고, 민간 차원에서도 대한변리사회가 변리사들로 전문지원팀을 구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상황이다. 특히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인 특허전문가들이 황 교수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모으기로 결의하기도 했다. 대한변리사회는 6월8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모임을 갖고 이 지역 한인 특허전문가들이 중심이 돼 황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물에 대한 지적재산권 전략지원팀을 만들기로 결의한 것. 이 모임은 이택수 G&B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이성우 조지타운대학 객원연구원 등 특허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황 교수가 촉발한 생명공학 기술 경쟁이 자연스레 특허전쟁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이 같은 자발적인 모임으로 이어진 것이다.
만일 황 교수팀이 개발한 기술이 법률적인 보호를 받지 못한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 애써 개발한 기술이 권리를 갖지 못하고, 특허를 받았다 하더라도 권리를 침해하는 자를 막지 못한다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할 동기를 주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기술이 지속적으로 개발되려면 지적재산권 보호제도가 제대로 정비돼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특허출원 수는 세계 4위, 국제출원 세계 7위 등 숫자상으로 특허선진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특허심사와 분쟁처리 제도에 중대한 문제점을 안고 있기도 하다. 특허심사 기간을 줄이기 위해 특허청에서는 최근 특허심사관을 특채하는 등 심사제도 및 인원을 대폭 개선·확충해나가고 있다. 때문에 그동안 늑장 처리로 일관해오던 특허취득 과정이 앞으로는 상당히 단축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특허 도용과 특허침해 등 특허분쟁과 관련해서는 시급한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2003년 10월16일에 열린 대전 특허법원 청사 준공식 장면.
2003년을 기준으로 심판 사건은 9149건 접수됐고 심판관은 39명에 불과했지만, 이웃 일본은 3만3683건 접수에 심판관이 396명에 이르러 큰 대조를 보인다. 단순한 수치상 비교만으로 우리 심판관의 업무가 일본보다 3배 이상 많아 그만큼 심판관들의 애로사항도 많을 수밖에 없다. 특허출원이 지난해에 비해 대폭 늘어나 국가적으로 경사스러운 일이고, 특허심사 기간이 대폭 단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반가운 소식이지만, 이 점은 동시에 심판 사건이 대폭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도 권리의식이 높아져 매년 20% 정도 심판 사건이 늘어나고 있어 특허분쟁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특허제도 전문화 시급 … 특허법원 만들고도 활용도 낮아
특허소송의 전문성과 관련해서도 보완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1998년 우리나라에는 이미 세계에서 두 번째로 전문법원인 특허법원이 설치됐다. 그간 특허법원은 과학기술계의 염원이었고, 일본을 비롯한 세계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그런데 전문성을 중시하여 설치된 특허법원이 전문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현재 특허법원은 특허심판원의 심결취소 소송만을 관할로 하고 있고, 특허침해 소송은 여전히 ‘민사지법-고등법원-대법원’으로 가는 심급구조를 갖고 있다.
전문법원인 특허법원을 설치해두고 커다란 청사까지 갖췄지만, 정작 특허침해 소송은 일반고등법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면 이를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안타까운 점은 이 같은 관할 구분이 발명자를 포함한 법률 소비자들의 이익과 의사와 상관없이 획정,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2002년 대선에서는 후보마다 특허법원의 소임을 찾아주겠다는 공약을 한 바 있지만,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는 국민들이 특허분쟁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해야 할 때다. 세계는 지적재산권을 중시하여 제도를 대대적으로 개선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은 지적재산전략추진본부를 중심으로 특허소송에서 변리사와 변호사가 공동대리하고, 특허소송 관할을 집중하도록 개선한 사법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취해야 할 길은 우수한 인적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해 기술력을 키우는 길밖에 없다. 지금도 수많은 특허전문가들은 특허 심판제도의 강화만이 앞으로 제2, 제3의 ‘황우석’이 탄생할 수 있게 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확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