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송영한 프로필</b><br>1956년 출생<br>연세대 응용통계학과 졸업 <br>제22회 행정고등고시 합격<br>한국통신 홍보실/ 기획조정실 실장 <br>한국전기통신공사 마케팅본부 본부장 <br>KT 인력관리/ 기획조정실장(2002년) <br>KT 기획조정실장(2003년) <br>KTH 대표이사 사장(현재)
세계 최첨단의 유ㆍ무선 통신망을 갖춘 대한민국 IT(정보기술) 시장에서 통신사들까지 인터넷 분야에 진출, 세계적인 닷컴기업들과 경쟁해가며 만만치 않은 성적을 거뒀다는 점은 매우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애당초 망(network) 사업이란 인터넷 콘텐츠 사업과 방향 및 질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전화 사업에서 출발하여 초고속 인터넷망을 아우르고 다시 휴대전화에서 무선인터넷까지 영역을 넓힌 KT의 인터넷 사업 도전은 전 세계 통신 사업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바로 인터넷 세상의 파란을 일으키겠다는 야무진 꿈을 드러낸 ‘파란닷컴’(www.paran.com)이 그 주인공이다.
PC통신 ‘하이텔’과 초고속인터넷 포털 ‘메가패스’, 그리고 전화번호 검색의 1인자 ‘한미르’가 통합돼 2004년 7월에 새로운 얼굴로 출발한 ‘파란닷컴’은, 출범 당시 국내 스포츠 5개지 콘텐츠를 싹쓸이하며 인터넷 미디어 시장의 변화를 촉발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가 ‘파란닷컴’을 주목하는 진짜 이유는 도래하는 유비쿼터스 시대에 그 잠재력이 폭발하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통신사업자가 모태인 만큼 앞으로 KT(유선)-KTF(무선)-스카이라이프(방송) 등 범KT그룹의 콘텐츠를 담당하게 될 KTH호를 이끄는 송영한(50) 사장은 행정 관료에서 출발하여 KT 임원을 지낸 전형적인 통신통(通)이다. KT의 초고속인터넷 사업 성공신화의 주역이기도 한 그가 딱딱한 망 사업을 접고 말랑말랑한 콘텐츠 사업체의 수장으로 변신한 모습은 우리나라 닷컴 기업의 다양성을 반영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과연 송 사장이 그리는 ‘파란닷컴’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과거 KT를 운영했던 분이 ‘파란닷컴’의 수장으로 등극한 데 대해 기대가 컸다.
“아직은 변화하는 과정에 있고, 무엇보다 취약한 역량이 고민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포털이 아닌 ‘디지털 미디어 게이트웨이’ 사업자로 설정했다. 창의적인 콘텐츠 사업은 기존의 통신업체 문화로는 쉽게 성공시킬 수 없는 분야다. 대신 유·무선 통신에서 방송까지 아우르는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다양한 플랫폼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말 그대로 ‘원 소스-멀티유스(One Source-Multi Use)’를 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올해도 100% 이상의 성장이 기대될 정도로 빠르게 커가고 있다.”
-하이텔부터 시작해 역사가 10년을 넘어서는데, 역량을 너무 과소평가한 게 아닌가.
“PC통신과 인터넷은 사업의 규칙 자체가 확연히 다르다. 더구나 초기 구조조정 와중에 빠져나간 핵심 인력이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크게는 인재를 확충해가면서 선두권과의 격차를 줄여나갈 계획이다. KTH는 2004년 새롭게 만들어진 회사로 예전의 화려한 시절은 이미 잊었다.”
-관료에서 KT 임원까지 지낸 분인데 닷컴 CEO의 소임을 어떻게 설정했나. 그리고 망 사업과 닷컴 기업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현재 NHN이 승승장구하는 요인은 다른 벤처에 없었던 체계적인 경영기법 때문이다. KT에서 쌓아온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느꼈던 고민들을 실험적이고 이상적으로 구현해보고 싶다. KT보다 규모가 작은 만큼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는 게 장점이고, 자원과 인력이 부족하고 시스템이 안착하지 못했다는 점이 약점이다. 망 사업은 10~20년 이상 장기투자 해야 하는 분야다. 하지만 닷컴 사업은 3년, 아니 다음 분기의 상황조차 예측하기 힘들다. 때문에 체질과 문화의 틀을 깨는 쪽으로 KTH의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KTH는 KT와 뗄 수 없는 관계다. 앞으로 콘텐츠 신디케이터(중계소) 구실을 기대한다는 뜻인데, 합의가 이뤄진 사항인가.
“그렇다. 먼저 포털 10위에서 5위까지는 쉽게 왔지만, 그 이상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완전히 새로운 판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디지털 미디어 게이트웨이’ 사업의 큰 줄기는 우선 포털 사업이 될 것이고, 미래의 포털은 필연적으로 유비쿼터스 환경에 적응해야 된다. 그리고 수익원은 콘텐츠를 중심으로 발생하게 될 것이다. 콘텐츠는 돈이나 조직으로 승부를 보는 분야가 아니다. 파란닷컴이 초기에 힘들었던 까닭은 돈과 조직 위주인 KT 문화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부가서비스나 콘텐츠 차별화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새로운 차별화된 콘텐츠를 KTF와 스카이라이프에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원 소스 멀티유스를 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기업이다.”
-KT나 KTF는 물론 기존 업체들과의 갈등도 예상되는데.
“컨버전스(융합) 환경이 펼쳐지면서 시장이 복잡해졌다. 통신업체와 기존의 전문업체와의 갈등도 그 같은 환경 탓이다. 예를 들어 통신업체와 은행 간의 주도권 쟁탈전이 바로 그것이다. 고객정보와 사업 주도권을 놓고 벌어지는 컨버전스 전쟁은 사실 누구도 미래를 예측하기 힘들다. 종이신문과 포털뉴스의 경쟁도 마찬가지 예다. 사실 내부경쟁도 치열하기 때문에 디지털콘텐츠 분야에서 단계적인 성공모델과 그 역량 축적이 시급한 것이다.”
-5개 스포츠 신문의 콘텐츠를 장악한 것이 화제였다. 어떻게 평가하나.
“일종의 마케팅 비용으로 생각했다. 수십억원을 투자해 파란닷컴의 인지도, 특히 엔터테이먼트 방향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본다. 그러나 점차 대안 매체가 생기면서 사용자를 불러모으는 데는 큰 효과가 없었다는 것은 인정한다. 앞으로 비용 대비 효과를 따져가며 지속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농구게임 ‘프리스타일’의 배급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순식간에 게임의 강자로 올라섰는데.
“게임이나 음악 같은 콘텐츠 사업은 고위험사업이다. 그럼에도 디지털 미디어 분야를 지향하면서 게임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게임 쪽의 전문가를 본부장으로 내세우고, 큰 그릇을 만든 뒤 그 본부장에게 전권을 부여한 것이 주효했다고 본다. 자연스럽게 파란의 역량이 쌓이면서 생긴 대표적인 성공사례인 셈이다. 우리는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역량을 쌓아갈 계획이다.”
-선두 포털들과의 격차를 어느 정도 인식하는가.
“포털 분야만을 놓고 단순 비교한다면 다음이나 네이버는 정예화된 인력이 각각 700명에 육박하지만, 우리는 200명 수준이다. 특히 그들이 인터넷 시장에서 쌓아올린 지식의 축적 정도, 즉 차별화된 지식을 인정한다. 네이트닷컴 역시 비상장 회사로 그간 꾸준히 인터넷 사업에 수업료를 내온 전략이 성공한 사례다. 우리는 주주를 위해 비용을 관리해야 하는 어려움 속에서 킬러서비스를 만들어내지 못한 상황이다.”
-국내에 포털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지 않나.
“현재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파란닷컴이 가야 하는 길은 다음과 네이버의 길과 다를 수밖에 없다. 국내 IT 시장이 48조원에 이른다. 세계적으로 본다면 다음과 네이버의 매출액(5000억원)의 7000배에 이르는 시장이 전 세계에 존재한다. 따라서 누가 더 이 큰 판에 잘 적응할 것이라는 시각으로 바꿔보면 파란닷컴에도 기회는 많다. 단순한 검색 같은 포털 사업자가 아닌 ‘디지털 미디어’로 크게 사고하자. 우리 역시 닷컴의 중심에서 정면승부를 펼칠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은 이미 IT 분야의 세계적인 테스트 베드(Test Bed)가 됐다. 한국에서 성공한 유ㆍ무선 인터넷 사업 모델들이 빨리 해외로 진출해야 할 텐데.
“물론 해외 진출은 궁극적인 닷컴의 활로일 것이다. 역량이 쌓이면 자연스러운 절차로 본다. 게다가 KT라는 브랜드가 한국을 대표하는 기간통신사인 만큼 유비쿼터스 환경에 적합한 콘텐츠로 수익모델을 만들어낼 수만 있다면, 종합 콘텐츠 플랫폼 사업자임과 동시에 전 세계 통신업체들이 원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수출로도 활로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유·무선 분야에서 가장 앞선 모델인 만큼, 세계 각 통신업체들은 가장 효과적인 모델을 KT와 KTH가 만들어내길 기대하는 눈치다.”
이경전 교수
“우리의 미래상은 ‘유비쿼터스 포털’이다. 현재 기가(G) 메일과 차별화된 블로그 서비스 등을 통해 유저들을 확보하고 있고, 검색과 커뮤니티 등을 보강해서 연말까지 일일 순방문자(UV) 2200만 목표를 달성하겠다. 하지만 판을 바꾸는 데는 일정 정도 한계가 있음을 잘 안다. KTF, 와이브로, 넷스팟 자원들을 활용할 것이고, 결국 우리의 전환점이란 유비쿼터스 환경이 될 것이다. 우리가 꿈꾸는 ‘디지털 미디어 게이트웨이’ 모델은 역시 ‘네이트닷컴’과 비슷할 수 있다. 좋은 승부가 되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