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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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민의 일상 경영

행복해야 경영이다

1등보다 빛난 꼴찌

  • 열린비즈랩 대표 facebook.com/minoppa

    입력2016-09-02 16:4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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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명승부로 기억될 또 하나의 장면은 육상 여자 5000m 예선전입니다. 결승선이 3분의 1 정도 남은 상황에서 갑자기 다리가 꼬여 넘어진 뉴질랜드 니키 햄블린 선수. 그 바람에 바로 뒤를 달리던 미국 애비 디아고스티노 선수도 함께 넘어집니다. 그런데 먼저 일어난 애비 선수가 그때까지 바닥에 누워 있던 니키 선수를 부축해 일으킵니다. 끝까지 달리자고 말입니다. 이에 니키 선수는 다시 일어났고 둘은 함께 달립니다. 그런데 먼저 일어났던 애비 선수가 다리를 절뚝이며 제대로 달리지 못합니다. 넘어질 때 부상한 것입니다. 이내 주저앉고 마는 애비 선수. 그러자 이번에는 니키 선수가 그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워줍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결승선을 통과합니다. 경기 당일 처음 만난 두 선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레이스를 마치고 뜨거운 포옹을 했습니다. 화려한 기술로 상대를 제압하며 금메달을 목에 건 그 어떤 선수들보다 두 선수는 훨씬 더 빛이 났습니다.   

    스포츠가 감동을 주는 이유는 단지 이겨서가 아닙니다. 이기고 지고의 ‘결과’만큼 날것 그대로의 드라마틱한 ‘과정’이 우리를 감동케 합니다. 하지만 모든 걸 경쟁의 관점으로만 바라보니 “은메달이라 죄송하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단언컨대, ‘미안한 은메달’ ‘슬픈 동메달’은 없습니다. 참가한 선수 모두가 승자입니다.

    올해 초였습니다. 어느 고교 이사장이 졸업식 축사에서 “이번 졸업생들은 명문대에 많이 진학하지 못해 실망”이라고 했습니다. 실로 어처구니없는, 비교육적인 축사였습니다. 이처럼 죽이지 않으면 죽는 거라 배우며 경쟁의 낭떠러지로 내몰리는 아이들이 만들 세상을 생각하면 아찔하기 짝이 없습니다.

    경영 컨설팅을 하려고 만났던 어느 최고경영자(CEO)가 생각납니다. 그는 미팅 내내 잘나가는 경쟁사를 언급하며 어떻게든 발목을 잡아 끌어내리겠다고 열변을 토했습니다. 그의 눈엔 적개심이 가득했습니다. 이른바 ‘분노의 경영’입니다. 하지만 올림픽이 금메달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듯, 경영의 이유 또한 경쟁사 타도에 있는 게 아닙니다. ‘상대’만 쳐다본 토끼는 ‘목표’를 바라본 거북이에게 결국 무릎을 꿇었습니다. 세상을 위해 ‘무엇이 돼(비전) 어떻게 할 것인지(미션)’에 대한 리더의 철학이 담겨야 제대로 된 경영입니다. 그런 철학에 직원은 마음을 열고 고객은 지갑을 엽니다. 세상이 바뀌어 고객의 영혼에 감동을 주는 기업이 승리하는 시대입니다. 경쟁사 타도만 핏대 높여 외치던 그 CEO는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요. 지고도 이기는 선수들을 보며 ‘행복해야 경영’임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보통마케터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핀란드 알토대(옛 헬싱키경제대) 대학원 MBA를 마쳤다. ‘열린비즈랩’ 대표로 경영마케팅 연구· 강의와 자문, 집필 활동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일탈 정답은 많다’,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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