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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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민의 일상경영 <마지막회>

대체 불가능한 가치가 성패 가른다

유통기업과 제조사 간 힘겨루기

  • 열린비즈랩 대표 facebook.com/minoppa

    입력2017-06-28 11: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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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텔 예약 애플리케이션(앱)이 인기입니다. 다양한 호텔 가격을 한번에 비교해 예약까지 해결해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이에 호텔들의 반격이 시작됐습니다. 호텔에 직접 예약하면 더 많은 혜택을 주겠다는 겁니다. 가격을 깎아주기도 하고 매력적인 혜택을 덤으로 제공하기도 합니다.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는 호텔 예약 앱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호텔 측의 자구책입니다.

    문득 수년 전 기사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롯데백화점과 샤넬화장품 간 힘겨루기에 대한 기사입니다. 샤넬 측이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부산)’에는 패션 매장을 내면서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에는 매장을 안 내기로 한 게 발단입니다. 두 백화점이 나란히 붙어 있어 내린 결정이라는데요.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했던가요. 롯데 측은 샤넬화장품의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며 매장 효율성 제고를 위해 롯데백화점 7개 점포에서 매장 조정을 요구했습니다. 매장 크기를 줄이고 위치도 옮기겠다는 겁니다. 이에 샤넬 측은 ‘매장 철수’라는 초강수를 두며 가까운 신세계백화점에서 샤넬을 계속 만날 수 있다고 고객들에게 안내장을 돌렸습니다. 메이커와 유통기업 간 한판 전쟁이었습니다.

    풋로커(Foot Locker) 사례도 있습니다. 풋로커는 미국의 대표적인 신발 유통회사입니다. 이 매장에는 우리나라의 개별 브랜드 매장과 달리 나이키, 리복, 아디다스, 푸마 등 유명 브랜드가 대부분 입점해 있습니다. 일종의 신발 백화점이라고나 할까요. 미국에서 이 풋로커와 나이키가 싸움이 붙은 적이 있습니다. 시즌별로 판매물량을 발주하는 풋로커에 나이키가 끼워 팔기를 요구하다 두 회사가 틀어진 겁니다. 어부지리를 얻은 것은 리복이었습니다. “나이키가 그런단 말야? 좋아, 그럼 우리 매장에서 리복을 전진배치하고 나이키는 구석으로 치워버려.” 풋로커의 대응이 눈에 선합니다.





    고객가치 제고만이 살길

    앞의 세 사례를 관통하는 것이 있습니다. ‘브랜드를 가진 제조사’와 ‘고객과의 접점을 보유한 유통기업’ 간 주도권 싸움입니다. 강력한 고객접점을 무기로 갖고 있는 유통업체에 밀리지 않으려면 제조업체는 자사 브랜드만의 차별적 가치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고객이 유통 채널과 상관없이 자사 제품을 갈망하며 찾아옵니다. 유통기업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어느 쪽이든 브랜드 자산 제고를 위한 마케팅 활동에 한시도 소홀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이쯤 되면 최근의 영화 ‘옥자’ 논란도 조금은 달리 보입니다. 넷플릭스가 560억 원을 투자해 제작한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를 CGV가 극장에서 상영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 말입니다. 단순히 자존심 싸움이 아닙니다. 생존이 걸린 문제입니다. 영화의 공급·유통체계에서 극장이 완전히 배제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입니다.

    오늘날 경영 현장은 이처럼 전방위적인  전쟁터입니다. 결국 관건은 ‘고객가치’입니다. 제조사든 유통기업이든 대체 불가능한 독창적 가치를 제공하는 쪽이 살아남습니다. 단언컨대 고객이 답입니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합니다. 고객과의 끈을 놓치는 그 순간, 나락입니다.

    글쓴이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핀란드 알토대(옛 헬싱키경제대) 대학원 MBA를 마쳤다. ‘열린비즈랩’ 대표로 경영마케팅 연구·강의와 자문·집필 활동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일탈 정답은 많다’,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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