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0년대 초 미국 와인은 고급이거나 질 나쁜 싸구려였다. 당시에는 단일 밭에서 자란 포도로 만들어야 고급 와인이라는 통념이 강했다. 프랑스 와인을 모델로 삼다 보니 테루아르(terroir·토양과 환경)가 주는 맛과 향을 지나치게 중시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급 와인은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었고, 저렴하면서 품질 좋은 와인은 부족했다. 시장의 빈틈을 공략하기로 한 잭슨은 중산층이 즐길 만한 와인을 만들고자 테루아르에서 과감히 벗어났다. 좋은 포도를 생산하는 농장들과 계약을 맺었고, 매입한 포도를 섞어 와인을 만들었다. 포도를 직접 기르는 비용을 줄여 가격은 낮추되 우수한 포도로 맛있는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경험 부족 때문인지 양조탱크 가운데 하나가 발효에 실패했다. 해결할 방법이 없자 잭슨은 이 와인을 정상 발효된 것과섞었다. 발효 안 된 와인이 조금 혼합되자 와인에서는 단맛이 살짝 돌고 과일향도 훨씬 풍부해졌다. 일반 소비자의 입맛에 딱 맞는 와인이 만들어진 것. 이렇게 탄생한 그의 첫 와인 빈트너스 리저브 샤르도네 1982년산은 날개 돋친 듯 팔렸고, 이듬해 미국 와인대회에서 샤르도네 와인으로는 최초로 플래티넘상을 수상했다. 실수가 가져다준 달콤한 성공이었다.

2011년 잭슨이 81세를 일기로 사망한 뒤 지금은 그의 아내와 2세들이 와이너리를 이끌고 있다. 켄달 잭슨은 요즘 포도밭과 와이너리를 환경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운영하는 데 힘쓰고 있다. 좋은 와인을 더 오래 생산하기 위해서다. 빈트너스 리저브 샤르도네 한 잔을 시원하게 즐기며 미국 와인의 건강한 미래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