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전반적으로 이끌어 가는 방법이나 책략. ‘전략’의 사전적 의미입니다. ‘손자병법’에서 손자가 말하는 전략의 3대 요소는 ‘타이밍’과 ‘공간’, 그리고 ‘속도’입니다. 상대의 허를 찔러 불시에 진격하고, 적의 준비가 제대로 안 된 곳을 공략하고, 군대가 움직일 때는 속도가 가장 중요하다는 겁니다. 놀랍게도 현대 경영의 핵심 화두를 그대로 품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또한 손자는 장수의 철학을 강조합니다. 보국(保國)과 보민(保民)의 철학입니다. 전쟁은 개인적인 자존심과 공명심이 아닌, 나라와 백성을 위해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 역시 최고경영자(CEO)는 고객의 행복과 직원의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는 최근 경영학의 맥락과 그 궤를 같이합니다. 이런 게 바로 켜켜이 쌓인 세월을 무색게 하는 고전의 힘인가 봅니다.
전쟁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본다면 사실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는 ‘현장’일 겁니다. 손자 역시 “훌륭한 장수가 되려면 단순히 병법을 많이 아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형과 환경, 기후와 병사들의 기세 등 현장에 밝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하루하루가 힘든 요즘 같은 경영 상황에서 ‘현장경영’이란 화두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현장을 수박 겉핥듯 쳐다보면 ‘모든 것’이 같아 보이지만, 관심과 애정으로 돋보기를 대고 들여다보면 ‘모든 것’이 다르고 ‘매일’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됩니다. 수많은 통계와 새로운 경영기법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에도 현장경영이 빛을 발하는 이유인 거죠.
보고서 밖 ‘현장’에서 답 찾아야
금호고속은 ‘현장60’이라 하여 전 임직원이 하루 60분 이상 현장에 나가 업무를 지원하고 고객과 대화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보고서를 통해서가 아니라 눈과 귀로 직접 현장을 확인하는 겁니다. 전 직원이 매달 한 차례씩 회사 고속버스를 타보고 불편사항을 발견해 시정할 수 있도록 하는 ‘버스데이’ 제도도 눈에 띕니다. 1946년 택시 두 대로 시작한 금호고속은 이제 보유 중인 버스만 1000대가 훌쩍 넘는,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입니다. 회사 전통으로 이어진 현장경영의 성과가 크다는 분석입니다.세계적인 경영사상가 톰 피터스도 현장경영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서류 더미와 회의에 매몰되지 말고 ‘MBWA (Managing By Wandering Around)’라 하여 현장으로 나가 고객과 직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으라는 겁니다. 잘 알다시피 한국 기업의 창업 1세는 대부분 철저한 현장경영자였습니다. CEO가 직접 건설 현장, 생산 현장, 영업 현장을 누비던 그 회사들은 지금 굴지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꼭대기에 앉아 명령만 내려서는 안 됩니다. 사무실을 벗어나 현장 깊숙이 들어가야 합니다. 매일 ‘현장 중심’을 입에 달고 사는 항공사라 해도 임원들이 1등석만 타고 다닌다면 그건 제대로 된 현장경영이 아닙니다. 진짜 고객지향적인 항공사 간부들은 일반석 뒷자리를 찾습니다. 고객의 불편함을 찾아내기에 그만큼 좋은 자리가 없기 때문이죠. 단언컨대 고객 속으로 들어갈 일입니다. 위기 극복의 해답은 늘 그렇듯 현장, 그리고 고객에게 있습니다.
글쓴이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핀란드 알토대(옛 헬싱키경제대) 대학원 MBA를 마쳤다. ‘열린비즈랩’ 대표로 경영마케팅 연구·강의와 자문·집필 활동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일탈 정답은 많다’,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