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로아스터교 최고의 신, 아후라 마즈다에서 아후라(Ahura)는 ‘빛’을, 마즈다(Mazda)는 ‘지혜’를 뜻합니다. 즉 아후라 마즈다는 ‘빛과 지혜의 존재’를 의미합니다. 빛과 지혜가 의미하는 선(善)한 신입니다. 불교에서 절대 진리불, 곧 비로자나불과 같은 존재이지요. 이 작품은 기원전 6세기 무렵 석회암에 부조 형식으로 제작됐습니다.
약 2500년 전쯤 지금의 이란 땅에는 고대 페르시아 제국이 있었습니다. 페르시아 수도인 페르세폴리스(Persepolis)에 수많은 건축물이 세워졌지요. 당시 궁전 계단과 난간에 각종 의례나 행사 장면을 부조로 장식했는데, 이 작품도 그중 하나입니다. 오랜 세월의 흔적으로 작품 일부분이 떨어져 나가거나 큰 균열이 생긴 부분도 있습니다.
고부조로 표현된 아후라 마즈다는 측면 전신상입니다. 상반신은 사람, 하반신은 3단 깃털로 층층이 표현해 마치 주름치마를 입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상반신에 비해 하반신을 매우 길게 표현했습니다. 작품 상단부와 하단부에는 원형의 꽃문양이 연속적으로 장식돼 있습니다. 몸 중앙부에는 원형 고리가 간결하게 표현돼 있고, 원형 좌우로 한 가닥씩 고리가 있습니다.
아후라 마즈다는 원통형 모자를 쓴 할아버지 같은 얼굴이며 오른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뾰족한 매부리코에 덥수룩한 턱수염이 가슴까지 흘러내립니다. 옷은 균일한 간격으로 5단이 접혀 있습니다. 아후라 마즈다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오른손을 들어 앞을 가리키고 왼손은 굵은 원형 고리를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을 보면 몸통에 있는 큰 원과 왼손으로 잡은 작은 원에 주목하게 됩니다. 몸통 가운데 원은 계약의 고리로, 영혼의 불멸성을 상징합니다. 손으로 잡은 고리는 성실과 충실을 의미합니다. 앞을 향한 오른손은 성장을 위한 투쟁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몸통의 둥근 고리 좌우에 3단의 큰 날개가 있는데 오른쪽 날개가 더 길어 보입니다. 아후라 마즈다는 원래 2개의 날개로만 표현되곤 했는데 후에 인간의 모습이 추가됐다고 합니다. 하늘과 연관된 날개에 대한 신앙은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라마수 등 여러 조각상에서도 나타납니다. 3단으로 구성된 양쪽 날개는 세 가지 중요한 깃털을 갖고 있는데 각각 ‘좋은 생각’ ‘좋은 말’ ‘좋은 행위’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아후라 마즈다는 지극히 선한 존재로 인간에게 도덕적인 규범을 제시해 의롭게 살 것을 강조했습니다.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터교는 세상을 선과 빛의 신인 아후라 마즈다, 절대 악과 어둠의 신인 아리만(Ahriman)의 대결로 봤습니다. 고대 페르시아인은 선과 악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고 믿었지요. 이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중시한 것입니다. 자기 의지로 아후라 마즈다 편에 서면 최후의 심판 때 천국에 갈 수 있다는 믿음이었습니다. 독일 철학자 니체가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고 선언한 것도 바로 페르시아인의 자유의지에 대한 경배의 표현이었습니다. 여기서 자라투스트라는 조로아스터(자라투스트라의 영어 이름)를 의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