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왜 정의당이 보이지 않나요?”
조성주(37·사진) 전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을 만나 처음 던진 질문이다. 조 전 소장은 지난해 여름 정의당 대표선거에 출마해 ‘2세대 진보정치’를 주창하며 돌풍을 일으킨 인물. 당시 그는 심상정, 노회찬이라는 진보정치계 두 거물 후보에 맞서 “이기러 나왔다”고 선언했고, 비록 3위에 그쳤지만 차별화된 문제의식과 정책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의 활약은 당내 행사에 그칠 수 있던 정의당 대표선거를 대중의 관심사로 만든 한 계기가 됐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선거가 끝난 뒤 경쟁자였던 그에게 당 공식 싱크탱크 ‘미래정치센터’를 맡겼다.
▼ 20대 국회에서 정의당의 모습을 자평해달라.
“정당이 아니라 행정조직 같다. 갈등을 적극적으로 다루면서 돌파하는 ‘정치’보다 갈등을 잘 관리하며 공동체 안정을 유지하는 ‘통치’ 쪽에 더 관심을 두고 있는 듯 보여서다. 현재 정의당은 집권당이 아니고 제1야당도 아니지 않나. 다른 정당처럼 어떻게 하면 좀 더 권력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하고, 다양한 정치공학을 고려할 때가 아니다. 그런데 의석수 6석짜리 정당답게 선명한 자기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니 당 존재 의미가 약해지고 대중의 시야에서도 사라지게 된 것 같다.”
▼ 구체적 사안을 들어 설명한다면.
“최저임금이 한 사례가 될 수 있겠다. 최저임금은 한국 사회의 불평등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문제다. 그런데 이 사안에서 정의당은 더민주, 국민의당은 물론 새누리당과도 크게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다른 당처럼 ‘최저임금 1만 원’이라는 구호를 내세웠을 뿐,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노력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줄다리기하다 결정되는 것’이라는 식으로 안이하게 대응했다. 만약 정의당이 ‘최저임금 1만 원’을 달성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고, 이번에 어떻게든 승부를 보겠다는 결기를 보였다면 어땠을까. 진보정당에 대한 평가가 지금과는 달라졌을 거라고 본다.”
▼ 왜 그렇게 하지 못했나.
“솔직히 말하면 그럴 만한 준비가 안 됐기 때문이다. 진보정당에서 최저임금을 주요 이슈로 다룬 게 얼마 안 됐다. 통상임금 같은 주제에 대해서는 당내 전문가가 많고 연구도 충분히 돼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은 경우가 좀 다르다. 그동안 진보정당조차 최저임금을 받는 당사자들의 삶과 떨어진 곳에 있었다는 얘기다. 지난해 내가 대표선거에 출마하면서 진보정당이 이제는 ‘노동운동 밖의 노동, 민주주의 밖의 시민’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 이유가 여기 있다. 그동안 진보정당의 시야 밖에 있던 우리 사회의 소수자, 약자 문제에 우리 당이 더 깊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그런 내용이 지금은 당내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지고 있나.
“글쎄. 진보정당이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어떤 구실을 담당해야 하는가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다. 내년 대통령선거(대선)를 앞두다 보니 진보정당이 대선과정에서 주도권을 쥐려면 좀 더 파괴력 있는 의제 설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나는 그보다 생활밀착적인 이슈를 지속적으로 갖고 가면서 실력을 쌓고 성과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그 문제가 진보정당이 개척할 새로운 의제가 될 수 있으리라고 봤다. 최근 뉴스를 보니 미국에서 대학원생과 조교의 노동조합 결성 권리를 인정하기로 했더라. 우리나라에서도 정의당 미래정치센터의 연구 성과를 통해 대학원생 노동권이 신장될 날이 오리라 믿는다. 정의당이 추진하는 ‘어린이 병원비 국가책임제’도 같은 관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정책이라고 본다.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불평등이다. 이런 상황에서 막연히 복지 확대를 얘기하는 건 별의미가 없다. 어떤 복지를 우선시할 것인가, 어떻게 재원을 마련하고 그 돈으로 누구를 지원할 것인가를 분명히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하반기 국회에서 정의당이 그 답으로 내놓은 것이 ‘어린이 병원비 국가책임제’다. 이것만큼은 국가가 책임지도록 하는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 현실화한다면 뜻깊은 성과가 될 것이다. 국민은 정치인이 언론에 한 번 나오려고 립서비스하는 건지, 아니면 정말 신념과 의지를 갖고 끝까지 정책을 추진하려고 노력하는 건지 딱 보면 다 안다. 정의당이 비록 소수정당이지만 후자의 자세를 보이면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거다.”
▼ 현재 정의당의 당내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원래 민주주의는 이견과 이견이 부딪치면서 성장한다. 우리나라 진보정당은 그동안 이견을 잘 관리하지 못해 분열해왔기 때문에 이견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나는 두려움 없이 이견을 다룰 수 있어야 진보정당이 성장한다고 보고, 지금이 그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앞으로 당내외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 의견을 나누고 토론하며 그런 조직을 만들고 싶다. 이견을 두려워하지 않는, 진보정치의 새로운 이슈를 적극적으로 끄집어내는 ‘2세대 진보정치 그룹’을 만드는 게 목표다.”
조성주(37·사진) 전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을 만나 처음 던진 질문이다. 조 전 소장은 지난해 여름 정의당 대표선거에 출마해 ‘2세대 진보정치’를 주창하며 돌풍을 일으킨 인물. 당시 그는 심상정, 노회찬이라는 진보정치계 두 거물 후보에 맞서 “이기러 나왔다”고 선언했고, 비록 3위에 그쳤지만 차별화된 문제의식과 정책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의 활약은 당내 행사에 그칠 수 있던 정의당 대표선거를 대중의 관심사로 만든 한 계기가 됐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선거가 끝난 뒤 경쟁자였던 그에게 당 공식 싱크탱크 ‘미래정치센터’를 맡겼다.
“최저임금제 이슈를 잘 다뤘어야”
그러나 1년이 흐른 지금, 그는 다시 평당원이다. 20대 국회에 진출한 유일한 ‘진보정당’ 정의당도 다시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현재 국회에서는 우병우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의 거취,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기한 연장 등 다양한 논제를 두고 여야가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더민주), 국민의당 등 교섭단체 3당이 벌이는 전투 가운데에서 정의당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진보계 인사로 꼽히는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정의당 의원단 워크숍에 참석해 “정의당이 보수적인 새누리당에 반대한다는 것 외에 더민주나 국민의당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불분명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래서 조 전 소장을 만났다. 지금 정의당은 무엇을 하고 있고,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가 묻기 위해서다.▼ 20대 국회에서 정의당의 모습을 자평해달라.
“정당이 아니라 행정조직 같다. 갈등을 적극적으로 다루면서 돌파하는 ‘정치’보다 갈등을 잘 관리하며 공동체 안정을 유지하는 ‘통치’ 쪽에 더 관심을 두고 있는 듯 보여서다. 현재 정의당은 집권당이 아니고 제1야당도 아니지 않나. 다른 정당처럼 어떻게 하면 좀 더 권력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하고, 다양한 정치공학을 고려할 때가 아니다. 그런데 의석수 6석짜리 정당답게 선명한 자기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니 당 존재 의미가 약해지고 대중의 시야에서도 사라지게 된 것 같다.”
▼ 구체적 사안을 들어 설명한다면.
“최저임금이 한 사례가 될 수 있겠다. 최저임금은 한국 사회의 불평등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문제다. 그런데 이 사안에서 정의당은 더민주, 국민의당은 물론 새누리당과도 크게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다른 당처럼 ‘최저임금 1만 원’이라는 구호를 내세웠을 뿐,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노력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줄다리기하다 결정되는 것’이라는 식으로 안이하게 대응했다. 만약 정의당이 ‘최저임금 1만 원’을 달성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고, 이번에 어떻게든 승부를 보겠다는 결기를 보였다면 어땠을까. 진보정당에 대한 평가가 지금과는 달라졌을 거라고 본다.”
▼ 왜 그렇게 하지 못했나.
“솔직히 말하면 그럴 만한 준비가 안 됐기 때문이다. 진보정당에서 최저임금을 주요 이슈로 다룬 게 얼마 안 됐다. 통상임금 같은 주제에 대해서는 당내 전문가가 많고 연구도 충분히 돼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은 경우가 좀 다르다. 그동안 진보정당조차 최저임금을 받는 당사자들의 삶과 떨어진 곳에 있었다는 얘기다. 지난해 내가 대표선거에 출마하면서 진보정당이 이제는 ‘노동운동 밖의 노동, 민주주의 밖의 시민’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 이유가 여기 있다. 그동안 진보정당의 시야 밖에 있던 우리 사회의 소수자, 약자 문제에 우리 당이 더 깊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그런 내용이 지금은 당내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지고 있나.
“글쎄. 진보정당이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어떤 구실을 담당해야 하는가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다. 내년 대통령선거(대선)를 앞두다 보니 진보정당이 대선과정에서 주도권을 쥐려면 좀 더 파괴력 있는 의제 설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나는 그보다 생활밀착적인 이슈를 지속적으로 갖고 가면서 실력을 쌓고 성과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이견 트라우마’ 극복해야
▼ 미래정치센터 소장으로 일하는 동안 대학원생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연구를 진행한 것도 그 일환인가.“그 문제가 진보정당이 개척할 새로운 의제가 될 수 있으리라고 봤다. 최근 뉴스를 보니 미국에서 대학원생과 조교의 노동조합 결성 권리를 인정하기로 했더라. 우리나라에서도 정의당 미래정치센터의 연구 성과를 통해 대학원생 노동권이 신장될 날이 오리라 믿는다. 정의당이 추진하는 ‘어린이 병원비 국가책임제’도 같은 관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정책이라고 본다.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불평등이다. 이런 상황에서 막연히 복지 확대를 얘기하는 건 별의미가 없다. 어떤 복지를 우선시할 것인가, 어떻게 재원을 마련하고 그 돈으로 누구를 지원할 것인가를 분명히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하반기 국회에서 정의당이 그 답으로 내놓은 것이 ‘어린이 병원비 국가책임제’다. 이것만큼은 국가가 책임지도록 하는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 현실화한다면 뜻깊은 성과가 될 것이다. 국민은 정치인이 언론에 한 번 나오려고 립서비스하는 건지, 아니면 정말 신념과 의지를 갖고 끝까지 정책을 추진하려고 노력하는 건지 딱 보면 다 안다. 정의당이 비록 소수정당이지만 후자의 자세를 보이면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거다.”
▼ 현재 정의당의 당내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원래 민주주의는 이견과 이견이 부딪치면서 성장한다. 우리나라 진보정당은 그동안 이견을 잘 관리하지 못해 분열해왔기 때문에 이견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나는 두려움 없이 이견을 다룰 수 있어야 진보정당이 성장한다고 보고, 지금이 그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앞으로 당내외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 의견을 나누고 토론하며 그런 조직을 만들고 싶다. 이견을 두려워하지 않는, 진보정치의 새로운 이슈를 적극적으로 끄집어내는 ‘2세대 진보정치 그룹’을 만드는 게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