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의 진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사육 방식, 고기 두께, 건조 방식에서 굽는 방법까지…. 저렴한 수입산 탓에 쇠고기 소비가 늘고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은 여전히 돼지고기를 즐겨 먹는다.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돼지고기 삼겹살은 ‘국민고기’로 등극했다. 지방과 단백질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삼겹살에 소주 한 잔 곁들이면 잠시나마 현실의 고통을 잊을 수 있다.
강원 영월군에 가면 ‘삼겹살의 발상지 영월’이라는 광고판을 종종 볼 수 있다. 영월 광부들이 목에 낀 탄가루를 제거하려고 먹기 시작한 게 삼겹살이라는 것. 1960년대 신문을 보면 실제 광부나 인쇄소 노동자가 목 속 먼지를 제거하려고 돼지고기 비계를 먹는다는 기록이 나온다. 비계가 삼겹살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딱히 삼겹살이라고 쓰진 않았다. ‘삼겹살’이란 단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59년이며, 그전에는 ‘세겹살’ ‘뱃바지’ 혹은 ‘삼층저육(三層猪肉)’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당시 세겹살은 생고기를 구워 먹는 지금 방식과 달리 양념해서 구워 먹었다. 개성 출신 동화작가 마해송 선생이 57년에 쓴 ‘요설록(饒舌錄)’에서는 삼겹살이 우리나라 특유의 비육법(肥肉法)이 만든 결과물이라고 설파한다.
‘개성산(돼지고기)이라고 모두 삼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양돼지가 아닌 순종을, 그것도 소위 양돈장 같은 데서 대규모로 기르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기르는 돼지에게서 세겹살이 만들어진다. 뜨물을 얻어다가 돼지에게 먹이는데 얼마 동안은 잘 먹이고 그다음 며칠 동안은 주지 않는다. 잘 먹을 때는 살이 되고 못 먹을 때는 기름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살, 비계, 살 삼층제육이 된다는 것이다. 고소하고 맛 좋은 품이 양돼지에 비할 바 아니다.’
기름기 많은 삼겹살은 저렴한 가격 덕에 1970년대 중반 이후 대도시 노동자를 중심으로 널리 소비되기 시작했다. 산패가 쉬운 탓에 냉동해서 얇게 썰어 구워 먹는 방식이 유행했다. 이후 삼겹살 소비가 본격화하자 새끼를 많이 낳은 모돈의 고기도 삼겹살로 유통됐다. 고기가 질겨 더욱 얇게 썰어 유통했는데 이게 바로 대패삼겹살의 원조다. 80년대 중반에는 삼겹살의 껍질을 제거하지 않은 오겹살이 제주에서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얇은 삼겹살을 바싹 구워 먹는 삼겹살 문화는 최근 일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 2.5cm 이상의 스테이크형 삼겹살이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두꺼운 삼겹살을 천천히 익히면 속까지 부드럽게 익는다. 살코기 색도 분홍색을 띤다. 먹어보면 육즙이 풍부해 돼지고기의 풍미와 부드러운 식감, 은근한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고기를 직접 구워주는 방식도 성행하고 있다. 고기를 굽는 일은 까다롭다. 얇은 삼겹살을 바싹 익히는 것은 이렇다 할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손님이 직접 구워도 맛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두꺼운 삼겹살을 굽는 데는 기술이 필요하다. 통째로 앞뒤를 30초 단위로 계속 뒤집으면서 익힌 후 조각조각 잘라 옆 단면을 따로 익혀야 한다. 그런 다음 불을 끄고 3~4분 동안 잔열로 익히는 과정을 거쳐야 고기 속 육즙이 고르게 퍼져 맛이 일정해진다.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에만 점포 3개를 가진 ‘육전식당’은 스테이크형 삼겹살로 유명하다. 종업원들이 불판의 적정 온도를 잰 뒤 고기를 올려 굽는다. 삼겹살은 고기보다 기름 상태가 중요하다. 역설적이게도 단단하면서도 기름지지 않고 고소한 단맛이 나는 게 맛있는 삼겹살의 전제 조건이다. ‘육전식당’의 삼겹살은 이런 원칙에 충실하다. 서울 마포구 ‘화포식당’도 요즘 인기가 많다. 두툼한 삼겹살을 습식 숙성한 뒤 칼집을 내 먹기 편하게 구워주는 식당이다. 두 식당 말고도 두툼한 삼겹살로 인기를 얻고 있는 삼겹살집은 많다. 사람도 식당도 변해야 하는 세상이 됐다.
강원 영월군에 가면 ‘삼겹살의 발상지 영월’이라는 광고판을 종종 볼 수 있다. 영월 광부들이 목에 낀 탄가루를 제거하려고 먹기 시작한 게 삼겹살이라는 것. 1960년대 신문을 보면 실제 광부나 인쇄소 노동자가 목 속 먼지를 제거하려고 돼지고기 비계를 먹는다는 기록이 나온다. 비계가 삼겹살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딱히 삼겹살이라고 쓰진 않았다. ‘삼겹살’이란 단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59년이며, 그전에는 ‘세겹살’ ‘뱃바지’ 혹은 ‘삼층저육(三層猪肉)’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당시 세겹살은 생고기를 구워 먹는 지금 방식과 달리 양념해서 구워 먹었다. 개성 출신 동화작가 마해송 선생이 57년에 쓴 ‘요설록(饒舌錄)’에서는 삼겹살이 우리나라 특유의 비육법(肥肉法)이 만든 결과물이라고 설파한다.
‘개성산(돼지고기)이라고 모두 삼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양돼지가 아닌 순종을, 그것도 소위 양돈장 같은 데서 대규모로 기르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기르는 돼지에게서 세겹살이 만들어진다. 뜨물을 얻어다가 돼지에게 먹이는데 얼마 동안은 잘 먹이고 그다음 며칠 동안은 주지 않는다. 잘 먹을 때는 살이 되고 못 먹을 때는 기름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살, 비계, 살 삼층제육이 된다는 것이다. 고소하고 맛 좋은 품이 양돼지에 비할 바 아니다.’
기름기 많은 삼겹살은 저렴한 가격 덕에 1970년대 중반 이후 대도시 노동자를 중심으로 널리 소비되기 시작했다. 산패가 쉬운 탓에 냉동해서 얇게 썰어 구워 먹는 방식이 유행했다. 이후 삼겹살 소비가 본격화하자 새끼를 많이 낳은 모돈의 고기도 삼겹살로 유통됐다. 고기가 질겨 더욱 얇게 썰어 유통했는데 이게 바로 대패삼겹살의 원조다. 80년대 중반에는 삼겹살의 껍질을 제거하지 않은 오겹살이 제주에서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얇은 삼겹살을 바싹 구워 먹는 삼겹살 문화는 최근 일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 2.5cm 이상의 스테이크형 삼겹살이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두꺼운 삼겹살을 천천히 익히면 속까지 부드럽게 익는다. 살코기 색도 분홍색을 띤다. 먹어보면 육즙이 풍부해 돼지고기의 풍미와 부드러운 식감, 은근한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고기를 직접 구워주는 방식도 성행하고 있다. 고기를 굽는 일은 까다롭다. 얇은 삼겹살을 바싹 익히는 것은 이렇다 할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손님이 직접 구워도 맛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두꺼운 삼겹살을 굽는 데는 기술이 필요하다. 통째로 앞뒤를 30초 단위로 계속 뒤집으면서 익힌 후 조각조각 잘라 옆 단면을 따로 익혀야 한다. 그런 다음 불을 끄고 3~4분 동안 잔열로 익히는 과정을 거쳐야 고기 속 육즙이 고르게 퍼져 맛이 일정해진다.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에만 점포 3개를 가진 ‘육전식당’은 스테이크형 삼겹살로 유명하다. 종업원들이 불판의 적정 온도를 잰 뒤 고기를 올려 굽는다. 삼겹살은 고기보다 기름 상태가 중요하다. 역설적이게도 단단하면서도 기름지지 않고 고소한 단맛이 나는 게 맛있는 삼겹살의 전제 조건이다. ‘육전식당’의 삼겹살은 이런 원칙에 충실하다. 서울 마포구 ‘화포식당’도 요즘 인기가 많다. 두툼한 삼겹살을 습식 숙성한 뒤 칼집을 내 먹기 편하게 구워주는 식당이다. 두 식당 말고도 두툼한 삼겹살로 인기를 얻고 있는 삼겹살집은 많다. 사람도 식당도 변해야 하는 세상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