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표적인 팝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을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카이카이(Kaikai)’ ‘키키(Kiki)’라고 부르는 앙증맞은 캐릭터 작품입니다. 무라카미는 자신의 예술 활동을 안정적으로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다 미국 앤디 워홀에게서 새로운 방법론을 찾습니다. 앤디 워홀은 모든 작품을 자기 손으로 제작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팩토리(Factory)라는 회사를 만들어 조수들을 두고 작품을 대량생산하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남의 손을 빌리는 것이죠.
무라카미는 ‘카이카이 키키’라는 회사를 설립합니다. ‘카이카이(かいかい)’와 ‘키키(きき)’는 ‘괴괴기기(怪怪奇奇)’하다는 의미입니다. 이 말은 16세기 후반 일본의 장식적 미술을 만든 카노파(狩野派·수야파)를 ‘괴괴기기하다’고 표현한 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카노파가 300년 넘는 긴 시간 동안 명맥을 이어왔기에 무라카미도 이 이름을 붙이며 자신의 회사와 브랜드가 오래 지속되길 희망했습니다.
오른쪽 사진에서 왼쪽이 카이카이, 오른쪽이 키키입니다. 둘 다 큰 얼굴에 작은 몸집의 2등신 캐릭터로 귀여움이 한껏 강조돼 있습니다. 쌍둥이처럼 닮은 카이카이와 키키는 좌우 대칭입니다. 흰색인 카이카이는 토끼처럼 긴 귀를 가진 착한 어린이의 모습입니다. 반면, 분홍색인 키키는 둥근 귀에 눈이 3개, 커다란 입에 예리한 송곳니가 돋은 짓궂은 개구쟁이 모습입니다. 귀에 일본어로 각각 ‘카이카이(かいかい)’와 ‘키키(きき)’라는 글자를 넣어 캐릭터의 존재감을 직접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카이카이와 키키는 주로 꽃을 배경으로 하거나 꽃과 함께 등장하며, 대부분 유쾌하고 즐거운 모습으로 표현됩니다. 이 작품에서도 카이카이와 키키는 꽃으로 이뤄진 둥근 공 위에 올라서서 활짝 웃고 있습니다. 이들은 손에 해골이 달린 지팡이(석장)를 들고 있는데, 이는 부처의 제자 또는 지장보살이 사용한 불교적 유물입니다. 무라카미는 일찍부터 불교나 일본 전통 회화의 모티프를 자신의 캐릭터에 적용하거나 부수적 장치로 활용해왔습니다.
다음은 ‘나의 외로운 카우보이’라는 조각상입니다. 나체의 남성이 자신의 성기를 움켜쥐고 정액을 하늘로 뿜어대는 아주 선정적인 작품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이 2008년 미국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엄청난 화제를 모았습니다. 최저 추정가의 5배인 170억 원에 낙찰돼 가장 비싸게 팔린 무라카미 작품으로 기록됩니다.
무라카미는 예술과 상업의 영역을 넘나드는 현대미술의 트렌드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작가입니다. 그는 2003년 루이비통과 협업으로 더욱 세계적인 작가로 성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