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통령은 1월3일 새 천년 신년사에서 21세기 국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경제부총리제를 부활하고 교육부총리제 및 여성부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수장이 없어 혼선이 자주 빚어졌고, 교육과 여성정책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이번 조치에 나름대로 타당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2년전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우리는 가용외환보유액이 50억달러에 불과해 하루하루를 국가부도라는 불안 속에서 떨어야 했다. 그 결과 IMF 구제금융을 받아야 하는 외환위기에 빠졌으며, 이때 당선된 김대통령은 과거의 부총리제를 없애고 장관급도 대폭 줄이는 등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추진했다. 구조조정이라는 명목으로 멀쩡한 직장인들이 졸지에 거리로 내몰리는 상황에서 정부 역시 예외가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2년후 지금 우리는 외환위기를 극복, IMF를 졸업했다고 스스로 만족하고 있다. 과연 그런가. 그래서 큰 정부로의 복귀를 꾀하고 있는가.
경제·교육부총리 등 신설 … 생산성 제고를
중요한 것은 규모가 아니라 생산성이다. 작은 정부가 효율적이라는 증거는 수없이 많다. 대표적인 사례로 뉴질랜드의 경우를 들어보자. 지난 87년 뉴질랜드의 교통 공무원은 4200명이었으나 지금은 45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교통정책을 입안하고 수행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 민간화할 수 있는 부문은 철저히 민간에 넘김으로써 조직의 생산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이렇듯 뉴질랜드는 정부의 강력한 주도로 84년 8만8000명이었던 중앙공무원을 96년에는 3만3000명으로 감축했고, 800여 지방정부도 94개로 축소했다. 하지만 정부의 생산성은 평균 30∼40% 높아졌다. 뉴질랜드가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나선 것은 슬림화를 통해 정부의 생산성을 높이지 않고는 급변하는 세계의 정치경제 환경 속에서 선진국의 지위를 지킬 수 없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미국도 클린턴 행정부 출범 이후 10만명의 연방공무원을 비롯해 99년까지 27만명의 공무원을 감축하는 등 행정개혁에 성공, 오늘날 미 경제가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는 하나의 동인을 만들었다. 그런데도 차기 대권이 유력한 부시 후보와 고어 부통령 모두 작은 정부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영국도 블레어 총리가 세습귀족을 대폭 감축하는 등 성공적으로 정부조직의 군살을 빼고 있다.
반면, 일본은 각종 압력단체와 특정 부처의 이기주의에 휘말려 작은 정부의 정착이 사실상 실패, 일본인들은 지난 90년대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한탄하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은 전세계 주요국을 대상으로 매년 국가경쟁력 순위를 발표한다. 99년 세계 경쟁력 연감에 의하면 한국은 특히 정부 부문에서 47개국 중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물론 서구인의 관점에서 본 경쟁력이라는 비판도 있으나 많은 인력과 예산이 투입됐음에도 우리 정부의 생산성이 높지 않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렇듯 생산성은 규모와 상관없다. 전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돼 상상력과 창의력이 특히 중시되는 21세기에는 큰 조직이 오히려 비생산적이 될 것이다.
한편 작은 정부가 효율적인지 아닌지 하는 판단은 논외로 하더라도 정부조직 개편 작업은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추진해야 하는 과제다. 그런데도 새 천년 벽두에 불과 2년전의 조치를 번복하는 것은 4월 총선을 겨냥한 선심정책이라는 의구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또한 민간기업에는 효율성을 이유로 양적 팽창을 억제하면서 정작 자신들에게는 같은 효율성을 이유로 확대 개편을 추진하는 것은 논리에도 맞지 않는다. 더욱이 우리는 외환위기 이후 신(新)관치라는 비난을 받을 정도로 정부의 시장간섭이 강했는데 이번에 정부조직이 확대 개편되면 간섭이 더 커지지 않을지 우려된다.
수치상으로 우리 경제는 IMF를 벗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중요한 것은 수치가 아닌 국민이 느끼는 체감성장률이고,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아직 IMF를 극복하지 않았다. ‘작고 효율적인’ 정부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그러나 2년전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우리는 가용외환보유액이 50억달러에 불과해 하루하루를 국가부도라는 불안 속에서 떨어야 했다. 그 결과 IMF 구제금융을 받아야 하는 외환위기에 빠졌으며, 이때 당선된 김대통령은 과거의 부총리제를 없애고 장관급도 대폭 줄이는 등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추진했다. 구조조정이라는 명목으로 멀쩡한 직장인들이 졸지에 거리로 내몰리는 상황에서 정부 역시 예외가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2년후 지금 우리는 외환위기를 극복, IMF를 졸업했다고 스스로 만족하고 있다. 과연 그런가. 그래서 큰 정부로의 복귀를 꾀하고 있는가.
경제·교육부총리 등 신설 … 생산성 제고를
중요한 것은 규모가 아니라 생산성이다. 작은 정부가 효율적이라는 증거는 수없이 많다. 대표적인 사례로 뉴질랜드의 경우를 들어보자. 지난 87년 뉴질랜드의 교통 공무원은 4200명이었으나 지금은 45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교통정책을 입안하고 수행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 민간화할 수 있는 부문은 철저히 민간에 넘김으로써 조직의 생산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이렇듯 뉴질랜드는 정부의 강력한 주도로 84년 8만8000명이었던 중앙공무원을 96년에는 3만3000명으로 감축했고, 800여 지방정부도 94개로 축소했다. 하지만 정부의 생산성은 평균 30∼40% 높아졌다. 뉴질랜드가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나선 것은 슬림화를 통해 정부의 생산성을 높이지 않고는 급변하는 세계의 정치경제 환경 속에서 선진국의 지위를 지킬 수 없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미국도 클린턴 행정부 출범 이후 10만명의 연방공무원을 비롯해 99년까지 27만명의 공무원을 감축하는 등 행정개혁에 성공, 오늘날 미 경제가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는 하나의 동인을 만들었다. 그런데도 차기 대권이 유력한 부시 후보와 고어 부통령 모두 작은 정부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영국도 블레어 총리가 세습귀족을 대폭 감축하는 등 성공적으로 정부조직의 군살을 빼고 있다.
반면, 일본은 각종 압력단체와 특정 부처의 이기주의에 휘말려 작은 정부의 정착이 사실상 실패, 일본인들은 지난 90년대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한탄하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은 전세계 주요국을 대상으로 매년 국가경쟁력 순위를 발표한다. 99년 세계 경쟁력 연감에 의하면 한국은 특히 정부 부문에서 47개국 중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물론 서구인의 관점에서 본 경쟁력이라는 비판도 있으나 많은 인력과 예산이 투입됐음에도 우리 정부의 생산성이 높지 않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렇듯 생산성은 규모와 상관없다. 전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돼 상상력과 창의력이 특히 중시되는 21세기에는 큰 조직이 오히려 비생산적이 될 것이다.
한편 작은 정부가 효율적인지 아닌지 하는 판단은 논외로 하더라도 정부조직 개편 작업은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추진해야 하는 과제다. 그런데도 새 천년 벽두에 불과 2년전의 조치를 번복하는 것은 4월 총선을 겨냥한 선심정책이라는 의구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또한 민간기업에는 효율성을 이유로 양적 팽창을 억제하면서 정작 자신들에게는 같은 효율성을 이유로 확대 개편을 추진하는 것은 논리에도 맞지 않는다. 더욱이 우리는 외환위기 이후 신(新)관치라는 비난을 받을 정도로 정부의 시장간섭이 강했는데 이번에 정부조직이 확대 개편되면 간섭이 더 커지지 않을지 우려된다.
수치상으로 우리 경제는 IMF를 벗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중요한 것은 수치가 아닌 국민이 느끼는 체감성장률이고,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아직 IMF를 극복하지 않았다. ‘작고 효율적인’ 정부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