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에게 아양이나 떨고 밤이면 술 처먹고 담배 꼬나물고…. 이화여대생들은 자기 몸치장하고 토플, 토익점수 올리기 등 자기 좋은 일만 해 와서 남이라는 것을 모른다. 남이야 지뢰 밟아 죽던 말던 거치적거리는 남자들이 제발 사라져 주기를 바랄 뿐이다. 이대생들이 단체로 위문 와도 시원찮을 판에 뒤통수를 쳐? 무장공비는 뭐하나 이대 같은 데 쳐들어가면 박수칠텐데….”(PC통신 하이텔 ID소년젤다)
이대(이화여대)가 PC통신에서 ‘난타’당하고 있다. 수많은 성난 남자 네티즌들이 집단적으로 달려들어 한 여자대학교에 대해 융단폭격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천리안 하이텔 등 4대 PC통신에서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이대 죽이기’는 해가 바뀌어도 수그러들 기미가 없다.
1월6, 7일 천리안 토론실. 이대를 비난하고 욕하는 글이 100여건이나 올랐다. ‘이화여대를 없애자’는 하이텔의 한 토론주제도 인기폭발이었다. 이 주제에 참여한 네티즌들은 이화여대에 관한 171건의 구구절절한 장문의 의견을 피력했다. 90% 이상이 이 대학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이었다. 5000여명의 PC통신 이용자들이 이 글들을 보고 지나갔다. PC통신 토론실 등 많은 게시판들이 이대와 관련된 글로 연일 꽉꽉 채워지고 있다.
이화여대가 무슨 ‘죽을 죄’를 졌기에 이같은 ‘돌팔매’를 받고 있는 것일까. 요즘 최대 이슈가 되고 있는 공무원시험시 군필자 가산점 부여문제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말 공무원 채용시험에서 군필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제도는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취업을 앞둔 남성들은 크게 반발했다. ‘군필자 가산점 제도의 위헌여부를 심판해 달라’며 헌법소원을 낸 사람 6명 중 5명이 이화여대 출신이더라는 소문이 PC통신을 통해 퍼졌다. 이대 재학생 수천명이 여기에 동조했다는 말도 함께 떠돌았다.
PC통신상에 떠돌았던 이같은 소문은 어느 정도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화여대 여성위원회는 7일 “군필자 가산점제로 인해 피해를 보았다는 이화여대 졸업생들이 헌법소원을 냈으며 이 과정에서 이대 재학생 2000여명이 이에 동조하는 서명을 했다”고 밝혔다.
네티즌들은 헌법재판소를 향한 분노를 이화여대로 돌렸다. 정작 판결당사자인 헌법재판소는 가볍게 지나간 반면 이대는 쑥대밭이 됐다. 이대와 관련된 글 중엔 여성을 비하하는 욕설이나 수치심을 자극하는 단어, ‘성폭행’을 암시하는 말이 수없이 들어가 있다.
비난의 핵심은 대체로 두 가지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하고 여대가 울면 나라가 망한다(HiTELspy)’는 것과 ‘페미니즘의 메카 이대를 중심으로 한 여성운동이란, 군인의 고마움도 모르는 배은망덕’이라는 논리. 흥분한 네티즌들은 이대 창설자인 김활란여사에서 부터 이대 재학생에 이르기까지 이대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비난의 대상에 올렸다. ‘이대의 입학 커트라인이 실제보다 과장됐다(ahmannam)’ ‘이대생 취업을 비공개적으로 막자(13night)’ ‘이대 같은 엘리트가 째째하게 하급 공무원시험 준비하냐(kpenguin)’. 위헌소송을 냈다는 이대 출신 5명에겐 ‘이대5적(SAEURI)’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근거없는 유언비어가 통신참가자들을 더욱 자극했다. ‘이대가 일간지 등을 통해 의도적으로 가산점문제 반대여론을 일으키고 있다(billow93)’는 식이다. 다음 글은 ‘이대생이 직접 작성해 올린 것을 퍼왔다’는 소개가 붙어 PC통신에 뜬 것이다.
“군대 나온 남자란 꼭 생전 처음 캠핑 갖다 왔다고 자랑하는 보이스카우트 애들 수준이야. ‘군필‘ 이란 문신이나 달고 다니지 그래. 슈퍼 가서 물건 살 때 5% 할인받으면 되겠네. 나는 우리 이대가 위헌소송에 승리한 것이 자랑스러워. 남녀평등에 우리 이대가 앞장선 것이지. 내가 남자라면 그 정도 고생가지고 대가를 바라지는 않는다.”
반론을 펴는 여성 네티즌들에겐 ‘너 잘 만났다’는 식으로 5~10명이 달라붙어 인신공격을 해대고 있다.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그래서 요즘 여성 참여자는 자취를 감췄다. 이 문제는 단순히 가상공간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대 총학생회와 여성위원회엔 요즘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성 전화가 심심지 않게 걸려오고 있다.
통신상에서 ‘이성을 찾자’는 목소리는 극소수이긴 하지만 간간히 들린다. “이대생을 공격하고 이대를 비난해 어쩌자는 것이냐. PC통신의 토론수준에 절망했다….”(하이텔 한 네티즌)
당사자인 이화여대측은, 다른 사람의 ID를 사용한 경우가 많은데다 전혀 이성적으로 걸러 지지 않은 조악한 수준의 감정표현들이어서 대응치 않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여론형성매체로서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PC통신의 무책임성, 천박한 토론문화는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대학 이종선홍보처장은 “군복무 가산점 문제가 성 대결 양상으로 번져선 안된다. 더구나 ‘남자 대 이화여대’의 대리전이란 것은 있을 수 없는 논리”라고 말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이화여대 졸업생 극히 일부가 헌법소원을 낸 것을 갖고 학교 전체를 싸잡아 공격하고 있다. ‘이대 욕하기’ 가 전국민에게 열려진 통신공간에서 그렇게 널리 토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주제인가”고 반문했다.
정부-여당은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관계없이 가산점제도를 부활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이화여대 여성위원회 최김지원씨는 “합리적 토론문화의 부재, 막가파식 공격, 여성비하가 거칠 것 없이 유통되는 현실이 결국 승리한 것”이라고 씁쓸하게 말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이대 문제로 PC통신 참여자들이 아무 근거도 없이 개인이나 단체에 ‘집단가학성’을 드러내도 이를 막을 수단이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말한다. PC통신에선 거짓말의 유포, 욕설, 명예훼손을 막기 위해 관리자(sysop)나 토론개설자가 글 삭제권을 갖고 있으나 기준이 모호하고 관리노력이 부족해 거의 여과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PC통신 나우누리 천호영과장은 “PC통신은 여론의 생생한 목소리를 현장감 있게 전한다는 점에서 계속 필요하다. 그러나 위험수위에 다다른 잘못된 토론문화를 바로잡을 제도적 장치와 의식의 각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대(이화여대)가 PC통신에서 ‘난타’당하고 있다. 수많은 성난 남자 네티즌들이 집단적으로 달려들어 한 여자대학교에 대해 융단폭격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천리안 하이텔 등 4대 PC통신에서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이대 죽이기’는 해가 바뀌어도 수그러들 기미가 없다.
1월6, 7일 천리안 토론실. 이대를 비난하고 욕하는 글이 100여건이나 올랐다. ‘이화여대를 없애자’는 하이텔의 한 토론주제도 인기폭발이었다. 이 주제에 참여한 네티즌들은 이화여대에 관한 171건의 구구절절한 장문의 의견을 피력했다. 90% 이상이 이 대학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이었다. 5000여명의 PC통신 이용자들이 이 글들을 보고 지나갔다. PC통신 토론실 등 많은 게시판들이 이대와 관련된 글로 연일 꽉꽉 채워지고 있다.
이화여대가 무슨 ‘죽을 죄’를 졌기에 이같은 ‘돌팔매’를 받고 있는 것일까. 요즘 최대 이슈가 되고 있는 공무원시험시 군필자 가산점 부여문제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말 공무원 채용시험에서 군필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제도는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취업을 앞둔 남성들은 크게 반발했다. ‘군필자 가산점 제도의 위헌여부를 심판해 달라’며 헌법소원을 낸 사람 6명 중 5명이 이화여대 출신이더라는 소문이 PC통신을 통해 퍼졌다. 이대 재학생 수천명이 여기에 동조했다는 말도 함께 떠돌았다.
PC통신상에 떠돌았던 이같은 소문은 어느 정도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화여대 여성위원회는 7일 “군필자 가산점제로 인해 피해를 보았다는 이화여대 졸업생들이 헌법소원을 냈으며 이 과정에서 이대 재학생 2000여명이 이에 동조하는 서명을 했다”고 밝혔다.
네티즌들은 헌법재판소를 향한 분노를 이화여대로 돌렸다. 정작 판결당사자인 헌법재판소는 가볍게 지나간 반면 이대는 쑥대밭이 됐다. 이대와 관련된 글 중엔 여성을 비하하는 욕설이나 수치심을 자극하는 단어, ‘성폭행’을 암시하는 말이 수없이 들어가 있다.
비난의 핵심은 대체로 두 가지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하고 여대가 울면 나라가 망한다(HiTELspy)’는 것과 ‘페미니즘의 메카 이대를 중심으로 한 여성운동이란, 군인의 고마움도 모르는 배은망덕’이라는 논리. 흥분한 네티즌들은 이대 창설자인 김활란여사에서 부터 이대 재학생에 이르기까지 이대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비난의 대상에 올렸다. ‘이대의 입학 커트라인이 실제보다 과장됐다(ahmannam)’ ‘이대생 취업을 비공개적으로 막자(13night)’ ‘이대 같은 엘리트가 째째하게 하급 공무원시험 준비하냐(kpenguin)’. 위헌소송을 냈다는 이대 출신 5명에겐 ‘이대5적(SAEURI)’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근거없는 유언비어가 통신참가자들을 더욱 자극했다. ‘이대가 일간지 등을 통해 의도적으로 가산점문제 반대여론을 일으키고 있다(billow93)’는 식이다. 다음 글은 ‘이대생이 직접 작성해 올린 것을 퍼왔다’는 소개가 붙어 PC통신에 뜬 것이다.
“군대 나온 남자란 꼭 생전 처음 캠핑 갖다 왔다고 자랑하는 보이스카우트 애들 수준이야. ‘군필‘ 이란 문신이나 달고 다니지 그래. 슈퍼 가서 물건 살 때 5% 할인받으면 되겠네. 나는 우리 이대가 위헌소송에 승리한 것이 자랑스러워. 남녀평등에 우리 이대가 앞장선 것이지. 내가 남자라면 그 정도 고생가지고 대가를 바라지는 않는다.”
반론을 펴는 여성 네티즌들에겐 ‘너 잘 만났다’는 식으로 5~10명이 달라붙어 인신공격을 해대고 있다.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그래서 요즘 여성 참여자는 자취를 감췄다. 이 문제는 단순히 가상공간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대 총학생회와 여성위원회엔 요즘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성 전화가 심심지 않게 걸려오고 있다.
통신상에서 ‘이성을 찾자’는 목소리는 극소수이긴 하지만 간간히 들린다. “이대생을 공격하고 이대를 비난해 어쩌자는 것이냐. PC통신의 토론수준에 절망했다….”(하이텔 한 네티즌)
당사자인 이화여대측은, 다른 사람의 ID를 사용한 경우가 많은데다 전혀 이성적으로 걸러 지지 않은 조악한 수준의 감정표현들이어서 대응치 않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여론형성매체로서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PC통신의 무책임성, 천박한 토론문화는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대학 이종선홍보처장은 “군복무 가산점 문제가 성 대결 양상으로 번져선 안된다. 더구나 ‘남자 대 이화여대’의 대리전이란 것은 있을 수 없는 논리”라고 말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이화여대 졸업생 극히 일부가 헌법소원을 낸 것을 갖고 학교 전체를 싸잡아 공격하고 있다. ‘이대 욕하기’ 가 전국민에게 열려진 통신공간에서 그렇게 널리 토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주제인가”고 반문했다.
정부-여당은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관계없이 가산점제도를 부활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이화여대 여성위원회 최김지원씨는 “합리적 토론문화의 부재, 막가파식 공격, 여성비하가 거칠 것 없이 유통되는 현실이 결국 승리한 것”이라고 씁쓸하게 말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이대 문제로 PC통신 참여자들이 아무 근거도 없이 개인이나 단체에 ‘집단가학성’을 드러내도 이를 막을 수단이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말한다. PC통신에선 거짓말의 유포, 욕설, 명예훼손을 막기 위해 관리자(sysop)나 토론개설자가 글 삭제권을 갖고 있으나 기준이 모호하고 관리노력이 부족해 거의 여과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PC통신 나우누리 천호영과장은 “PC통신은 여론의 생생한 목소리를 현장감 있게 전한다는 점에서 계속 필요하다. 그러나 위험수위에 다다른 잘못된 토론문화를 바로잡을 제도적 장치와 의식의 각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