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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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해협 영구 통제권 노리는 이란… 美 공습 재개로 종전 협상 무산 위기 

이란 강경파 “50년 안보 달린 문제”… 미국의 동결자산 반환 제안도 거절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26-07-08 07:5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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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만 북부 소도시 카사브 인근의 호르무즈해협.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을 놓고 미국과 이란이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벌이면서 긴장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뉴시스

    오만 북부 소도시 카사브 인근의 호르무즈해협.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을 놓고 미국과 이란이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벌이면서 긴장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뉴시스

    미군 중부사령부가 7월 7일(이하 현지 시간) 이란을 상대로 공습을 재개하면서 미국-이란 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란이) 국제 수역에서 무고한 민간인이 승선한 상선을 표적삼고 공격한 것에 막대한 대가를 치르게하기 위해 이란을 상대로 일련의 강력한 공습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최근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인근을 지나던 상선 세 척을 공격한 것을 문제삼은 것이다.

    이란도 맞대응을 천명했다. 이란 외무부는 이날 미국 공습을 “종전 양해각서(MOU) 위반”으로 규정하고 “심각한 경고를 발령한다. 이란은 자국의 이익과 국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단호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을 놓고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격화하면서 양국간 종전 협상 진행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앞서 6월 25일 오만 연안을 따라 호르무즈해협을 항해하던 민간 선박을 드론으로 공격하며 자국이 요구하는 항로를 따르라고 압박한 일이 있다.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을 확실히 장악하기 위한 고의적 도발이었다. 호르무즈해협을 통항하는 모든 선박은 자국 항로를 이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려 한 것이다. 미군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공격 원점인 해협 인근 드론과 미사일 기지 등 이란 군사 시설들을 공습했다. 그러자 이란은 미국의 동맹국인 쿠웨이트와 바레인의 미군 기지를 겨냥해 보복 공격을 감행했다. 

    양국의 무력 충돌은 6월 28일 멈췄지만, 그 여파로 6월 30일 중재국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열기로 한 협상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를 카타르에 보냈지만 이란이 대면 협상을 거부해 중재국을 통한 실무진 간 간접 협상만 이뤄졌다. 이후 7월 11일 파키스탄 중재로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으나 이번 공습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셈이다.

    하메네이가 가장 신임한 군사 전략가

    미 중부사령부는 7월 7일(이하 현지 시간)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란이) 국제 수역에서 무고한 민간인이 승선한 상선을 표적삼고 공격한 것에 막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기 위해 이란을 상대로 일련의 강력한 공습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X 캡처

    미 중부사령부는 7월 7일(이하 현지 시간)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란이) 국제 수역에서 무고한 민간인이 승선한 상선을 표적삼고 공격한 것에 막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기 위해 이란을 상대로 일련의 강력한 공습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X 캡처

    이란은 미국과 전쟁하기 전까지는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경고 카드 정도로 사용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것이 핵무기보다 강력한 전략무기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전쟁 당시 해협을 봉쇄해 선박 통행을 차단하자 국제유가가 폭등했고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경제가 악화했다. 이란은 상선과 유조선 몇 척만 드론 및 미사일로 위협하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20∼3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이 미국의 공격에 대응하는 이란의 방패가 된 셈이다.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4월 30일 ‘페르시아만의 날’을 맞아 “페르시아만의 밝은 미래는 미국이 없는 미래”라며 “이란은 앞으로 적대 세력의 호르무즈해협 이용을 차단하는 새로운 법적 규칙과 관리 체계를 시행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미국의 공격이 수치스러운 패배로 끝났다고 주장하며 호르무즈해협의 새 관리 체계를 수립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란의 뿌리인 페르시아 사파비 왕조는 1622년 포르투갈 세력을 호르무즈해협에서 몰아냈다. 이란은 매년 4월 30일을 ‘페르시아 만의 날’로 정하고 이를 기념해 왔다. 모즈타바가 언급한 호르무즈해협의 새 관리 체계는 통제권을 말한다. 

    모즈타바가 호르무즈해협 통제권 카드를 꺼낸 것은 최고지도자 군사고문 모흐센 레자이의 조언에 따른 것이다. 레자이 고문은 모즈타바가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후 가장 먼저 임명한 고위 관리다. 레자이는 27세였던 1981년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으로 임명돼 16년간 재임하며 역대 최장수 기록을 세운 바 있다. 그는 2005년에서 2021년까지 네 차례 대선에 도전했지만 낙마했고 2021~2023년 경제담당 부통령을 지내기도 했다. 

    최고지도자의 자문기구이자 정책 중재 기구인 국정조정위원회에서 핵심적으로 활동해온 레자이는 대표적인 강경파다. 레자이는 이란 신정체제의 군사·안보 축을 설계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시절인 1994년 85명이 사망한 아르헨티나 유대인센터(AMIA) 폭탄 테러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2007년부터 현재까지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고 있다 2020년 미국 재무부의 특별제재대상(SDN)에 오르기도 했다. 모즈타바가 자신보다 15세 많은 레자이를 군사고문에 임명한 것은 부친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가장 신임한 인물이며 탁월한 군사 전략가이기 때문이다.   

    레자이는 이란·이라크 전쟁(1980~1988년)을 치르는 등 산전수전을 겪은 노련한 장군 출신이다. 당시 양국이 상대국 유조선을 무차별 타격한 이른바 ‘유조선 전쟁’을 직접 경험했다. 이란은 이라크의 전쟁 물자 유입 통로였던 쿠웨이트 유조선들을 공격했다. 쿠웨이트는 미국에 보호를 요청했고, 미국은 1987년 7월부터 1988년 9월까지 ‘어니스트 윌(Earnest Will)’이라 명명된 유조선 호위 작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미군 군함과 쿠웨이트 유조선들아 이란이 설치한 기뢰와 충돌해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이 때문에 미군 함정들은 쿠웨이트 유조선 호위 임무를 꺼렸다. 

    이란은 현재 당시보다 성능이 뛰어난 기뢰와 대함 미사일, 드론 등 다양한 비대칭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폭이 좁은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이 절대 불리하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레자이는 미국에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레자이와 그의 현역시절 부하였던 아흐마드 바히디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등 강경파는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이 앞으로 미국에 대한 강력한 지렛대가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오만의 ‘자발적 기부금’ 방안 거부

    이란은 MOU 조항을 근거로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이 자국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MOU 제5항에는 ‘이란은 상선의 안전 통항을 위해 최선을 다해 조치를 취한다. 이란은 오만과 대화를 통해 호르무즈해협의 미래 행정 및 해상 서비스 체계를 정의할 것이며, 적용 가능한 국제법 및 호르무즈해협 연안국의 주권에 따라 다른 페르시아만 연안국들과 협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란은 이를 근거로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이 자국에 독점적으로 부여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란은 또 미국과의 60일 후속 협상이 끝난 뒤에는 해협 통과 선박에 항행 서비스 명목의 수수료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란이 기대하는 수수료 수입은 연 400억 달러(약 61조3160억 원)에 달한다. 게다가 이란은 상선들이 자국이 지정한 항로를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7월 6일 이란 테헤란에서 진행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장례 행렬에서 조문객들이 하메네이와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인 모즈타바의 초상화를 들고 있다. 뉴시스

    7월 6일 이란 테헤란에서 진행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장례 행렬에서 조문객들이 하메네이와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인 모즈타바의 초상화를 들고 있다. 뉴시스

    이에 맞서 미국은 MOU가 이란에 해협 통제권을 부여한 것이 아니며 국제 해협에서 항행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은 국제 관습법과 유엔해양법협약 등에 따라 호르무즈해협 같은 국제수로에 자유로운 항행을 위한 통항권이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미국은 호즈무즈해협을 이용하는 선박에 대해 통행료는 물론 해상 서비스 제공 명목의 통행 수수료도 부과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란은 궁극적으로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을 영구적으로 확보하려 한다. 레자이 고문은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을 가져야 향후 50년 간 안보가 보장된다”고 강조했다. 이란은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을 포기하고 통행료 징수 입장을 철회하는 대신 동결자금 가운데 수십억 달러를 받으라는 미국의 제안도 거부했다. 동결자산 반환은 MOU로 이미 약속받았기 때문에 일부 우선 해제를 대가로 해협 통제권을 포기하라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란은 오만이 자발적인 기부금을 통해 호르무즈해협 해상 서비스 비용을 충당하는 방안에도 반대하고 있다. 미국은 오만뿐 아니라 걸프 국가들이 참여하는 호르무즈해협 다자 관리체제를 구상하고 있지만, 이란은 자국과 오만에만 발언권이 있으며 최종 결정권은 이란에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게다가 이란 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해협에서 오만 측 남쪽 항로를 이용하려는 선박을 감시하는 특수부대를 페르시아만에 배치했다. 이란 반체제 매체인 이란인터내셔널은 혁명수비대가 특수부대에게 오만 측 남쪽 항로를 통과하려는 모든 선박을 사전에 식별하고 경고를 발령하는 임무를 수행하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이 특수부대는 지상관측소, 해군 장비, 공중 시스템 등 다양한 정보 수집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란은 자국 수역인 라라크 섬 남쪽을 선박들이 이용할 수 있는 지정 항로로 제시하며 이를 따르지 않고 다른 항로를 이용하는 선박에 군사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혁명수비대는 “이란이 승인한 항로를 이용하지 않는 모든 선박은 즉각적이고 강력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미국-이스라엘 대규모 공습에도 버틴 이유

    이란은 미국에 대한 최대 억지력은 핵무기가 아닌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인 만큼, 이를 보장받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필요하다면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자국 통제권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겠다는 것이 이란의 입장이다. 미국 싱크탱크인 유라시아그룹의 그레고리 브루 선임 애널리스트는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에도 해협을 봉쇄하고 그 상태를 유지할 힘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면서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은 그들의 새로운 핵 옵션이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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