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기의 MLCC(Multi Layer Ceramic Capacitor·적층세라믹콘덴서). 뉴스1
골드만삭스가 5월 말 발표한 보고서에 쓴 말이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로 최근 수요가 급증한 MLCC를 초호황기에 있는 메모리 반도체에 비유한 것이다. MLCC 수요와 가격이 향후 몇 년간 지속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일본 무라타, 한국 삼성전기 등 MLCC 관련 기업 주가도 급등세다.
MLCC 수요 3년간 연평균 100% 성장 전망
MLCC는 물을 가뒀다가 필요할 때 방류하는 댐에 비유된다. 전자제품이나 서버에 탑재돼 배터리에서 공급받은 전류를 축적하고 있다가 필요할 때 반도체로 흘려보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현재 스마트폰, 개인용 컴퓨터(PC), 로봇, 전기차 등 거의 모든 전자기기에 내장돼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기도 한다. 만약 MLCC가 없다면 전자제품 하나를 켜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제품 전원이 갑자기 나가버릴 수도 있다. 지난해 5월 산업통상부는 MLCC를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했다.최근 MLCC에 대한 관심이 커진 건 AI 기술 발전의 영향을 받아서다. AI 서버는 초당 수천, 수만 번 연산을 반복한다. 그 과정에서 많은 양의 전기에너지가 빠르게 오간다. 다른 전자기기보다 MLCC가 더 많이 필요한 셈이다. 또 AI 서버는 발열이 심해 높은 온도에서 버틸 수 있는 고성능 MLCC가 요구된다. AI 서버용 MLCC는 세라믹과 전극을 수백 층 이상 쌓아 올려 만든다. 그런데도 매우 작다. 삼성전기의 AI 서버용 ‘0603 MLCC’ 기준 크기는 가로 0.6㎜, 세로 0.3㎜다. 너비 약 3㎜, 길이 약 6㎜인 쌀알이 훨씬 크게 느껴질 정도다.
골드만삭스는 AI 서버용 MLCC 시장이 향후 5년간 4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봤다. 2025 회계연도 13억 달러(약 2조226억 원)에서 2030 회계연도 58억 달러(약 9조265억 원)까지 확대돼 연평균 복합성장률(CAGR) 34.9%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는 6월 16일(현지 시간) 발표한 보고서에 더 공격적인 전망을 담았다. AI 서버용 MLCC 수요의 CAGR이 2025년부터 2028년까지 약 100%에 달할 것으로 본 것이다. 실제로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엔비디아의 AI 데이터센터 플랫폼 ‘베라 루빈(Vera Rubin)’에는 랙(서버를 쌓아 올리는 선반) 하나당 MLCC가 최대 60만 개 탑재될 것으로 추정된다. 베라 루빈 직전 세대인 ‘GB300’에는 랙 하나당 32만 개 MLCC가 사용된다.
AI 발전으로 MLCC 필요량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생산능력(CAPA·캐파)은 수요 확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MLCC 수요가 2025년부터 2030년까지 4배 이상 증가할 때 업계 전체 캐파는 연간 10~15% 확대되는 데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세계 MLCC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는 무라타와 약 20%를 점유하는 삼성전기의 MLCC 생산라인 가동률이 이미 90%를 넘어선 상태라 단기간에 생산량을 대폭 늘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MLCC 생산라인 확충에는 투자 결정부터 제품 양산까지 약 2년이 소요된다.
이에 따라 MLCC 공급 부족이 현실화하고 있다. 이미 일부 AI용 MLCC 제품은 납기가 기존 3~6주에서 20주 넘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MLCC 가격 상승도 가시화됐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1분기 이후 MLCC 유통 가격이 200~300% 상승했고 일부 제품의 현물 가격은 6~10배 급등했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고성능 MLCC 제품 가격은 향후 1년 안에 2배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1위 무라타 1분기 영업익 73% 증가
MLCC 수요 증가에 따라 업계 1위 무라타 실적도 성장하고 있다. 1~3월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1.8% 증가한 4606억2400만 엔(약 4조4000억 원), 영업이익은 73.1% 증가한 788억2300만 엔(약 7538억8000만 원)을 기록했다. 무라타는 4월 실적 발표에서 2026 회계연도(2026년 4월~2027년 3월) 데이터센터 관련 매출 가이던스를 전년 대비 83.9% 확대된 3250억 엔(약 3조1080억 원)으로 제시했다. 무라타는 “데이터센터용 부품에 대한 강력한 수요에 힘입어 MLCC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영향으로 2026 회계연도 매출이 전년 대비 7.1% 증가해 2년 연속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7월 1일 기준 모건스탠리는 무라타 목표주가를 1만2500엔(약 11만9500원)으로 설정하고 있다. JP모건은 1만5200엔(약 14만5300원)을 제시했다. 국내 증권사들의 삼성전기 목표주가는 280만~300만 원 수준에 형성돼 있다. 7월 2일 종가 기준 무라타 주가는 연중 약 235% 상승해 1만875엔(약 10만3850원)에 거래됐다. 삼성전기 주가는 연중 약 655.3% 상승해 192만6000원을 기록했다.

임경진 기자
zz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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