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카이치 사나예 일본 총리는 연말 3대 안보 문서 개정과 관련해 중국과 북한을 염두에 둔 대응 능력 강화를 강조해왔다. 오른쪽은 일본 테라 드론이 우크라이나 어메이징 드론과 협업해 제작한 ‘테라 A1’. 뉴시스, 테라 드론 제공.
테라 드론은 우크라이나 업체와 공동으로 ‘테라 A1’과 ‘테라 A2’라는 요격 드론을 개발·제작해 3월부터 우크라이나에 공급했다. 그러자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드론 제조업체에 대한 일본 기업의 투자를 문제 삼아 자국 주재 일본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4월 6일(이하 현지 시간) “일본 기업의 투자는 러시아의 안보이익에 대한 노골적인 적대행위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자폭 드론’ 의식한 행보
이런 반발에도 불구하고 테라 드론은 러시아의 제트 추진 자폭 드론에 대응해 제트 추진 요격 드론을 개발할 계획이다. 제트 추진 요격 드론의 사양은 최고 속도 시속 440㎞, 비행시간 20분, 최대 비행거리 140㎞, 탑재량 3.5㎏, 캐터펄트 발사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테라 드론은 근거리용 ‘테라 A1’(비행거리 32㎞)과 원거리용 ‘테라 A2’(비행거리 75㎞) 및 제트 추진 요격 드론으로 다층 방어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일본 민간 드론 업체가 이처럼 적극적으로 군용 요격 드론 개발과 제작에 나서는 이유는 일본 정부가 2027년까지 요격 드론을 실전 배치할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방위성 산하 방위장비청(ATLA)은 이미 드론 요격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실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일본 자위대가 2027년까지 드론 방어용 무인항공기(UAV)인 요격 드론을 배치해 레이더와 미사일 기지, 해군 함정 및 고가치 군사 자산을 보호한다는 계획이다. 방위장비청은 해외에서 자폭 드론을 격추한 UAV를 제작해본 업체만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런 기준에 부합하는 일본 드론 업체는 현재까지 테라 드론 밖에 없다.
일본 정부가 요격 드론 배치를 서두르는 이유는 북한과 중국의 자폭 드론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대만 침공을 위해 자폭 드론을 대거 실전 배치해왔다. 중국이 군사용 드론 수백만 대를 보유하고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중국은 세계 민간용 드론 시장의 7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세계 1위 드론 강국으로, 지난해까지 중국 민항국에 등록된 민간용 드론 수는 187만5000대에 이른다. 미국 연방항공국(FAA)에 등록된 79만 대의 2배가 넘는 수치다. 중국군은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군과 일본 자위대의 지원을 막기 위해 대규모 드론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주일미군기지는 물론 난세이 제도에 배치된 일본 자위대의 미사일과 레이더 기지들이 중국군 드론의 타격 대상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중국군 드론을 격추할 수 있는 요격 드론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긴다.
게다가 북한의 드론 역량 역시 러-우 전쟁에 참여하면서 급성장했다. 우크라이나 드론 제조사 제너럴 체리의 스타니슬라브 그리신 최고전략책임자(CSO)는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드론 기술을 전수 받았다”면서 “북한군이 전쟁 참여 경험을 통해 드론전에서도 대단한 발전을 이뤘을 것이 틀림없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은 자국의 공격형 스텔스 드론인 GJ-11(오른쪽 위)과 최신 스텔스 전투기가 편대 비행하는 모습을 지난해 11월 11일 공개했다. 중국 공군 웨이보
미쓰비시중공업도 드론 개발 나서
드론 전력 확대를 위한 법적 준비도 한창이다. 일본 정부는 연내 개정 예정인 ‘3대 안보 문서’에 인공지능(AI) 및 드론을 활용한 무인전력과 장거리 반격 능력을 중심으로 새로운 전쟁 대응 방식을 명기할 방침이다. 장거리·장시간 항해가 가능한 무인잠수정 개발과 도입 및 ‘실드’ 프로젝트도 포함시킬 예정이다.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전보장전략·국가방위전략·방위력정비계획으로, 외교·안보 방향 및 군사 전략과 무기·예산·전력 증강 계획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러-우 전쟁과 미국-이란 전쟁에서 알 수 있듯 AI와 드론은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다. 일본 정부는 자위대 인력난 등을 감안해 자국 내 드론 생산 기반 확충과 지휘통제 체계에서의 AI 도입도 함께 추진한다. 자민당은 드론을 육상·해상·공중 전 영역에서 드론을 신속하게 도입하고, 드론 운용과 관련된 전파법 등 규제 완화·폐지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카이치 사나예 일본 총리도 올 연말 3대 안보 문서 개정과 관련해 중국과 북한을 염두에 둔 대응 능력 강화를 강조해왔다.
이런 맥락에서 일본의 대표적인 방산업체인 미쓰비시중공업이 군사용 드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6월 17일 “구축함과 미사일 등 대형 무기체계가 주력상품인 미쓰비시중공업이 최근 요격 드론과 공격용 드론 시제기를 개발해 방위성에 전달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본의 싱크탱크인 지경학연구소의 오기 히로토 수석연구원은 “미쓰비시중공업은 그동안 대형 무기체계를 개발하며 방위성과 긴밀하게 협력해 온 경험과 노하우를 드론 개발에서도 활용할 것”이라면서 “러-우 전쟁과 미국-이란 전쟁의 교훈이 일본의 방위산업 지형을 바꾸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드론 업체들은 물론 미국 등 글로벌 방산업체들 역시 일본을 아시아 시장으로 진입하는 ‘핵심 허브’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기업들은 일본의 우수한 제조 능력을 활용해 드론을 공동 생산하고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을 겪고 있는 필리핀 등에 수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의 방산 스타트업 앤두릴은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에 있는 닛산자동차의 옷파마 공장 부지를 인수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공장을 군사용 드론 생산기지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다. 앤두릴은 이미 일본산 부품만으로 제작한 ‘키즈나(Kizuna)’라는 드론 시제품을 만들기도 했다. 포르투갈의 군사용 드론 스타트업 테케베르도 수개월 내에 일본 내 공장 부지를 선정해 아시아 수출의 허브로 삼겠다고 밝혔다.
900조 원 규모 우크라이나 재건 시장 선점

지난해 7월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구조대원들이 러시아의 공습으로 파손된 아파트 잔해를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유엔과 세계은행 등은 2월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 및 부흥에 향후 10년간 5880억 달러(약 914조1600억 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피해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다. 주택과 병원, 철도망, 도로, 발전소, 송배전 시설 등 국가 기반시설 전반과 산업생산 시설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특히 에너지 인프라와 교통망은 경제 정상화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전력망 복구가 지연될 경우 제조업과 산업 전반의 회복이 어려워진다.
이런 엄청난 재건 비용은 각국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능력을 초과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정부는 각 분야와 산업별로 각국의 민간 자본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우선적으로 자금력과 기술력을 가진 일본에 협력을 요청했다. 일본 정부도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단순한 국제 지원이 아니라 경제안보 전략과 산업 경쟁력 확대를 위한 기회라고 보고 적극 호응할 방침이다. 서방 경제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재건은 단순한 복구 사업이 아니라 향후 수십 년간 이어질 초대형 프로젝트”라며 “에너지와 교통, 광물, 디지털 인프라까지 포함하면 글로벌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시장을 선점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