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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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장거리 드론 공격에 러시아군 보급망 초토화 

물류 마비로 전황 악화… 반격 기회 잡은 우크라는 ‘그물 터널’로 드론 방어

  •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입력2026-07-08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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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르손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으로 파괴된 러시아군 보급 차량들이 연기에 휩싸여 있다. 텔레그램 캡처

    헤르손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으로 파괴된 러시아군 보급 차량들이 연기에 휩싸여 있다. 텔레그램 캡처

    “그는 지금 이기고 있으며 꽤 잘하고 있다. 그가 용감하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이례적으로 칭찬하고 나섰다. 워싱턴DC를 방문한 마르크 뤼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러시아와의 휴전을 압박하면서 각종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했고,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는 “국토 일부를 포기하라”고 요구해 서로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러시아의 구시대적 보급 시스템

    우크라이나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바뀐 것은 현지 전황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대다수 전선에서 러시아가 공격하고 우크라이나가 방어하는 형국이었다. 반면 최근엔 러시아가 도네츠크·자포리자 방면에서 공세를 펴고 있지만, 또 다른 주요 전선인 루한스크 방면에선 우크라이나가 맹공을 가하는 상황이다. 특히 러시아는 후방 군수지원 부대에서 급증하는 차량·물자 손실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전쟁 발발 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전황을 브리핑하고 있다. 브리핑에는 직전 24시간 동안 어디서 몇 차례 전투가 벌어졌는지, 여기서 러시아군 병력과 장비가 어느 정도 손실됐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가 포함돼 있다. 3~4월만 해도 우크라이나군이 밝힌 러시아군 차량 파괴 전과(戰果)는 하루 100~200대 정도였다. 그런데 5월 들어 하루 400~600대로 크게 늘었다. 우크라이나군 1인칭(FPV) 드론의 비행거리가 확대된 것이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가 드론으로 최전선의 러시아군 전차와 장갑차 대신, 전선 후방 수십㎞ 지점에 있는 보급 차량들을 때리기 시작한 것이다. 

    세계 최정상급 첨단 무기로 무장했다는 러시아군의 실체는 현대적 전면전을 수행하기 어려운 ‘종이호랑이’에 가깝다. 제아무리 강력한 전차나 야포를 보유했어도 연료나 포탄, 부품이 없으면 허사다. 러시아는 전쟁 초기부터 형편없는 보급 능력을 노출한 바 있다. 러시아군의 구시대적 보급 시스템 탓이다. 



    러시아군 물류 시스템의 핵심은 철도다. 전국 탄약 공장과 탄약창, 정유소에서 화물열차에 실린 물자는 주요 전선 후방에 있는 ‘물류 허브(hub)’에 모인다. 일선 부대는 이곳에 화물트럭과 유조차를 보내 할당된 물자를 수령한다. 이 과정에서 자동화된 보급 시스템이나 표준화된 컨테이너, 팰릿(화물을 쌓는 틀이나 대)은 거의 쓰지 않는다. 포탄의 경우 탄두와 장약이 함께 들어 있는 나무 상자를 사람이 직접 실어 나른다. 식량이나 소모성 부품도 대부분 목제나 철제 상자에 담아 인력으로 이송한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침공 후 사흘간 초고속 진격을 하다가 멈춘 것도 이처럼 후진적인 물류 체계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물류망 공격에 사용하는 장거리 드론. 우크라이나 국방부 제공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물류망 공격에 사용하는 장거리 드론. 우크라이나 국방부 제공

    전선에서 수십㎞ 떨어진 물류망도 공격

    우크라이나는 2022년 6월쯤 러시아군 물류 체계의 약점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으로부터 M142 하이마스와 GMLRS 장거리 유도 로켓을 처음 인수한 우크라이나는 이를 러시아군 물류 허브 공격에 집중 투입했다. GMLRS의 사거리는 70~85㎞로 러시아군 포병 무기보다 2배 이상 길다. 하이마스는 이동 중 정차해 6발을 쏘고 빠져나오는 데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우크라이나의 화력 공세에 러시아 물류 허브는 속수무책으로 파괴됐다. 물류 허브를 잃은 부대는 다른 부대를 담당하는 허브에서 탄약과 물자를 받아 와야 했다. 이 때문에 일선 러시아 부대가 보급품을 놓고 다투는 일이 일상화됐다. 심지어 러시아 공수군과 용병조직 바그너그룹 간 보급품 다툼은 총격전으로까지 번졌다. 이 갈등이 바그너그룹이 반란을 일으킨 원인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러시아군 후방 보급로를 겨냥한 우크라이나의 공격은 점차 집요해지고 있다. 러시아 본토와 러시아군에 점령된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를 오가는 화물열차를 대상으로 한 공격은 일상이 됐다. 특수부대와 파르티잔의 철로 파괴 작전도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에 러시아는 군수품을 실어 나르는 열차에 대공포와 드론 재머(jammer), 호송 병력은 물론, 공격헬기까지 대동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모든 철로를 완벽하게 지키기엔 러시아 영토가 너무 넓다.

    철로가 막히면 대안은 도로다. 차량은 열차보다 수송 효율성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정해진 철로를 달리지 않기 때문에 드론 공격을 받을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기존 장거리 자폭 드론은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유도장치를 사용하기 때문에 트럭처럼 이동하는 표적을 공격하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도 옛말이 됐다. 올해 초부터 우크라이나군에 전자광학·열영상 카메라와 고성능 송수신 안테나를 장착한 채 100㎞ 이상 날아가는 FPV 자폭 드론이 대거 보급되기 시작한 것이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 헤르손-자포리자 전선과 도네츠크 전선을 보자. 최전선에서부터 아조프해 연안에 있는 러시아군의 주요 보급로 M14 고속도로까지 거리가 90~150㎞ 정도다. 지난해만 해도 우크라이나군에 이 정도 거리를 날아갈 수 있는 FPV 드론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최전선에서 M14 고속도로는 물론, 크림반도 남부까지 날아갈 수 있는 FPV 드론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우크라이나군 드론에 고출력 송수신기와 중계기, 스타링크 등 위성통신 시스템이 탑재된 덕이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전군에 ‘드론군 보너스’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드론으로 러시아군 주요 타깃을 파괴한 병사에게 성과 포인트를 지급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장병들에게 러시아 보급 트럭은 손쉬운 먹잇감이자 대당 10~20점 포인트를 받을 수 있는 좋은 사냥감이다. 100~200㎞를 날아가는 FPV 드론 보급과 드론군 보너스 제도 도입이 맞물리면서 5월부터 러시아군의 보급 차량 손실은 급격히 늘어났다.

    네덜란드군이 최근 실시한 ‘파이터 라이언’ 훈련에서 설치한 드론 방어용 그물 터널. 우크라이나가 고안한 대(對)드론 전술을 차용한 것이다. 네덜란드 국방부 제공

    네덜란드군이 최근 실시한 ‘파이터 라이언’ 훈련에서 설치한 드론 방어용 그물 터널. 우크라이나가 고안한 대(對)드론 전술을 차용한 것이다. 네덜란드 국방부 제공

    “보급로가 ‘죽음의 길’ 됐다”

    러시아군 일선 장병들은 SNS 계정이나 영향력 있는 군사 블로그에 영상과 사진을 제보하고 “주요 보급로가 ‘죽음의 길’이 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전선에서 촬영된 영상을 보면 도로 곳곳에 드론이 파괴한 보급 트럭과 유조차가 널려 있다. 심지어 어떤 지역에선 100m가량 구간에서 차량 9대가 불타는 모습이 촬영되기도 했다. 러시아는 드론 공격을 막으려고 보급 차량 여러 대를 하나의 호송대로 묶고, 대열 앞뒤에 총기로 무장한 트럭을 동행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기관총은 드론에 별 소용이 없는 데다, 그나마 효과를 보이는 산탄총은 사거리가 짧다. 

    사실 우크라이나군도 러시아군보다 사정이 조금 나을 뿐 보급로가 드론 위협에 노출된 것은 마찬가지다. 러시아군처럼 옛 소련에서 갈라져 나온 우크라이나군의 보급 체계도 전반적으로 부실하고 차량 의존도가 높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대책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보급 차량이 오가는 도로를 ‘그물 터널’로 덮어 드론 공격을 차단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도로에 일정 간격으로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그물을 설치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쓰이는 그물은 드론 방어용으로 특수 제작한 것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은 어민들이 쓰고 버린 폐그물이다. 새로 만든 특수 그물을 쓰면 ‘그물 터널’ 건설비가 m당 수백 달러에 이르지만, 폐그물을 설치할 경우 건설비는 20달러(약 3만 원) 수준으로 떨어진다. 1㎞ 도로를 그물로 덮는 데 2만 달러(약 3000만 원) 정도면 되는 것이다. 어업용 그물은 거친 수중 환경에서 쓰이는 만큼 폴리에틸렌, 나일론 등으로 만들어 질기고 튼튼하다. 오래 쓴 폐그물은 내구성이 다소 떨어지지만 드론을 막는 데는 문제가 없다. 드론에는 대부분 프로펠러가 달려 있어 그물에 잘 걸린다. 

    우크라이나는 올해 초까지 600㎞에 이르는 ‘그물 터널’을 만들었고 설치 구간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자국에서 끌어모은 폐그물은 물론, 유럽 어민들로부터 기증받은 폐그물까지 쓰고 있다. 프랑스 한 어민단체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기증한 폐그물 길이를 더하면 총 1500㎞나 된다. 어민들로서도 남는 장사다. 폐그물을 처리하려면 t당 수백 달러가 든다. 이를 기부하면 자국 정부 또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비용을 부담해 알아서 수거해 간다. 이렇게 모은 그물이 우크라이나 전선으로 향하는 주요 도로를 뒤덮자 러시아군은 드론 작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물 터널’ 건설비 ㎞당 2만 달러

    실전에서 효과를 입증한 그물 터널 전술에 다른 국가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탈냉전 이후 최대 규모의 전면전 훈련을 실시한 네덜란드군은 막대한 양의 그물을 사용해 주요 기동로에 그물 터널을 설치했다. 가상 적군의 드론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훈련의 일환으로, 우크라이나 전술을 차용한 것이다. 최근 북한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경험을 바탕으로 드론 전력을 빠르게 강화하고 있다. 한국군도 어촌에서 버려지는 폐그물을 대(對)드론 방어 시설 구축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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