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잃은 농민공에게 돼지고기는 사치
![오랜 역사를 지닌 전통시장에서 물건을 고르는 중국인들. [뉴시스]](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65/ce/b7/57/65ceb7572412d2738276.jpg)
오랜 역사를 지닌 전통시장에서 물건을 고르는 중국인들. [뉴시스]
돼지고기 가격이 떨어진 첫 번째 원인은 소비 양극화다. 외형적으로 보면 중국 소비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소매판매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7.4% 증가했고, 전월에 비해서도 0.4% 늘어나는 등 급격한 감소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도시에서 부동산을 매입하고 자녀를 학교에 보낼 수 있는 권리를 가진 부유층과 그렇지 못한 이들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
특히 건설업 부진이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 건설업은 중국 경제에서 국내총생산의 20% 이상을 차지할 뿐 아니라, 도시 지역 취업자의 약 40%를 책임지는 가장 중요한 산업이다. 그러나 2021년 중국 정부가 부동산개발업체의 대출을 옥죄어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자, 농촌 지역에서 도시로 이주해온 농민공이 가장 먼저 피해를 보기 시작했다. 도시에서 일자리를 잃고 고향으로 돌아간 가난한 농민공에게 돼지고기는 사치스러운 소비 품목이 된 셈이다.
소비 부진 외에 돼지고기 가격 급락을 유발한 또 하나의 원인은 바로 공급 충격이다. 돼지고기 가격이 폭락 중인데도 돼지고기 출하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그래프 참조). 이 문제를 설명하는 이론이 바로 ‘돼지 사이클’이다(표 참조). 돼지 사이클이라는 단어는 1928년 독일 경제학자 아르투어 하나우가 처음 사용했다. 독일 빌레펠트대 수학과 교수를 지낸 군터 뒤크는 2017년 발표한 저서 ‘호황 vs 불황’에서 “이 논문이 인간의 국부적인 영리함(전체적인 통찰력이 부족하다는 의미) 때문에 발생하는 돼지 가격의 변화를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경기순환 연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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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나서도 사태 해결 안 돼
물론 중국 정부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2023년 한 해 동안 돼지고기를 세 차례나 사들이는 등 가격 안정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사실 한국도 비슷한 일을 자주 겪었다. 최근까지 한우 파동 기사가 나왔을 정도이니 말이다. 그러나 한국 양돈업계는 상대적으로 돼지고기 파동을 적게 겪는 편이며, 실제로 해외에 많은 물량을 수출하는 성장 산업이기도 하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축산농가 수가 줄어드는 가운데 기업화 흐름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자금과 정보력을 바탕으로 암퇘지 도축이 지연되는 등 미래 공급 증가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될 때 돼지고기 출하량을 늘려 경기 사이클과 반대로 행동함으로써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중국에서 돼지고기 파동이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원인은 그 규모가 영세한 데 있다. 중국은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거대한 시장이지만 작은 규모의 농가들이 전체 돼지고기 생산량의 40% 이상을 차지하다 보니 제대로 대응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이클 역시 돼지고기 가격이 닭고기 가격보다 떨어지고 돼지고기 출하량이 줄어들어야 끝날 것 같다. 적어도 올여름까지 중국의 디플레 위험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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