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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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한 반려견, 혼내고 벌주는 게 능사일까

[최인영의 멍냥대백과] 체벌은 문제행동 악화시키거나 겁쟁이 만들어

  • 최인영 러브펫동물병원장

    입력2024-02-20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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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려동물에게도 ‘올바른 양육’이 필요하다. 건강관리부터 문제 행동 교정까지 반려동물을 잘 기르기 위해 알아야 할 지식은 무궁무진하다. 반려동물행동의학 전문가인 최인영 수의사가 ‘멍냥이’ 양육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준다.

    체벌을 바탕으로 한 반려견 훈련법에는 여러 부작용이 있다.

    체벌을 바탕으로 한 반려견 훈련법에는 여러 부작용이 있다.

    반려견이 무언가 잘못된 행동을 할 때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까요. 아마도 대부분 혼을 내거나 벌을 줘야 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체벌을 기반으로 한 훈련법(상자 참조)이 보호자 사이에 가장 널리 퍼진 행동 교정 방법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런 방법은 문제행동을 교정하지 못하고 오히려 새로운 문제행동을 만들어내는 등 부작용이 많습니다.

    반려견 겁 많고 공격성 강해져

    보호자가 반려견을 체벌하는 이유는 대체로 그게 편하기 때문입니다. 체벌은 반려견에게 “이렇게 하면 혼나는구나”라는 인지적 강화를 일으킵니다. 보호자는 체벌로 반려견의 문제행동을 손쉽게 저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체벌에는 상당한 부작용이 있습니다. 우선 반려견이 체벌에 무감각해질 수 있습니다. 일례로 보호자가 반려견에게 자주 큰 소리를 낸다면 반려견은 그 소리에 익숙해져 보호자의 말을 더는 중요하게 인식하지 않게 됩니다. 보호자는 문제행동을 계속하는 반려견을 보면서 점점 더 크게 소리를 지르게 되겠죠. 최악의 경우 보호자가 말을 듣지 않는 반려견을 괘씸하게 여겨 손찌검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체벌에 바탕을 둔 훈련법은 문제행동을 악화하는 것은 물론, 반려견에게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주게 된다는 점에서 동물학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반려견이 체벌에 거부감을 느껴 또 다른 문제행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지나치게 겁이 많아지거나 강한 공격성을 보이는 게 대표적입니다. 신체적·정서적으로 불쾌한 자극을 받은 반려견은 겁 많은 성격으로 바뀌게 됩니다. 이런 반려견은 주변 환경에 민감하고 소리 등 자극에 과도하게 흥분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체벌을 가하는 보호자와 충분한 신뢰 관계를 쌓지 못해 보호자를 피해 숨거나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고 스킨십을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 보호자가 다가가면 반려견은 공격적 성향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극심한 공포를 느껴 으르렁거리거나, 입질을 하고 무는 등 자신을 방어하려는 행위를 하는 거죠. 즉 체벌에 기반한 훈련법은 언뜻 효과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보호자와 반려견의 관계를 완전히 망가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타이밍 완벽하지 않으면 효과 없어

    외출 후 돌아와 집 안을 어질러놓은 반려견을 벌세우는 건 효과가 없다. [GettyImages]

    외출 후 돌아와 집 안을 어질러놓은 반려견을 벌세우는 건 효과가 없다. [GettyImages]

    체벌 효과 자체도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체벌은 보통 반려견이 무엇 때문에 혼나는지 알고 있다는 전제 하에서 이뤄집니다. 그런데 반려견이 매번 스스로 어떤 행동을 했는지, 무엇이 체벌 원인인지 알고 있을까요. 그렇지 않을 개연성이 큽니다. 반려견은 5세 어린아이의 지능을 가졌기에 행동 교정 타이밍이 완벽하지 않으면 그에 따른 인지 강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보호자가 외출 후 집에 돌아와 집 안을 어질러놓은 반려견을 벌세운다면 반려견은 그 이유를 결코 알지 못합니다. 두루마리 휴지를 풀어놓고 신발을 물어뜯은 건 이미 한참 전 일이기에, 그저 “내가 왜 지금 혼나야 하지”라는 의문만 가질 뿐이죠. 이처럼 체벌은 보호자가 타이밍을 오차 없이 맞추지 않는 한 효과적인 훈련법이라 하기에 무리가 있습니다.

    체벌보다 더 좋은 훈련법은 ‘긍정 강화 훈련’입니다. 반려견이 바람직한 행동을 했을 때 보상으로 칭찬을 해주거나 간식을 제공함으로써 그 행위를 강화하는 거죠. 이 또한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 보상하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다만 훈련 시간 동안 반려견 스스로 무엇 때문에 보상을 받는지 알기 쉽다는 점, 반복할수록 반려견과 보호자의 신뢰 관계가 두터워진다는 점, 반려견이 활달하고 명랑한 성격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체벌보다 훨씬 나은 선택지인 건 분명해 보입니다.

    최인영 수의사는…
    2003년부터 수의사로 활동한 반려동물 행동학 전문가다. 현재 서울 영등포구 러브펫동물병원 대표원장, 서울시수의사회 이사를 맡고 있으며 대표 저서로 ‘어서 와 반려견은 처음이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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